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경유청소차 ‘원칙적’ 퇴출…현실은 승인 불가피”
공공기관, 수소·전기 청소차 의무구매 ‘대혼란’
<심층 취재> 중대형 전기트럭 외면하더니, 무공해 청소차? 전기청소차 타타대우·볼보트럭 2종뿐…선택지 극히 제한적 디젤 대비 가격 2배에 보조금·충전망 부족에 예산도 부담 원칙은 무공해차만…예외 승인으로 디젤·CNG 구매 가능 “차량 없으면 디젤 승인 불가피”…정책과 현실 사이 괴리
내년부터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청소차를 구매할 때 ‘무공해 자동차’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무공해차는 대기환경보전법상 1종 저공해차로 분류되는 전기와 수소 연료 기반의 차량을 말한다.
문제는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청소차 대부분이 소형이 아닌 적재중량 2톤급 이상의 준중형 이상 트럭 기반이다.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노면청소차와 암롤, 분진차, 살수차 등은 대부분 중대형 트럭을 기반으로 한 환경 특장차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2025년 11월 현재 선택 가능한 중대형 무공해 청소차는 수소트럭 1종과 전기트럭 2종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차량 가격은 기존 경유차의 2배에 달하고, 보조금은 전무한 상황이다. 여기에 충전 기반 시설(인프라)마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예외 규정을 통해 CNG(압축천연가스) 차량 구매를 임시로 허용할 방침이지만, 이 또한 까다로운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CNG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상 3종 저공해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디젤 차량 역시 같은 절차로 승인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기트럭이 없으면 예외 승인으로 어쩔 수 없이 디젤 청소차를 승인해줄 수밖에 없다.”며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인정하기도 했다.
환산비율 1.0 적용…“중대형 트럭도 무공해차만 구매 가능”
서울시는 지난 9월 25일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자치구 관계자들을 모아 친환경 청소차 시연회를 열고 2026년부터 적용되는 무공해차 의무구매 제도를 안내했다.
자동차 6대 이상을 보유한 공공기관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에 따라 2026년 1월 1일부터 차량 구매 시 저공해차를 의무 구매해야 한다. 참고로 저공해차는 1종(전기·수소), 2종(하이브리드), 3종(LPG·CNG)으로 나뉜다.
핵심은 ‘환산비율’ 변경이다. 2025년까지는 수소트럭 구매 시 환산비율 2.0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청소차 2대 구매 의무가 있을 때 수소트럭 1대를 사면 2대(1×2.0=2)로 계산돼 나머지 1대는 경유차나 CNG 차량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6년부터는 환산비율이 1.0으로 조정되면서 무공해차로만 채워야 한다. 중대형 청소차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6년부터는 무조건 수소나 전기차만 구매해야 한다.”며,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환경공단에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외 규정도 있다. 환경공단에 사유서를 제출해 승인받으면 의무구매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대형 전기청소차는 아직 개발이 충분하지 않아 이 조항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구매 전 환경공단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역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중대형 전기청소차 선택지는 단 2개
예외 규정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중대형 전기청소차는 손에 꼽는다. 2024년까지만 해도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는 무공해 청소차는 대형 수소트럭이 유일했다. 2025년 11월 현재 공급 대기 중인 전기트럭은 타타대우모빌리티의 ‘기쎈’과 볼보트럭코리아의 ‘FH 일렉트릭’ 등 총 2개 모델만이 추가됐을 뿐이다.
타타대우는 준중형 전기트럭 기쎈을 기반으로 노면청소차, 압축형 재활용수거차, 일반 재활용 수거차 등 3개 정도의 청소차 라인업을 내놓고 있다. 이들 전기청소차는 중국산 비야디(BYD)의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와 삼성SDI의 리튬이온(NCM) 배터리 두 가지 옵션이 제공되며, 1회 충전 시 최대 485km까지 주행 가능하다.
타타대우 관계자는 “노면청소차를 7월부터 테스트한 결과 하루 6시간 연속 주행 후에도 배터리 잔량이 충분했다.”며 실사용 성능을 강조했다.
볼보트럭은 대형 전기트럭 FH 일렉트릭을 기반으로 암롤청소차를 내놓았다.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하며, 기존 PTO(동력인출장치)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에어서스펜션으로 안정성을 확보했다. 볼보트럭코리아 관계자는 “전 세계 6,000대 이상을 판매했지만 단 한 번도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안전성과 품질을 강조했다.
두 모델은 차급이 명확히 구분된다. 타타대우 기쎈은 준중형 차급인 반면 볼보트럭의 전기차는 대형급이다. 각 지자체는 용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지만, 두 모델만으로는 다양한 현장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대형 전기청소차 가격은 경유 대비 2배…보조금은 ‘0원’
선택지가 제한적인 데다 중대형 전기청소차 가격 부담도 만만치 않다. 타타대우는 노면청소차 4억 1,600만 원, 압축형 재활용차 2억 7,500만 원, 일반 재활용수거차 2억 3,500만 원을 제시했다. 환경용 특장차 전문업체 신정개발특장차도 노면청소차를 4억 1,000만 원에 조달 등재할 예정이다. 기존 중대형 경유 청소차가 2억~3억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약 2배 비싼 가격이다.
대형 전기트럭을 공급하는 볼보트럭코리아의 부담은 더 크다. 볼보트럭 관계자는 “배터리 한 팩당 5,000만 원인데 6팩이 달려 있으면 배터리만 3억 원”이라며, “디젤 대비 대략 2배”라고 설명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볼보 중대형 전기청소차는 6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대형 전기청소차는 그동안 비싼 가격과 보조금 문제로 보급이 더뎠다. 현재 소형 전기화물차에는 대당 1,00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중대형 전기트럭에 대한 보조금은 없다.
다만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지난 9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형 전기트럭 보급 정책 마련을 위한 전략 정책 세미나’에서 환경부는 “중·대형 전기트럭 시장 출시 동향을 살펴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중형 전기승합차에 5,0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규모에 따라 보조금 조정이 가능하며, 중대형 전기트럭도 이런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기상 내년도 예산 편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지자체가 당장의 예산 부담과 무공해차 선택지 부족 등을 고려해 CNG 차량이나 디젤차 구매를 임시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G 차량 임시 허용…하지만 까다로운 승인 절차
CNG 차량은 저공해차 3종에 해당한다. 국비 지원은 중단됐지만, 서울시는 시비로 5대 5 매칭 방식으로 최대 1억~1억 5,0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CNG 차량 구매도 환경공단 사전 신고 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중대형 경유차를 철저히 차단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소차 시연회에서 “서울시 소속 관공서에서 경유차를 구매하면 환경공단과 협력해 국비 지원이나 시비 지원을 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월부터 조달 등재…다른 중대형 차종은 내년 이후
타타대우와 신정개발특장차는 다른 업체보다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타타대우 관계자는 “노면청소차는 신정개발특장차에서 평가를 완료했고 11월에 등록 절차만 남았다.”고 밝혔다. 신정개발특장차도 “11월이면 나라장터에 등재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대형 전기청소차가 조달 등재되면 내년부터 지자체에서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다른 중대형 청소차종은 개발 과 등재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신정개발특장차는 분진차를 내년 상반기, 살수차는 그 이후로 계획하고 있다. 타타대우도 살수차와 분진차는 내년 8월경 제작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트럭 제조사에 계속 중대형 차량 개발을 독려할 것”이라며, “자치구에서 예산 반영을 적극 신청해야 국비와 시비를 편성해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의무구매제도 시행까지 2개월 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와 업계 모두 중대형 무공해 청소차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당분간은 예외 승인 절차를 통해 CNG나 디젤 청소차 구매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