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두고 여전히 혼란 이어져
일부 화주·운송업체 제도 무력화 시도
화물차주들 “전차종·전품목 확대가 목표”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고 있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트랙터(+트레일러)

화물차주들의 최저임금이라 불리는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지 어느덧 3개월. 여전히 산고(産苦)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화물의 주인인 화주와 화물을 나르는 화물차주, 그리고 화물을 중개하는 운송업체 간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서다. 지난 호 <상용차매거진 3월>에는 안전운임제로 인해 존폐위기에 놓였다는 운송업체의 목소리를 들어봤다면, 이번 호에서는 일선 현장의 화물차주의 의견을 들어봤다.

지난 1월부터 영업용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시행됐다. 안전운임은 컨테이너 기준 1km당 평균 2,033~2,277원, 시멘트는 1km당 평균 899~957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 기준에 맞춰 화주 및 화물운송업체는 안전운임을 지불해야 한다. 화물차주 또한 안전운임 고시에서 정한 운임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덧붙여 이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와 운수사업자는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화물차주들의 운임 상승은 물론 과적 시 책임소재가 명확해지고 화주 및 운송사와 차주 간 거래 관계가 더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일선 현장에서 들리는 화물차주들의 말을 들어보면 안전운임제의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전운임제를 아예 무시하거나 화물차주에게 낮은 운임으로 협약을 맺을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화물차주 입장에선 법보다 불법이 가까운 상황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화물차주가 체감하는 안전운임제의 현실에 대해, 화물차주들의 모임인 화물연대 관계자에게 조금 더 자세한 상황을 들어보았다.

제도 허점 파고들어, 심지어 탄압도
관계자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정착을 위해서는 3자(화물차주-운송업체-화주) 간의 협력과 정부의 조율이 필요한데 일부 화주와 운송업체들은 제도의 미비한 부분을 노려 안전운임제를 지키지 않고 있다.

일부 화주·운송업체가 안전운임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방법은 안전운임 지급거부와 같은 직접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여러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제도의 미비한 부분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가장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례로는 제도상 금지된 관리비, 수수료, 상·하차비를 징수하거나, 섀시 임대료, 지입료 등 기존 원가 항목을 인상하는 경우가 보고되었고 부대조항 중 할증조항 적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밖에도 관계자는 화물차주를 탄압하는 사례도 전했다. 화물차주가 운송 시 안전운임을 요구하면, 배차를 해주되 장거리 운송 후 돌아오는 코스엔 배차 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공차운행을 강요하는 식이다. 시멘트의 경우에는 야간 상·하차를 일방적으로 금지하거나 적재량을 조절하여 안전운임제를 요구한 것에 대한 손해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태도는 아쉬움을 더한다고 한다. 법을 개정한 이후로 제대로 안전운임제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교섭과정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안전운임 및 안전운송원가 발표도 늦었다는 것이다. 이후 제도 정착에 적극적인 모습을 바랐는데 현재로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안전운임제는 운임의 정상화 과정
화물차주들은 안전운임액 산정은 화물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고 무리한 운행을 방지하기 위해 운임상승을 전제로 논의되었으나, 일부 구간서는 오히려 삭감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화물차주들은 운임이 상향되었기 보다는 정상화됐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에 관계자는 운임 산정에 있어 제도 시행 첫해인 점과 운송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운임을 두드러지게 인상하기보다 전국 안전운임의 평준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 구간이 모두 인상되기 보다는 운임이 너무 낮았던 구간은 기존보다 인상했고, 화물차 운행을 꺼려하는 오지, 험로, 희귀 노선 등은 오히려 운임이 삭감되었다.

안전운임제, ‘염원’이자 ‘동행’
화물차주들은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를 정상적인 직업군으로 만드는 기반이자 시작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관계자는 “그동안 화물차주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위치와 지입제라는 낡은 제도로 고통받았다.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운송에 필요한 제반비용을 본인이 부담하면서도 삭감되는 운임을 메우기 위해 장시간, 고강도로 일해야 했다.”고 말했다. 

화물차주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안전운임제의 전차종·전품목 확대다. 화물차주의 운임 인상이 과적·과속 문제를 해결하고 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안전운임제가 우리나라에 완전히 정착되면 운송업무와 운임거래에 있어 투명성이 확보되고 불필요한 비용, 다단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화물차주들은 안전운임제를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업계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편하고자 한다고 주장하면서 “안전운임제는 비단 화물차주의 생명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물류비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이고, 안전운임제 정착을 위해 화물차주 뿐만 아니라 화주, 운송업체, 정부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가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힘을 모아야 할 시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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