올해부터 타이어 에너지효율관리제 시행
회전저항, 젖은노면 제동력 따라 5단계 구분
유럽 기준, 국산-수입산 B~D, 중국산 C~D

유럽에서 발표한 상용차용 타이어 라벨 샘플. 왼쪽엔 ‘회전저항’, 오른쪽엔 ‘젖은 노면 제동력’이 표기된다.
유럽에서 발표한 상용차용 타이어 라벨 샘플. 왼쪽엔 ‘회전저항’, 오른쪽엔 ‘젖은 노면 제동력’이 표기된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에너지효율등급’이 차량총중량 기준으로 3.5톤 이상 중대형 상용차(트럭 및 버스) 타이어에도 표시된다. 

올해부터 ‘중대형 상용차 타이어 에너지효율등급제’가 시행됨에 따라 상용차 타이어 제조업체들은 ‘회전저항’과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을 타이어에 라벨 형태로 의무 부착해야한다.

2013년부터 소형트럭에는 에너지효율등급제가 적용되고 있으나, 중대형 상용차 타이어의 경우 젖은 노면에서 제동력을 시험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도입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전북 새만금주행시험장을 상용차 타이어 효율관리시험기관으로 지정, 국내에서 상용차 타이어를 판매하는 모든 업체에 에너지 효율 검사를 통과하도록 조치했다. 

타이어 성능을 대부분 체감에 의존해야 했던 화물차 운전자들은 올해부터 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타이어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국내 상용차 타이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수입산 타이어(유럽·미국·일본산 타이어)와 국산 타이어의 성능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값싼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린 중국산 타이어도 본격적인 성능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상용차 타이어 에너지효율등급, 무엇으로 평가되나
상용차 타이어의 에너지효율등급은 타이어별로 ‘회전저항’과 ‘젖은 노면 제동력’을 평가해 5단계로 나뉜다. 1등급이 가장 성능이 좋은 등급이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에너지 효율이 낮아진다.

타이어의 회전저항에 따라 연비 효율이 좌우된다. 회전저항은 타이어 고무와 섬유질 코드가 운전 중 노면의 조건에 따라 형태가 변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뜻한다. 회전저항 에너지가 적을수록 연료 소모가 줄어 연비 향상으로 이어진다.

한국타이어산업협회(KOTMA)에 따르면, 회전저항계수(Rolling Resistance Coefficient, RRC)가 4.0 이하일 경우엔 1등급, 4.1~5.0은 2등급, 5.1~6.0은 3등급, 6.1~7.0은 4등급, 7.0을 넘어가면 5등급으로 판정된다. 1등급 타이어를 장착하면 5등급 타이어 보다 연비를 최대 15% 절감할 수 있다.

젖은 노면 제동력은 타이어를 테스트카에 장착하거나 제동 시스템을 갖춘 트레일러에 장착해 측정한다. 테스트카로 실험할 때는 감속도를 평가하며 트레일러를 이용할 경우 평균 제동력을 확인한다.

구체적으로 젖은 노면 제동력 지수(G)가 1.25 이상일 경우엔 1등급, 1.10~1.24는 2등급, 0.95~1.09는 3등급, 0.80~ 0.94는 4등급으로 판정된다. 1등급 타이어를 장착하고 급제동할 시 5등급 타이어 대비 최대 18m를 앞당겨 제동할 수 있다.

“국산-수입산 별 차이 없다”…미리보는 효율 등급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상용차 타이어들의 구체적인 에너지효율등급은 1월 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 전에 동일한 효율 등급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유럽 타이어 시장을 참고해 등급을 미리 알아본 결과, 에너지 효율성에선 수입산과 국내산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산과 국내산 제품 대부분 연비와 젖은 노면 제동력 모두 B~D 등급을 오갔으며, 소음 수준도 67~73db로 큰 차이가 없었다. A등급을 받은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국내서 판매되는 중국산 타이어 제품의 경우 에너지효율등급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유럽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타이어 기준 C~D등급을 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산 타이어는 2010년대 중반까지 값싼 가격으로 유럽에서 판매량을 확대했으나 2017년부터 유럽 정부가 지나친 가격 덤핑에 제재를 가하고자 관세가 크게 늘며 판매량이 급감했다. 에너지효율등급 기준을 맞추지 못한 중국산 브랜드는 퇴출당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상용차 타이어 업계에선 국내에서도 수입산, 국산은 2~4등급, 중국산은 3~4등급 수준으로 에너지효율등급이 매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등급 타이어의 등장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실제로 승용차 부문에서 에너지효율등급 제도가 시행된 이후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가 각각 ‘앙프랑 에코(enfren eco), ’에코윙-S(ecowing-S)’를 제작했으나 현재는 단종된 상태다. 품질은 뛰어났지만 높은 가격으로 수요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한 타이어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타이어 브랜드가 1등급 타이어를 제작할 기술력을 갖췄으나 타이어 가격이 기존 모델에 비해 20~30%가량 늘어 시장성이 떨어진다.”라고 말하며, “상용차 고객들은 특히 가격에 민감한 만큼 2~3등급 수준에서 타이어 시장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산 타이어는 공개되는 등급에 따라 시장 반응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값싼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으나 구체적인 성능을 보고선 수입산이나 국산을 고려하는 차주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화물차 운전자는 “중국산 타이어가 최근 몇 년 사이 가격이 많이 올라 국산에 비해서 큰 차이가 없어졌다.”고 말하며, “차주들끼리는 중국산 타이어가 5만 원 정도 싼 대신 품질이나 수명이 20% 정도 떨어진다는 인식을 공유해왔는데 공식적인 에너지 효율 등급이 표시되면 보다 정확하게 성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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