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화물운송 어플, ‘자가용’에도 일감 제공해
영업용 화물차주 ‘피해 호소’…대책 마련 촉구

자가용 화물차들. 이들 차량 중 상당수가 불법 운송을 함으로써 화물차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자가용 화물차들. 이들 차량 중 상당수가 불법 운송을 함으로써 화물차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최근 흰색 번호판을 단 1톤 트럭이 짐을 가득 싣고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걸 보았습니다. 차량 측면에는 차주의 휴대폰 번호가 쓰여 있었고 신속배달 따위의 홍보 문구가 작성되어 있었죠. 신고하려고 해도 운행 중이라 멀뚱히 지켜봐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영업용 화물차주가 남긴 말이다.

국내 화물차 시장은 영업용 화물차주의 일자리 및 운임을 보장하기 위해 2004년부터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 화물운송 시장에 진입하려면 웃돈을 주고 노란색 번호판을 구매해야 하며 영업용 화물차를 운영하는데 따른 보험비,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허가제에 따라 노란색 번호판을 장착하지 않은 화물차는 돈을 받고 화물을 옮겨선 안 된다.

이 같은 부대비용으로 인해 영업용 화물차로 화물을 옮기는 비용은 자가용 화물차로 옮기는 비용보다 비싸다. 이에 도심 내 화물 운송이나 짧은 거리로 이사할 때, 일각에서는 암암리에 자가용 화물차를 고용하곤 했다.

1~5톤 미만 트럭을 운용하는 화물차주들은 퀵서비스·이사·용달 등 각종 화물운송 서비스에서 자가용 화물차의 불법영업으로 인한 피해를 수년째 호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화물차주 피해 여전…“업체 단위로 커질까 두려워”
영업용 화물차주들은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고 각종 화물운송 중개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우후죽순 출시되며 자가용 화물차도 쉽게 일감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성토했다. 

특히, 기존 앱은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한해 일감을 제공했다면 새로운 앱들은 기사 확보를 위해 인증 절차를 간소화했고 도보, 자전거, 오토바이, 자가용 화물차 등으로 영역을 넓혀 영업용 화물차주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한 1톤 화물차주는 “한 화물운송 중개앱은 다마스, 라보 등 자가용 화물차에도 월 회비를 받고 일감을 내주고 있다.”고 말하며 “영업용 화물차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현재는 앱 가입 시 노란색 번호판을 인증해야 하지만 그동안 가입된 화물차에겐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알 길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지난 6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모 중개앱도 자가용 화물차, 오토바이 등에 일감을 제공한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한 화물차주는 “해당 중개앱은 운전면허증 만으로도 인증이 돼 자가용 화물차와 영업용 화물차를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하며 “국내에서 상당히 규모가 큰 업체가 화물운송시장에 손을 뻗었는데 이들이 불법영업을 조장하면 그 피해는 막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 9월 화물차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영업용 화물차주들은 ‘자가용 화물차의 불법영업 및 이를 조장하는 업체들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청원에 서명한 화물차주는 “화물운송 중개앱을 포함해 다양한 이동 수단들이 법의 포위망을 벗어나 화물운송업에 손을 대고 있다.”고 말하며 “영업용 화물차주는 비싼 넘버를 포함해 정당한 대가를 주고 화물운송업을 시작한 사람들인 만큼 이들의 권익을 보호해 달라.”고 주장했다.

유상운송 구분 어렵고 소통창구는 ‘유명무실’
자가용 화물차의 불법영업을 근절해달라는 영업용 화물차주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에선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자체별로 자가용 화물운송 불법신고 창구를 마련하고 2015년엔 화물운송 불법신고자를 포상하는 제도를 시행했으나 경기도 기준으로 7개의 시만 해당 제도를 시행했을 정도로 참여율이 저조했다. 또한, 경기도에선 2019년 총 51건, 부산에선 작년 기준 신고 건수가 1건으로 집계되는 등 적발 사례도 적었다.

또한, 화물운송 불법영업을 증명하는 것 자체도 까다롭다. 불법영업을 적발하고자 한다면 흰색 번호판을 단 트럭이 화물을 실은 모습을 확보해야 하며 그 화물이 차주 것이 아닌 남에게 위탁 받은 행위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마저도 서로 금액이 오고가지 않았다면 불법이 아니다. 자가용 화물차주와 고객이 작심하고 속이면 영업용 화물차주 입장에선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화물업계 한 관계자는 “자가용 화물차를 이용하는 고객, 자가용 화물차를 모는 사람을 합치면 수백만 명이 넘을 텐데 이를 적발해야하는 영업용 화물차 운전자는 약 42만 명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영업용 화물차주에게 불법영업 적발의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바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업용 화물차주들이 불법 영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영업용 화물차주들이 불법 영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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