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운 인증 절차 ■ 독점 방지 쿼터제
올 10월까지 중국산 전기버스 전년 동기비 116%↑
자기부담금 1억 원에도 불구 중국산 증가세 여전
중국산 업체 “성능 우수” VS. 국산 업체 “편법 잔존”

국내에 진출한 중국산 비야디 전기버스
국내에 진출한 중국산 비야디 전기버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잠식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올해부터는 정부가 국내에 중국산 전기버스가 공짜로 도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기버스 구매보조금 제도를 개편했음에도 중국산 전기버스의 증가율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올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증가율면에서 국산 전기버스는 44%인데 반해, 중국산은 3배 가까운 116%나 증가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기버스 보조금 제도는 차량 성능과 판매가에 상관없이 모든 전기버스에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해 국산 전기버스 업체에 ‘역차별’이란 지적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전기버스 보조금 제도를 개편해 차량 성능별로 보조금 지급을 달리하고 중국산, 국산 관계없이 최소 1억 원을 운수업체가 자부담하도록 조치했다. 

국산 전기버스 업계에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국산 전기버스가 판매량 및 점유율을 늘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올해도 중국산 전기버스는 전년 대비 증가세가 이어졌다. 

*상세한 수치는 상용차매거진 12-1월호(99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차량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올 1~10월 국내에 판매된 중국산 전기버스는 216대로 전년 동기(100대) 대비 1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산 전기버스는 446대로 전년 동기(309대) 대비 44.3% 증가했다.

점유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올해 1~10월까지 점유율 32.6%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24.4%) 대비 8.2%포인트(p) 상승했다.

현재까지 국내에 진출한 중국산 전기버스 업체는 비야디, 하이거, 황해자동차, 킹롱 등 10개사가 넘는다. 매년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업체가 2~4개사 이상 생길 정도로 확장성도 크다. 반면에 국산 전기버스 업체로는 현대자동차,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등 3개사에 불과하다.

중국산 증가세, 쉬운 인증과 독점방지법이 배경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확장성 배경에는 국산 전기버스보다 쉬운 인증 절차, 독점방지 금지법으로 인해 운수업체가 다양한 모델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먼저 국제법에 따르면 외국에서 생산 시설이 확보되고 생산 이력이 풍부한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국내 도입 때 별도의 추가 인증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전기버스 제조사업을 진행했고 현지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어 국내 도입이 쉽다. 중국에서 안전도·적합성 검증서를 갖추고 국내 도입에서 지자체별 주행테스트만 통과하면 운수업체는 손쉽게 해당 모델을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전기버스 사업에 ‘특정업체 독점 방지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운수업체가 10대 넘게 전기버스를 구매할 경우 특정업체 차량 비율이 50%를 넘어선 안 된다. 독점 방지 쿼터제는 최초엔 현대차 등 국내서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춘 전기버스 제조업체로부터 중소규모 전기버스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지만 중국산 전기버스에도 국내 시장에 진입할 활로를 열어줬다.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몇 년 전 전기버스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대차 전기버스에 구매 제한이 걸렸고 다른 국산 전기버스를 검토하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저렴한 가격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10대 이하에도 쿼터제에 걸렸던 만큼 다양한 모델을 제공하는 중국산에 눈길이 갔다.”고 전했다.

전기버스 성능? 국산-중국산 모두 ‘우리 것이 최고’
전기버스 업계에선 중국산 전기버스의 약진에 대해 ‘우수한 성능으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국내 제도의 허점을 노려 점유율을 키운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고시된 전기버스 스펙에 따르면 현대차, 에디슨의 모델들이 전비 1.38~1.56kWh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중국산 전기버스도 전비 1.55kWh의 모델이 있었지만 대부분 1.09~1.38kWh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중국산 전기버스 업체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에서 진행한 주행테스트에선 중국산 모델이 전비가 더 우수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하며 “단순 1회 충전거리와 배터리 용량을 비교했을 땐, 국산 버스의 전비가 높아 보여도 실제 전기버스는 배터리를 다 쓰기 전에 충전소에 들어가고 회생 제동도 이용하는 만큼 짧은 거리에서의 전비가 더 중요한데 이 점에서 중국산 전기버스가 더 효율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에서 판매량을 넓히고 있는 편법으로 알려진 ‘백마진(마진 돌려주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백마진은 일부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판매업체들이 판매가를 부풀려 보조금을 타내고 이 차익을 운수업체에 돌려주거나 무상부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가 되었다.

중국산 전기버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정부가 운수업체와 전기버스 판매업체들에 청렴계약 이행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부정계약 적발 시에는 퇴출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어 불법으로 거래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산 전기버스 업체 관계자는 “청렴 계약 이행서엔 사후 검증절차가 없어 중국산 전기버스의 편법을 적발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하며 “보조금 상한액을 현지 공장 출하 가격이나 수입가 중 7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개선하고 성능에 더욱 차별을 둔 보조금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하이거 전기버스
중국산 하이거 전기버스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전기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