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입제 등 화물차주 발목 잡는 제도 여전
새로운 제도도 일부 화물차주들만 혜택
최저임금인 안전운임제, 일몰제로 끝나나

화물차주들이 화물운송현장에서 저임금으로 인해 과로, 과속, 과적하는 운행 환경에 내몰린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화물차주들은 파업이나 국민 청원 등으로 화물운송현장의 개선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지입제나 주선수수료 등 수십 년간 화물차주들의 발목을 잡는 제도가 남아 있고 새롭게 시행된 안전운임제나 산재보험 의무화 제도도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영업용 화물차주의 수가 41만 명이 넘지만 일부 화물차주들에게만 사회적 안전망이 가동되고 있다.

작년 국회에선 화물운송현장을 개선하는 법이 발의되었으나 대부분 계류되었고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행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도 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대책들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엔 화물차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까. 화물차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화물운송시장 개선안을 정리해봤다.

지입제, ‘폐지’ 목소리 갈수록 커져
지입제는 운송업체에 개인 소유의 차량을 등록하여 일거리와 보수를 받는 제도로 우리나라 영업용 화물차의 대부분이 지입차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입제는 화물운송사업 허가를 보유하지 못한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화물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간의 계약으로, 화물차운수사업법상 경영 위탁으로 허용되고 있다. 지입제는 시장진입에 필요한 차량대수를 충족하기 위해 형성되었으며, 현재는 허가제 하에서 시장수급조절제도와 맞물려 지속되고 있다.

지입제의 문제점은 운송업체가 일감을 쥐고 있는데 차량 관리와 운행 책임은 화물차주가 도맡는다는 점이다. 화물차주들은 할부금은 물론 지입료까지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며 운송업체가 영업용 번호판과 일감을 제공한다는 말을 믿고 화물차를 구매했다가 일감을 받지 못하고 빚더미에 앉게 되는 지입 사기 등의 문제도 겪고 있다. 지입계약 시 번호판 권리금을 지불해야 하거나 일감 알선과 보험 갱신 등으로 수수료도 청구 받고 있다.

정부는 그간 지입제 보완을 위해 화물차가 현물출자된 형태에서만 지입을 허용하고 운송사업자가 화물운송사업을 벌이려면 최소 1대를 보유하도록 했다. 

2015년엔 지입차주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불공정한 계약을 무효하거나 차주의 동의 없이 대폐차를 할 수 없도록 막는 등 지입차주들의 권리를 개선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개선에도 지입제가 영업용 번호판 프리미엄을 조장해 번호판 값이 폭등하고 운송업체가 화물차주에게 과도한 지입료를 거두거나 과적을 종용하는 등 폐단이 잔존하고 있다. 이에 화물차주들은 지입제를 폐지하고 화물차주에게 개별운송허가증을 내달라는 입장이다. 화물차주에게 개별운송허가증이 지급되면 차주가 운송업체를 거치지 않고 화주와 직접 연결해 화물운송을 수행하고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전 품목 확대 요구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트랙터가 트레일러에 실어 수송하는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 두 가지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현행 안전운임제는 3년 일몰제로 2022년이 끝나면 자동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시행 2년이 지난 현재, 안전운임제의 혜택은 일부 차주들에게만 집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반 시 처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안전운임제 위반 시 과태료 500만 원을 물게 되어 있지만, 실제 신고사례가 천 건이 넘었어도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던 것. 특히, 안전운임제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화물차주의 신상이 드러날 수도 있어 신고자의 비밀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여기에 운송업체는 화물차주에게 업무대행 서비스, 시설 관리비 등 법에 명시되지 않은 관리비를 화물차주에게 부과하고 있다. 화물차주·운송업체·화주가 모여 안전운임제도를 총괄하는 안전운임위원회도 매년 안전운임액 산정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에 화물차주들은 안전운임제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의 관리를 촉구하고 안전운임 일몰제를 폐지하고 전 차종으로 품목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안전운임제는 작년 1월 일몰제를 폐지하는 개정안이 입법됐으나 여전히 국토교통위원회에 표류된 상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개정안 추이를 지켜본 뒤 올해 초부터 안전운임제 존폐를 두고 이해관계자인 화물차주·운송업체·화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산재보험, ‘전속성’ 조건 없애고 전면 적용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보상 의무를 구체화한 것으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고, 사업주에게는 재해에 따른 일시적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에서 관장하는 사회보험제도다.

지금까지 화물차주들은 작업 현장에서 사고를 당해도 산재보험을 받기가 어려웠다. 특수형태근로자로 분류되는 화물차주는 산재보험이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별도의 특례 제도를 통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으나 적용 직종이 제한적이고 가입 요건이 어렵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작년 7월부터 특수형태근로자에 포함되는 화물차주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산재보험 적용 대상으로 선정된 화물차주는 약 7만 5,000명으로,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와 철강재, 유해화학물질 및 고압가스 등 위험물질 품목을 운반하는 사람이다.

단, 이는 현재 추산되는 영업용 화물차주가 약 41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여기에 산재보험 가입을 위해선 ‘하나의 사업에 필요한 노동을 상시 제공해야 한다.’는 전속성 조건을 충족해야 된다. 다양한 운송업체를 오가며 일하는 화물차주는 여전히 산재보험에 적용받을 수 없다.

이에 화물차주는 특수형태근로자들의 산재보험 충족 요건에서 전속성 조항을 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선 작년 10월 전속성 조항을 삭제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며 전속성 규정이 삭제되면 대부분 화물차주가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선수수료, 비율 정하는 ‘상한제’ 도입
우리나라 운송업체는 화주로부터 화물차주에게 화물을 알선하고 일정 수수료를 받아 운영된다. 단, 현행법상 주선수수료에 상한이 없어 적정 수수료를 놓고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주선수수료 문제는 화물콜 어플(이하 화물앱)이 상용화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화물앱은 화물차주 입장에선 물량 확보가 쉽고 진입 장벽이 낮아 초보자부터 베테랑까지 애용하는 수단이지만 운송업체가 일감을 쥐고 수수료를 설정할 수 있는 게 단점이다. 운송업체는 화주에게 받은 운송료보다 낮은 금액으로 배차하고 그 운임에서도 수수료를 거두는 소위 ‘선칼질’을 시행하기도 했다.

운임 갈등을 막기 위해 화물차주 대부분은 일정한 요율의 범위 내에서 주선수수료를 정하는 ‘주선수수료 상한제’를 요구하고 있다. 

주선수수료 상한제는 2018년부터 꾸준히 신설되어야 한다는 건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작년 4월에도 새롭게 발의된 바 있다. 일부 화물차주들은 과도한 수수료를 벗어나고자 운송업체를 배제하고 화주와 화물차주가 직거래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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