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년부터 외국 상용차기업 규제 풀어
中 현지에 생산공장 인수·구축 가능해져
합작사 인수한 현대차, 수소트럭 양산 호기
볼보트럭·스카니아, 2022년부터 현지 생산

볼보트럭이 지난 8월 중국 트럭회사와 생산공장을 인수했다. 내년 말부터 대형트럭 라인업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볼보트럭이 지난 8월 중국 트럭회사와 생산공장을 인수했다. 내년 말부터 대형트럭 라인업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볼보트럭은 올해 중국에 상용차 생산공장을 구축한 뒤 몇 년 안에 지난해 중국 수출량의 3배가 넘는 1만 5,000대를 중국 현지에서 생산·판매하겠다.”

지난 8월 로저 알름(Roger Alm) 볼보트럭 사장은 중국 완성차업체 장링자동차(JMC)의 트럭 자회사인 장링중차와 그 생산공장을 인수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인수에 투입된 금액은 약 8억 위안(한화 약 1,500억 원). 

볼보트럭이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확보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 공장을 리모델링해 내년 말부터 대형트럭 라인업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유통 및 물류기업의 성장세와 함께 가파르게 증가 중인 고급 상용차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간 중국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확보를 위해 자국 기업과 수입사 간 합작 기업 형태로 진입할 수 있는 특수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 상용차는 모두 자국 메이커를 달고 생산됐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이 외국 상용차기업에 대한 자본 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자유로워졌다. 세계 최대 상용차 시장의 문(門)이 활짝 열린 것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상용차업체의 중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됐다. 

합작사 인수한 현대차, 실적 대폭 상승
중국이 상용차 부문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자본 제한 규제를 없앤 건 지난해다. 그간 50%로 제한했던 외국 상용차업체의 지분율을 100%까지 허용한 것이다. 하락세를 타고 있는 중국 자동차시장에 외국자본을 들여와 경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합작법인 형태로만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던 글로벌 상용차업체가 중국 업체를 인수해 현지에서 차량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중국 상용차시장의 개방 정책에 가장 먼저 대응한 기업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 2,026억 원을 투입해 기존 합작사 형태로 운영되던 사천현대기차유한공사(CHMC)의 지분 50%를 인수하고 사명을 현대트럭앤버스차이나(HTBC)로 변경했다. 중국 최초의 외국 기업 독자 상용차업체로 거듭난 것이다. CHMC는 현대차가 중국 상용차시장 진출을 위해 쓰촨난쥔자동차와 50대 50 비율로 설립한 회사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16만 대로, 준중형트럭 마이티(중국 모델명 셩투), 대형트럭 엑시언트(창호) 등을 주로 생산한다.

인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현대차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자동차산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HTBC의 지난해 상용차 판매량은 1만 4,645대로 전년도(5,515대) 대비 165.5%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상용차 시장이 전년도 대비 18% 수준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가파른 상승세다. 현대차는 독자 경영체제로 전환한 뒤 경영 효율성이 높아진 동시에 판매 및 서비스망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덕에 이 같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중국 내 활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친환경 상용차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내년에 HTBC 공장 두 곳을 수소트럭 생산공장으로 전환한 뒤 내년 하반기 중 수소트럭을 현지에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3년까지 1톤급 수소트럭을 개발해 2025년부터 양산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충전 인프라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지난해 말 중국 국제 수입박람회에 출품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모습. 
현대차가 지난해 말 중국 국제 수입박람회에 출품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모습. 

고급화 전략 내세운 유럽 상용차업체
유럽 상용차업체는 이번 중국 시장의 개방을 ‘신(新) 시장 개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중국의 유통 및 물류시장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운송 시장에서도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지면서 프리미엄 상용차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중국 자국 업체보다 뛰어난 성능을 내세워 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심산이다. 

중국 상용차시장의 규모는 연간 400 ~500만 대(픽업트럭 제외)로 단일 국가 시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그간 글로벌 상용차업체 대부분이 합작사 형태로 진출해있었으나, 생산공장의 부재와 운영상의 한계로 영향력을 넓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실제로 로저 알름 볼보트럭 사장은 지난 8월 중국 장링자동차의 트럭 자회사와 생산공장을 인수한 이유 중 하나로 “최근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프리미엄 트럭 수요가 급격히 증가” 한 점을 들며 지금이 중국에 대형트럭 생산기지를 설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볼보트럭은 내년 말부터 이 공장에서 대형트럭 및 덤프트럭 라인업인 FH· FM·FMX를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연간 생산량은 약 1만 5,000대. 볼보트럭이 지난해 유럽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한 양(4,500여 대)의 3배가 넘는 대수이자, 볼보트럭의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인 9만 4,000대의 약 16%에 해당하는 대수다.    

스카니아도 지난해 중국 상용차업체인 난퉁가오카이(Nantong Gaokai Automotive Manufacturing Ltd)를 인수한 뒤 중국 현지에 트럭 생산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스카니아는 상하이에서 북서쪽으로 150km 떨어진 장쑤성 루가오에 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2년 초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간 생산능력은 브라질 공장과 맞먹는 약 1만 2,000~1만 5,000대 규모로 추정되며, 스카니아는 중국 시장을 스카니아의 3대 글로벌 생산기지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이다.

스카니아의 중국 시장 전략도 볼보트럭과 비슷하다. 기술력을 앞세워 고급 차량 수요를 공략하는 것. 스카니아는 최신 대형트럭 라인업을 중국 현지에 출시하는 동시에 바이오 연료와 전동화 등 첨단 엔진 관련 기술까지 중국 시장에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아직 중국 내 생산라인 구축 계획이 없는 다임러트럭이 스카니아 트럭 공장에 자사 대형트럭인 악트로스를 위탁생산한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상용차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이 중국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스카니아는 중국 현지 공장을 자사의 3대 글로벌 생산기지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스카니아는 중국 현지 공장을 자사의 3대 글로벌 생산기지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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