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상용차 연료비, 내연기관 추월하나?
전기·수소차 충전비 급등…보조금 축소로 부담 가중 전기트럭 충전료 계속 올라…LPG트럭과 격차 감소 수소 가격 3년 새 21%↑…디젤보다 127만 원 더 들어 ‘충전 스트레스·주행거리 불만’ 차주 불만도 더욱 확산
차량총중량 증가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국내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상용차의 출시와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역시 친환경차 전환을 본격화하며, 다양한 친환경 상용차 보급을 위한 구매보조금, 충전요금 지원 등 여러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각종 원자재값 상승과 함께 정부가 충전요금 인상 등 친환경 상용차의 연료비 인상을 추진하면서, 내연기관 대비 저렴한 유지비를 기대했던 차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LPG(액화석유가스)와 전기 두 가지 방식으로 판매되는 1톤 트럭의 연료비를 비교한 결과, 10월 15일 기준 전기트럭이 LPG트럭보다 41% 이상 저렴한 반면, 대형 수소트럭은 디젤트럭보다 25%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트럭 경제성?…LPG트럭과의 격차 감소
차량 유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연료비는 연비와 주행거리를 통해 계산할 수 있다. 참고로 현대차 ‘포터2’와 기아 ‘봉고3’는 같은 플랫폼과 구동계를 사용하는 형제 차량으로, 동일한 기준에서 전기와 LPG 파워트레인을 비교했다.
우선 리터(ℓ)당 평균 6.5km를 주행할 수 있는 LPG 차량(2WD 오토 기준)이 월 1만km를 주행한 것으로 가정 했을때.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이 공개한 전국 LPG 평균 가격(ℓ당 998원, 10월 15일 기준)을 적용하면, 연료비는 약 154만 원이 발생한다.
반면,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3 EV’(복합전비 3.1km/kWh)의 경우 1만km 주행 시 연료비는 급속 충전(회원가 337.5원) 기준 약 109만 원, 완속 충전(회원가 278.5원) 기준 약 90만 원 수준이다. 즉, 전기트럭을 운용하면 LPG트럭 대비 각각 45만 원, 64만 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과 정부의 지원 축소로 인해 전기차 충전 요금이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고, 민간 충전소의 경우 kWh당 최대 100원 가까이 인상된 사례도 있어 내연기관과의 연료비 격차는 점점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기차 충전요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kWh당 500원을 넘어선다면, 전기차 충전비용은 약 161만 원으로 증가해 현재의 급속충전 비용(108만 원)은 물론 LPG트럭의 153만 원을 넘어서게 된다.
광주의 한 전기트럭 차주는 “1톤 전기트럭의 경우 보급 초기에는 높은 전기차 보조금과 영업용 번호판 무상 제공 등 다양한 혜택 덕분에 나름의 메리트가 있었다.”며, “하지만 계속 오르는 전기차 충전비용과 충전 스트레스, 짧은 주행거리는 LPG트럭 대비 큰 단점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수소 충전요금 고공행진…3년간 21% 올라
2022년 정부는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활성화 세미나’를 통해 향후 친환경 중대형 상용차는 수소 기반으로만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더딘 보급 속도 속에 지난 한해 판매(신규등록 기준)된 수소트럭은 25대, 수소버스는 1,045대 수준으로, 기존 디젤차량 판매량에 한참 못 미친다.
또한 수소상용차의 민간 보급이 시작된 지 3년이 넘었음에도, 높은 차량 가격과 충전소 구축 비용 등으로 인해 시장 기반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가운데 수소 충전 요금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수소유통정보시스템 ‘하잉(Hying)’에 따르면, 10월 15일 기준 전국 수소충전소의 평균 가격은 kg당 1만 261원이며, 최고가는 kg당 1만 5,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2022년 2분기(8,457원) 대비 21.3% 인상된 수치다.
이에 대형트럭 운전자가 월 1만km 주행시 디젤과 수소트럭의 연료비를 비교하면, 수소트럭 운용이 디젤트럭보다 불리하다. 특히 디젤 대비 인상폭이 가파른 수소 가격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차에서 디젤과 수소 두 가지 모델로 생산·판매 중인 대형트럭 ‘엑시언트’(11톤급 기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우선 430마력 엔진을 장착한 윙바디 디젤모델은 리터(ℓ)당 3.7km의 연비를 보인다. 오피넷이 공개한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 가격(ℓ당 1,535원, 10월 15일 기준)을 적용하면, 1만km 주행 시 약 415만 원의 연료비가 발생한다.
공인연비가 공개되지 않은 ‘엑시언트 수소트럭(FCEV)’은 최대 주행거리 570km, 수소탱크 용량 31kg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kg당 약 18.38km를 주행할 수 있다. 여기에 전국 평균 수소 가격(kg당 10,261원)을 적용하면, 100km당 약 5만 5,867원의 연료비가 산출된다. 1만km를 주행하면 약 558만 원이 소요되어, 디젤모델보다 143만 원 이상 더 많은 연료비를 지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