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만 지급되는 보조금, 전기트럭 후진국으로

[친환경 중대형 트럭 5년] (1)전기 외면과 수소는 참담한 '한국' 수소트럭 ‘올인’이 부른 ‘참사’…전기도 수소도 놓쳤다 그린뉴딜의 그늘, 업계·정부의 친환경 전략의 ‘민낯’ 수소트럭 1만 대는 ‘그림의 떡’…5년간 ‘딱 15대’

2025-09-10     정태진 기자

중장기적인 친환경 상용차 개발 분위기가 본격화된 지 5년. 현재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는 중대형 전기트럭 공급은 기약없고, 업계와 정부가 ‘올인(All-In)’한 대형 수소트럭은 사실상 판매가 멈춘채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탄소배출이 가장 심한 중대형 트럭이 ‘친환경 지대’에서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중장기적인 친환경 상용차 개발 분위기가 본격화된 지 5년. 현재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는 중대형 전기트럭 공급은 기약없고, 업계와 정부가 ‘올인(All-In)’한 대형 수소트럭은 사실상 판매가 멈춘채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상용차 시장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친환경 중대형 트럭 개발과 공급이 상당한 궤도에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용차 중 배기가스 배출 비중이 상당한 중대형 디젤(경유)트럭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전기나 수소 등 친환경 트럭으로 전환됐고, 판매(내수·수출)도 활발할 정도다. 여기에는 보조금 및 충전 인프라 지원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여건 하에서 유럽의 볼보트럭, 다임러트럭, 스카니아, 만트럭, 이베코 등 상용차 브랜드들은 중대형 전기트럭의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며 친환경 상용차의 신시장 개척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중국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일찍이 전기 상용차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친환경 상용차 시장은 경쟁과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5년전 초기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처음부터 중대형 전기트럭은 아예 배제하고 수소트럭 개발과 보급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 결과, 수소트럭은 활성화는커녕 오히려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소트럭 올인 5년, 결과치는 15대 
실제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모델별 판매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수소트럭 ‘엑시언트 FCEV(화물 운송용 수소트럭과 수소청소차)‘는 2020년 출시 후 2023년까지 국내에서 단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그러다 2024년 12대, 2025년 상반기 3대가 팔려 누적 판매량이 15대에 그친 상태다.

국토교통부의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해 본지에 독점 제공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신규등록 기준 상으로는 2021년 5대, 2023년 11대, 2024년 25대, 2025년 상반기 3대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협회 판매 대수에 비해 높게 나타난 신규등록 대수는 상업 목적의 판매량 보다는 테스트용으로 등록된 차량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초 정부가 2020년 수소트럭 상용화 목표를 내걸고, 2030년까지 1만 대를 보급하겠다고 천명했지만, 10년 계획의 절반이 지난 현재 목표치 중 15대만 보급, 달성률 0.15%를 기록했다. 이런 의미없는 실적은 그동안 정부와 현대차가 추진해온 수소트럭 중심의 정책과 전략의 실패로 나타난 셈이다.

 수소트럭 몰아주기, 전기트럭 공백 불렀다 
수소트럭이 실패의 길로 가고 있는 배경에는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 방향이 지적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현대차는 중대형 트럭의 경우 중단거리용인 전기트럭보다는 중장거리용인 수소트럭이 궁극적으로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판단, 수소트럭에 몰두하는 친환경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20년 7월 6일 세계 최초로 수소 기반 대형트럭을 양산해 스위스로 7대를 수출하며 수소트럭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불과 8일 뒤인 7월 14일 정부는 ‘한국판 그린뉴딜’을 발표하며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정책 기조로  공식화했다.

당시 정부 발표는 수소차와 전기차를 동시에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전략처럼 보였지만,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전기트럭이 사실상 배제됐다. 현대차 역시 이에 발맞춰 수소트럭 개발에만 주력하면서 현재 국내에서 중대형 전기트럭을 양산하는 기업은 전무한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는 보조금과 제도적 지원을 수소 상용차에 집중했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 고가의 차량 가격, 수요 부진 등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며 중대형 수소트럭 보급 역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용차 업계는 “정부와 현대차가 수소트럭 위주의 정책을 고집한 결과, 글로벌 친환경 상용시장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전기트럭 시장의 국내 성장세가 완전히 멈췄다.”고 지적하고 “충분한 보조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수소트럭 보급이 부진해, 결과적으로 국내 친환경 상용차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소트럭 대당 4억원대 보조금도 외면…충전 인프라도 ‘발목’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충분한데도 시장에서 수소트럭이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중대형 전기트럭에는 보조금이 없지만 수소트럭에는 최대 4억 5천만 원을 지원한다. 정부가 수소트럭 상용화에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엑시언트 FCEV는 판매가는 6억~6억 6,000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정부는 기존 디젤트럭 가격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소트럭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국고 2억 5,000만 원, 지자체 최대 2억 원 등 최대 4억 5,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을 모두 받으면 같은 급 디젤트럭과 비슷한 수준인 2억 원대 초반에 살 수 있다.

그런데도 수소트럭은 팔리지 않는다. 보조금이 많아도 초기 구입비 부담이 여전한 데다 수소트럭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아 선뜻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형 수소트럭이 다닐만한 곳에 수소 충전소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장거리 운행이 필수인 중대형 트럭에게는 치명적인 걸림돌이다.

정부의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수소충전소는 약 229곳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승용차나 버스를 기준으로 설계돼 중대형 수소트럭이 실제로 충전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인천의 한 수소충전소 관계자는 “수소트럭도 물론 충전은 가능하지만, 사전에 연락이 없으면 사실상 충전할 수 없다.”며, “지난 2년 동안 트럭을 충전해본 경험은 단 두 번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소 상용차는 승용차에 비해 충전량이 많다 보니 수소버스의 경우는 사전 계약을 맺고 재고를 확보해두고 있다.”며, “불규칙적으로 방문하는 트럭을 위해 수소 재고를 따로 남겨두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