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대수 적지만 났다 하면 대형사고
2017년 화물차 사고 치사율 3.5%
사고원인 운전자보다 외부요인 더 커

유럽의 한 휴게소에서의 일이다.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럭, 버스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나란히 주차돼 있었다. 여느 휴게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주행 복귀 모습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동행한 가이드는 설명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휴식시간을 모두 채운 후, 서류를 작성하거나 등록된 카드를 찍어야 도로에 나설 수 있다고. 지키지 않으면 ‘징역’까지 살아야 한다.

교통선진국 독일의 모습이다. 정부와 운송업체 간 긴밀한 협력으로 모든 차량에는 운행기록계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의 운전시간과 휴식, 운전 외 시간 등에 대한 정보 취합을 법제화하여 과로 및 과적으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화물차 사고율 최저 수준의 국가다.
 

2017년 화물차 교통사고 전체의 13%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자. 도로교통공단 TAAS(교통사고분석시스템, 경찰DB 기반)에 의하면, 가장 최근 통계치인 2017년 기준 국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전체 21만 6,335건에 달했다. 이 중 화물차 관련 교통사고는 총 2만 8,349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약 13.1%를 차지한다.

문제는 인명피해다. 2017년에만 화물차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로 총 4만 3,758명이 다치거나 사망했다. 치사율은 3.49% 수준이었다. 전체 교통사고에 의한 치사율 1.93%, 승합차(버스 포함)에 의한 치사율 2.13%, 승용차에 의한 치사율 1.43%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2차적 사회적 손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운송 화물의 품목이나 무게에 따라 도로파손은 물론, 심한 경우 유류나 화학약품 등으로 인한 주변 오염 및 폭발까지 초래할 수 있어 그 피해 정도가 크다.

1만대당 사고발생 사업용 149건, 비사업용 68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운용되는 화물차의 사고 발생 추이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 사업용 화물차는 2004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시장진입제도를 전환하고 상시수급조절제를 도입해 시장 내 신규차량 공급을 제한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증가세가 비교적 일정한 수준인 상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1월 기준, 사업용 화물차는 특수자동차를 포함해 총 45만 449대가 등록돼 있다. 비사업용 화물차(317만 5,784대)의 약 1/7 수준이다.

개체수가 많으니 교통사고 건수도 그에 비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다. 2017년 기준 화물차 총 교통사고 건수는 비사업용(2만 1,648건)이 사업용(6,701건)에 비해 약 3.2배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화물차 1만대당 사고발생 건수는 비사업용은 68.2건인 반면, 사업용은 148.8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비사업용에 비해 사업용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 확률이 2.2배에 육박할 정도로 월등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고원인…과당경쟁, 차량노후화 한몫
화물차주들은 이러한 대형 화물차, 그리고 사업용 화물차의 교통사고 심화 현상에 대한 원인을 운전자가 아닌 외부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고 답한다.

군포 화물터미널에서 만난 한 화물차주는 “여기저기서 운임을 떼어가기 때문에, 입에 풀칠하려면 물량이 있을 때 많이 뛰는 수밖에 없다.”며, “모두가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선 앱(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하여 현장에서 터무니없는 단가의 물동량이 나와도 누군가는 짐을 싣는 사람이 있기에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추가로 이러한 과당경쟁이 차주를 사지(死地)로 내모는 근본적인 이유라 설명했다. 낮은 운임의 과도한 물동량 배차는 과적과 근로시간 상승, 운행거리 증가, 차량의 노후화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이 같은 분석에 대해 “교통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선 대형 화물차에 대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와 운수회사 차원의 안전교육과 점검이 더 중요하다.”며, “가급적 빠르게, 저렴하게, 많이 운송해달라고 하는 화주의 요구는 운전자에게 무리한 운행을 강요하는 요인이므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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