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욱 기자가 바라본, 소형트럭 시장 |

“포터 대체할 만한 트럭 없나요”, “XX에서는 1톤 안 만드나요”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에서 1톤급 소형트럭 시장을 두고 이따금씩 나오는 화두다.

이 같은 물음에 앞서 1톤급 소형트럭의 판매량은 연간 15~16만 대로, 현대차 포터의 경우 한해 판매량이 승상용 포함 톱(top)3 안에 드는 9~10만 대 수준을 자랑하며, 기아 봉고 또한 5~6만 대 가량의 연간 수요를 자랑하며 톱10 안에 든다.

이는 웬만한 국산 완성차업체의 한해 판매량을 웃도는 수준인데, 지난해 르노삼성의 판매 실적 9만 6천 대, 쌍용차 8만 8천 대, 한국지엠 8만 3천 대를 한참 앞선다. 

소형트럭 판매량만 보면, 이런 황금 시장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포터와 봉고 모두 수십년째 개량만 거듭해 온 장수 모델이다. 그럼에도 여타 완성차업체가 소형트럭 시장에 진입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완성차업체가 포터(봉고 포함)처럼 원박스카 타입을 팔 수 있는 국가가 적다. 원박스카 타입의 구조는 정면 추돌시 안전성이 취약한데, 포터는 2008년에 진행된 56km/h 충돌 테스트에서 당시 취약(poor) 판정을 받았다. 유럽에서는 원박스카는 충돌 테스트를 상위권으로 통과해야 판매가 가능한데, 실제로 이들 국가에서는 포터 등의 역할을 엔진 룸의 반 정도가 전면으로 돌출된 세미보닛 타입의 LCV (일명: 경상용차)가 대신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대부분 신차를 출시할 때, 유럽 혹은 미국 출시를 고려해 개발하거나 이미 이들 나라서 출시된 모델을 가져온 경우다 보니, 국내만을 위한 혹은 원박스카 안전 규제가 약한 국가를 겨냥한 모델을 제작하기란 어렵다.

설령 제작한다 하더라도 수익성이 문제다. 현재 유로6 스텝C 디젤엔진이 탑재된 2.5ℓ 디젤엔진 포터의 판매가격은 1천 만 원 중후반대다. 아마 이보다 저렴한 2.5ℓ 디젤엔진을 장착한 상용차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현대차는 세미보닛 타입의 리베로도 판매했지만, 포터보다 높은 가격으로 시장서 외면받고 결국 단종됐다. 그만큼 국내 시장서 가격이 중요하다.

반대로 유럽이나 미국서 LCV나 픽업트럭을 가져온 경우를 보자. 첨단안전사양 및 편의성 등을 논외로 두고 포터와 비교해 적재능력에서 다소 뒤처짐에도 가격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진다. 물론 몇몇 모델은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가져갔지만, 포터 판매량에 영향을 줬다고 말하기엔 어렵다.

원박스카 타입에 익숙해진 국내 문화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 한다. 구조상 가진 특징으로 넓은 적재함, 짧은 회전반경을 바탕으로 도심의 좁은 골목과 농어촌의 농로에서 유리한 만큼, LCV와 픽업트럭이 극복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A/S다. 국내에 수입차량이 부쩍 늘어났지만,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제외하면, 국산차의 비중이 높다. 특히, 현대와 기아 그리고 쌍용차를 많이 볼 수 있는데, 포터는 농어촌에서 자가용 역할도 병행하는 만큼, 소형트럭 시장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국을 커버할 만한 서비스센터가 중요하다.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1톤 미만 경상용차 시장을 독점했던 한국지엠의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 된다. 이들 차종을 대체할 만한 모델로, 전기트럭과 중국 트럭 일부가 거론되지만, 강력하게 떠오른 후보는 없다. 이 시장 또한 포터와 비슷한 형국인데, 신 모델로 진출하기에는 고려할 것이 너무 많다. 판매량이 보장되도, 수익성은 보장받기 어려운 시장. 그렇기에 완성차 업체의 진출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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