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FMK·다임러트럭 합작법인
‘스타트럭코리아’, 그 의미와 전망은

대한민국 프리미엄 서비스 DNA와 독일 글로벌 기술력이 만나다 효성 FMK의 프리미엄 브랜드 노하우와 다임러트럭 기술력 결합 직영에서 공식 수입사로 전환해 맞춤형 서비스 강화에 집중할 듯 전기·수소트럭과 디지털 솔루션으로 새로운 서비스 모델 구축 예고

2025-09-02     정하용 기자

효성그룹의 계열사 ‘에프엠케이(FMK)’와 세계 최대 상용차 제조사 ‘다임러트럭’이 공동 출자한 합작법인 ‘스타트럭코리아’가 9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이번 출범은 단순한 사업 구조 변경이 아니라, 두 회사가 각각 보유한 차별화된 역량을 결합해 한국 상용차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구현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풀이된다.

2007년부터 페라리·마세라티를 운영하며 초고가 브랜드 관리 노하우를 축적한 FMK와, 메르세데스-벤츠트럭으로 글로벌 상용차 기술 표준을 제시해온 다임러트럭의 만남은 기존 상용차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조합이다. 기존 다임러트럭코리아의 직영 체제에서 공식 수입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브랜드의 기술력은 유지하되 대한민국 현지 시장 대응력은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세계 최대 상용차 제조사 다임러트럭과 국내 대기업 효성그룹 산하 FMK가 공동 출자한 합작법인 스타트럭코리아가 공식 출범했다.(왼쪽부터 안토니오 란다조 스타트럭코리아 CEO, 동근태 스타트럭코리아 대표이사)

직영에서 공식 수입사로, 18년 프리미엄 노하우의 활용
FMK가 18년간 페라리·마세라티를 운영하며 구축한 서비스 체계는 상용차 시장의 요구와 의외로 많은 접점을 갖고 있다. 초고가 스포츠카 고객들이 요구하는 개별 맞춤 관리, 신속한 문제 해결, 예방적 서비스 제공 등의 운영 방식은, 상용차 고객들이 중시하는 가동 중단 시간 최소화, 예측 가능한 정비 스케줄, 통합 관리 서비스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특히, 상용차 구매자들에게 차량 성능만큼 중요한 것이 구매 후 지속적인 지원이다. 정비 효율성, 부품 공급의 안정성, 다운타임 최소화 등이 실제 운송사업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형 운송사업자 뿐만 아니라 상용차로 생계를 이어가는 개인 화물차주의 경우 하루 가동 중단도 상당한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차량 자체의 성능 못지않게 서비스 대응력이 구매 결정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FMK의 경험이 활용될 수 있다. VIP 고객별 전담 관리, 24시간 긴급 대응, 맞춤형 금융 상품 설계 등 프리미엄 브랜드 운영에서 검증된 서비스 방식이 상용차 분야에 적용될 경우, 기존의 표준화된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5월 다임러트럭과 효성그룹 계열사인 FMK는 한국 내 임포터 역할 위한 전략 합작 법인 설립을 전격 발표했다.

디지털 솔루션 통합으로 총운송비용 절감 파트너십 구축
서비스 차별화와 함께 스타트럭코리아가 제시한 핵심 전략은 디지털 솔루션 통합과 친환경 제품군 확대다. 이는 기존 다임러트럭코리아가 추구해온 'Trucks you can trust(당신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트럭)' 브랜드 비전과 총 운송 효율(TTE, Total Transport Efficiency) 극대화 개념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운송 솔루션을 통해 총운송비용 절감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으로, 차량 관리 플랫폼, 원격 모니터링, 연비 분석, 예측 정비 등을 통합 제공하여 메르세데스-벤츠트럭만의 혁신적인 효율 개념인 '로드 이피션시(Road Efficiency)'를 실제 고객 가치로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상용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로도 읽혀진다. 물류비 절감 압박이 커지면서 고객들은 차량 구매 비용보다 장기 운영 효율성에 더 큰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차량 상태 실시간 모니터링, 최적 경로 분석, 연료 효율 개선 등을 통해 운송 효율성 향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고객과의 관계도 일회성 판매에서 지속적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친환경 차량 공급 확대는 이러한 디지털 전략과 맞물려 추진된다. 기존 악트로스, 아록스, 아테고, 유니목 등 내연기관 라인업에 더해 전기트럭 e악트로스와 수소연료전지 트럭 젠H2를 본격 투입할 계획이다. 다임러트럭의 e악트로스는 이미 유럽에서 상용화되어 실제 물류 현장에서 검증받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젠H2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받고 있다.

스타트럭코리아 출범식에서 임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장기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ESG 성과로 이어질까
효성그룹의 상용차 사업 진출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확대를 넘어 장기적 투자 확대를 의미한다. 스타트럭코리아는 출범과 동시에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 확충, 부품 공급망 현지화, 정비 인력 양성 등에 지속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친환경 상용차 보급을 위한 충전 인프라 구축이나 수소충전소 네트워크 확장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효성그룹이 이미 수소 사업 분야에서 진행하고 있는 투자와 연계할 경우, 수소트럭 보급과 인프라 구축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단순히 차량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운송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투자 확대는 자연스럽게 고용 창출로도 이어진다. 서비스센터 운영진, 정비 전문 기술자, 디지털 솔루션 운영 인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특히 전기·수소 트럭 정비 기술자 양성은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 필요한 전문 인력 육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SG 경영(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점 비재무적 요소)’ 관점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친환경 상용차 보급 확산을 통한 탄소 배출 저감, 지역 사회 고용 창출, 투명한 합작 운영 체계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될 경우, 스타트럭코리아의 사회적 기여도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세데스-벤츠트럭 ‘e악트로스 600’

합작 초기 운영 조정과 브랜드 통합, 넘어야 할 과제들
두 회사의 결합 과정에서는 현실적 과제들이 수반된다. 우선 서로 다른 기업 문화와 운영 철학을 가진 조직들의 통합이 필요하다. FMK의 개별 고객 중심 프리미엄 서비스 방식과 다임러트럭의 글로벌 표준화 운영 체계를 조화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존 다임러트럭코리아 고객들의 서비스 연속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전국 17개 공식 서비스센터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던 정비 서비스, 부품 공급, 고객 상담 체계를 새로운 운영 주체 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특히 상용차 특성상 가동 중단 시간이 고객 사업에 직접적 타격을 주는 만큼, 서비스 품질 저하 없이 체계를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도 세심한 균형이 필요하다. 메르세데스-벤츠트럭의 글로벌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시장 특화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를 구현해야 한다. ‘Star Truck Korea’라는 합작법인명과 기존 메르세데스-벤츠트럭 브랜드 간의 관계 설정도 고객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트럭의 수소연료전지트럭(GenH2)

프리미엄 노하우와 기술력 결합, 시장 검증 받을 수 있을까
스타트럭코리아의 출범은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자동차 운영 경험과 글로벌 제조 기술력을 결합한 첫 사례다. FMK의 18년간 축적된 페라리·마세라티 운영 노하우가 상용차 분야에서 실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향후 운영 결과를 통해 검증될 것이다.

친환경 상용차와 디지털 솔루션 제공 계획도 실행력이 관건이다. 이미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트럭 ‘e악트로스(eActros)’와 수소연료전지트럭 ‘젠H2(GenH2)’의 국내 공급이 실제 시장 수요와 어떻게 부합할지, 그리고 디지털 운송 솔루션이 고객들의 운영 환경에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효성그룹의 장기 투자 의지와 다임러트럭의 기술력 결합이 단순한 차량 판매를 넘어 상용차 업계의 서비스 접근법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이제 시장의 판단에 맡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