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콘보이·중 만방 등 트럭판 우버 '성행'
화주-차주 이해관계 충족, 공차율↓ 안전성↑
한국의 화물앱, 인프라 충분하나 비혁신적

우버(Uber)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공유경제란 스마트폰으로 물건·공간·서비스를 빌리고 나눠 쓰는 모델을 일컫는다. 우버는 일반인도 택시 기사가 될 수 있는 ‘카풀’ 서비스로 유명하지만 화물운송앱 우버 프레이트(Uber Freight)를 출시하는 등 물류 시장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광활한 대륙을 오가며 대규모 물동량을 자랑하는 미국을 비롯해 중국, 브라질 등지서 트럭판 우버, 화물앱이 부상하고 있다.

화물앱은 화주가 보내고 싶은 화물을 등록하면 근처에 등록된 화물차주가 물품을 받아 지정된 장소로 배송한다. 이용자는 화물을 추적할 수 있고 트럭 운전자는 자신의 동선에 맞춰 일할 수 있다. 이는 국내 화물앱과 유사한데 화주와 화물차주를 중개하는 주선사가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큰 차이가 없다.

해외에서 화물앱이 주목 받게 된 이유는 화물의 안전성 확보와 공차율 해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주 입장에선 운송업체를 믿고 맡기기 어려웠고 내 화물의 배송상태를 추적할 수 없었다. 일례로 운송업체가 화물을 받은 후 다른 데에다 옮기고 “도난당했다.”라고 말하면 화주 입장에선 회수할 방법이 없었다. 

빈차로 운행해야 하는 공차문제도 컸다. 화물차주는 일감을 원하는 위치에서 받지 못하고 화주가 요구하는 지역으로 이동해서 화물을 받아야 했다. 자신의 거주지역과 가까우면 상관없지만 먼 경우에는 공차로 주행해야 했다. 땅덩어리가 큰 나라일수록 공차주행은 운행손실로 다가왔다.

트럭판 우버가 등장하기 전 해외에선 화물 안전성문제와 공차문제는 화물업에 종사하면 ‘으레 일어나는 일’로 인식되었으나, 수백·수천에 달하는 화물업체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해외판 화물앱이 등장하면서 물류 시장에 변혁을 꾀하고 있다.

미국 콘보이(CONVOY)

콘보이는 2015년에 시애틀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창업자 댄 루이스(Dan Lewis)가 미국 트럭 시장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연간 트럭 운행의 40%가 공차로 운행될 정도로 비효율적인 운행이 잦았다. 이에 콘보이는 트럭을 필요로 하는 화주들에게 운송업체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들의 화물이 어디 있는지 추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운송업체는 화물과 배송지에 관한 정보를 얻고 자신이 운행하는 일정에 맞춰 일감을 얻을 수 있다. 
콘보이의 등장으로 트럭 운전자들의 공차 운행은 45% 감소했다. 또한 화물을 신속하게 배송할 수 있는 노선을 찾아주는 프로그램, 자동 재적재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다. 콘보이는 아마존 최고 경영자 제프 베조스·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 세계적인 인물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2018년 10억 달러였던 기업가치를 2019년 27억 달러로 높였다. 

중국 만방(Manbang)

만방그룹은 2017년 중국 화물운송 플랫폼 1, 2위를 다투는 윈만만(運滿滿)과 훠처방(貨車幇)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한때, 두 업체는 법정 다툼이 있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관계였지만 난립하는 중국 화물운송 플랫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종연횡을 기획했다.

중국의 화물업계는 95% 이상이 1인 트럭 기사나 소규모 회사로 구성되어 있어 만방의 영향력은 매우 높다. 만방은 단순한 화물운송 통합에 그치지 않고 물류업계의 표준을 만들었다. 

합병 이후 만방은 중국 물류업계의 천하통일에 나섰다. 2016년 기준으로 520만 대의 트럭 운전자를 회원으로 두고 125만 화주를 확보했던 만방은 작년 트럭 기사수를 670여만 명으로 늘렸고 화주는 180여만 명을 기록했다. 만방을 통해 거래되는 화물의 가치는 연간 7천억 위안(약 120조원)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카고X(CargoX)

카고X는 브라질 스타트업 기업으로 2013년, 페데리코 베가(Federico Vega)가 창립했다. 브라질도 트럭 공차 운행 문제가 심각했다. 카고X 출시 전 브라질 내에 운행했던 30~35만 대의 트럭은 전체 운행시간 중 약 40%를 공차상태로 이동했다. 

카고X는 브라질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화물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해 인기가 높다. 카고X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도난이 발생했던 지역, 우범 지역을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우회할 노선을 제공하여 화물 도난을 방지하는 데 기여했다. 카고X 출시 이후, 브라질 전국 교통 연합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트럭 운전자들이 공차로 이동하는 비율이 25%로 줄었다. 

카고X는 연간 매출은 5억 달러에 달한다. 2019년 기준, 이용자 수 2억 5,000만 명을 기록했으며 연간 매출은 5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화물운송앱은 어떤가
국내에서도 화물앱은 인기다. 업계에서는 영업용화물차 41만 대 중 50%가 넘는 화물차가 화물앱을 등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해외서는 ‘안전성과 공차율’ 등을 이유로 화물앱이 인기지만, 국내서는 편리성 즉, 손쉽게 화물을 배차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이유다.

국내에서는 화물 절도에 대한 별도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화물의 안전성이 높다. 택배를 주문하거나 맡겼을 때, ‘내 화물이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불안에 떠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여기에 공차 문제도 비교적 자유롭다. 하루 공차 운행 비율은 2017년 한국교통연구원 자료 기준, 38.5%로 나타났다. 2011년과 비교하면 3.8% 감소했다. 물류 효율성도 44.2%에서 47.9%로 증가하는 등 공차율 문제는 2015년 이후 크게 지적되지 않을 만큼 발전했다.

다만 모바일 시장의 인프라를 튼튼하게 구축한 상태에서 더 이상 혁신적인 발전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의 화물앱은 신기술보다 기존에 쓰던 화물 배차 방식을 모바일로 그대로 옮긴 형태에 가깝다.

화물앱이 일찌감치 정착한 구내에 비해 후발 국가들은 새로운 시스템과 많은 투자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화물앱 완성을 목표로 한다. 향후 국내 화물앱도 새로운 혁신을 몰고 올 신기술을 개발할지, 아니면 기존 시스템에 적응해 현재에 머물게 될지 지켜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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