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고강도 시장 정책과 환경조성으로 모두 극복
그로부터 10년, 코로나19…또 찾아온 시장 위기
헤쳐나갈 방법 찾고 실천지혜·의지로 극복해야

국내 화물차 시장은 시장경기 혹은 정책에 맞춰 요동을 쳤다. 1997년 IMF외환위기를 지나 2004년 영업용 화물차 수급조절과 화물연대 파업,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2011년 4대강 사업, 2015년 유로6 발효 등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화물차 시장의 수요부진으로 트럭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준중형(2톤~3.5톤) 및 중대형 트럭(4.5톤 이상 카고, 트랙터, 건설기계용 덤프·믹서트럭 포함)의 신차 판매대수는 3만대를 넘기지 못하고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 연평균 준중형 및 중대형 트럭 판매량이 3만 5,000대인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제조업부터 서비스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이 마비 지경에 이르렀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언제까지 지속될 지 예측할 수 없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 산업 전반에는 10년에 한번 꼴로 위기상황이 닥쳤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물류운송이 멈췄으며,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건설경기까지 악화되어 트럭 판매가 급격히 준 적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상황은 모두 지혜롭게 극복됐다. 지난 20년간 국내 트럭시장은 유례없는 호황과 불황을 모두 겪을 만큼 급격한 변화를 거듭했다. <상용차매거진> 10주년 창간호를 맞이해 지난 20년간 트럭시장이 걸어 온 역경과 극복과정, 그 부침(浮沈)의 역사를 되짚어 봤다.

클릭하시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상세한 수치는 월간지 '상용차매거진 4월호(82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트럭 수요 곤두박질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을 덮쳤다.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렸다. 소비를 줄여 위기를 극복하자는 분위기가 나라 전체로 퍼져나갔다. 건설경기와 수출입 물동량이 침체되고 소비문화가 위축되면서 국내 트럭시장은 곤두박질쳤다. 2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역대 최악의 실적이였다.
 
IMF 이듬해인 1998년 준중형 및 중대형 트럭의 판매대수는 1만 7,469대를 기록했다. 전년도 판매량이었던 5만 1,518대보다 무려 66%나 줄어들었다. 

외환위기는 트럭 판매량만 감소시키지 않았다. 국내 트럭시장은 이 같은 불황을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호황만 누리던 국산트럭 제조업체는 침체기를 타개할 힘이 없었다. 부도와 인수합병이 줄을 이었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트럭 제조업체 대부분이 외환위기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대우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아시아자동차, 삼성상용차 등이 그랬다.   

(좌측부터) IMF 외환위기 이후 단종된 쌍용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의 트럭.

IMF 외환위기 이래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 트럭의 판매대수는 2만대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아무리 불황이 닥쳐와도 앞으로 서술할 두 해(2008년, 2019년)를 제외하면 3만대 이상은 꾸준히 유지됐다. ‘2만대 이하’라는 판매대수는 1998년이 유일했다.

1999~2004년
시장 진입규제 완화로 봇물 터진 시장
트럭시장의 수요 절벽에 시장도 정부도 모두 놀랐다. 시장 부흥책으로 정부는 화물운송시장 진입기준을 낮추기로 했다. 

1997년에 정부는 신규 운송사업자 등록 기준을 완화시켰다. 운송사업자로 등록할 때 필요한 최소 차량보유대수를 한 대에서 다섯 대로 줄이고, 최저자본금 기준을 없애거나 낮춘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부는 1999년에 영업용화물차 번호판 등록체제를 기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며 화물운송시장 진입기준을 한 번 더 완화했다. 

그 결과 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완화와 수입브랜드의 진출에 힘입어 다시 일어섰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1998년 1만 7,469대의 판매대수는 4년이 지난 2002년에 5만 363대를 기록하며 188% 이상 증가했다.
 
등록제가 시행되자 덩달아 영업용화물차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로 인해 영업용화물차도 1998년 17만 6,642대에서 6년 새 31만 4,864대(2004년)로 78% 이상 증가했다

2004~2008년
진입규제, 세계금융위기 그리고 연이은 파업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급격히 늘어난 영업용 화물차가 부작용을 일으켰다.

물동량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영업용 화물차만 계속 늘어나니 운임이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2003년 민주노총 산하의 화물연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다. 화물차 시장 진입을 억제하고 운임을 보전해달라는 요구였다. 이는 곧바로 트럭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2002년 5만 363대를 기록했던 준중형 및 중대형 트럭 판매량은 파업이 일어난 2003년에 4만 3,360대로 14% 떨어졌다.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이듬해 2004년 화물차 수급조절에 들어갔다.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꾼 것이다. 정부는 영업용화물차 번호판을 허가제로 운영하면서 신규등록을 중단시켰다.

이 또한 트럭시장의 수요하락으로 이어지게 했다. 준중형 및 중대형 트럭 판매량은 3만 4,017대로, 이후 2006년까지 약 3만 3,000대 선을 나타냈다.   

2008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져 전 세계에 금융위기가 닥쳤다. 트럭 시장도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이것도 잠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도화선인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진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곧 국내 경제를 덮쳤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였다. 여기에 화물연대가 표준운임제를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을 일으켰다. 국제금융위기와 물류대란으로 국내 트럭시장은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운임 인상을 주장하며 대규모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결국 2008년에 준중형 및 중대형 트럭은 2만 8,586대가 팔렸다. 2000년대 연 평균 판매대수인 3만 3,000대 선이 무너진 것도 모자라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판매량이 ‘2만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IMF가 터진 후 정확히 10년 만에 벌어진 사태였다.

2009~2013년
4대강 사업…2003년 이후 다시 찾아온 호황
끝날 것 같지 않던 경제위기는 미국 정권교체와 함께 종식됐다. 동시에 국내에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트럭시장은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정부의 경기 부흥책으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확대한데 이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는 약 22조원을 투입해 ‘4대강 사업’을 진행했다. 대규모 국정 사업을 비롯해 각종 토목사업이 국가적으로 장려되던 시기였다. 

건설 경기 전반이 살아났고 물동량도 증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준중형 및 중대형 트럭 판매량도 급증했다.
 
2009년 3만 247대였던 판매대수는 2010년에 16.8% 증가한 3만 5,323대를 기록하더니 2011년에는 27.7% 상승한 3만 8,638대까지 치솟았다. 이 수치는 영업용 화물차 진입규제가 완화됐던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판매고였다. 

대규모 국정 사업으로 달아오른 상승세는 4대강 사업이 완공된 2011년 이후부터 서서히 낮아지다가 정부 임기가 끝나던 2013년에 완전히 가라앉았다.

2012년 준중형 및 중대형 트럭 판매대수는 3만 2,546대로 2011년에 비해 약 15.8% 감소했으며, 정부 임기가 끝나던 2013년에는 3만 746대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도 폭발적으로 트럭이 판매됐던 4대강 사업이 끝난 후 일거리가 없어 신차 불황에 중고차 마저 매물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대강 사업으로 덤프트럭을 비롯 중대형트럭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3~2017년
수입 브랜드 증가에 ‘유로6 호재’ 더해져 
업계의 예상과 달리 가라앉았던 판매량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상승했다. 최신예 환경규제인 ‘유로6’ 도입이 컸다.

2014년 유럽에서 최신 환경규제 유로6가 시행됐다. 국내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2015년부터 유로6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유로5 트럭 판매를 2015년 7월까지로 제한했다. 이 탓에 유로6 대비 10~30% 차량 가격이 저렴했던 유로5 트럭에 구매자들이 몰리면서 2014년 트럭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유로6 도입에 따른 반작용’ 때문이었다. 

2014년 당시 준중형 및 중대형 트럭은 전년 대비 22.4% 증가한 3만 7,633대가 팔렸다. 이는 4대강 사업으로 호황을 누렸던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판매량으로 기록됐다.

유로6 호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로6로 오른 차량 가격 탓에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정작 유로6 모델은 차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유럽 브랜드들은 아시아 지역 최초로 유로6를 한국에 도입한 만큼,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 시장으로 여기며 최신예 차량을 대거 선보이기 시작했다. 수입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여기에 2015년부터 늘어난 착공물량과 건설투자로 인해 신규 트럭시장이 활발해졌다.

그 결과 2015년 3만 1,000여 대가 판매되며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2016년과 2017년에는 3만 5,000대로 다시 회복하는 시장성을 보였다.

2015년 볼보트럭코리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국내에 중형카고트럭 FL 시리즈를 출시했다.

2018년~현재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
거기까지였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2018년, 국내 트럭시장은 또 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나라 전체에 불황이 지속됐다.
 
건설투자와 착공물량이 줄기 시작하면서 트럭시장도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엔 전년대비 15% 하락한 3만 154대를 판매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였다. 

2019년에도 국내외로 벌어진 무역 전쟁과 혼란스러운 경제 상황 속에서 경기는 더욱 침체됐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화물 운송량이 감소하자 2019년 국내 준중형 및 중대형 트럭 판매량은 2만 9,215대로 더 내려앉았다. 3만대 선도 무너진 것이다. 2019년은 세계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과 함께 ‘2만대 수준’을 기록한 유일한 해였다.

이 같은 경기침체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경제 활동이 둔화됐다.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잇는 경제위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생산을 멈춘 바 있다.

상용차 생산 라인도 타격을 받았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현재 유럽,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상용차 제조업체 대부분이 트럭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생산 공장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 글로벌 위기 사태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상황은 아니다. 국내 트럭시장은 과거 20년 동안 맞닥뜨린 두 번의 위기를 모두 극복했다. 1998년 외환위기는 화물차 시장 진입규제를 완화시킴으로써,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해서 말이다. 

상용차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이런 대규모 위기는 정책만으로 이겨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화물운송시장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이 다함께 노력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 도래한 거대한 파고가 아무리 거세다 해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을 찾아 펼치는 지혜와 의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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