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장차 ‘경사각 35도’ 규제 63년...
“차량 개발 의지 막고 환경도 저해한다”
업계 “35도는 과도한 ‘안전 규제’…30도 이하로 완화해야” 완화 시 “연비·제작비 절감, 친환경차 보급에도 긍정적” 버스는 28도인데 화물차는 35도…제도 불합리성도 지적
현재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제8조)’에 따르면 승용·화물·특수·승합 자동차는 ‘공차’ 상태에서 최대 안전 경사각(이하 경사각도) 35도를 유지해야 하며, 승차 정원 11명 이상 승합차는 적재 상태에서 28도를 유지해야 한다. 즉, 차량은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전복되지 않아야 한다. 이 기준은 1962년 도로 여건 등을 고려해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1962년 도입된 경사각 35도…600~800kg 중량 추가
특장 및 화물차 업계는 현행 경사각 기준 35도가 지나치게 ‘안전’에만 치중한 제도로, 6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운송 환경과 맞지 않는다며 30도 이하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3.5톤 초과 화물·특수차에는 이미 속도제한장치가 부착돼 있어 경사각도 규정의 전복사고 예방 효과가 낮아졌으며, 오히려 기술 발전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특장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제작자협회(회장 이상열)는 “냉동탑차, 카고크레인, 고소작업차 등 물류 및 작업용 특장차는 과도하게 높은 35도 기준 때문에 차량 하부에 600~800kg의 무거운 장치를 추가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운송업체는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연료비 부담을 지고 있으며, 이는 정부의 대기환경 개선 노력에도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가 지적하는 핵심은 ‘과도한 안전 기준’이다. 1962년의 도로 환경과 차량 구조를 바탕으로 설정된 35도 기준은 속도제한장치, 긴급제동장치 등 각종 안전 시스템이 보급된 현재의 차량 설계·운행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35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하부 평형추와 보강 구조물을 장착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차량 한 대당 600~800kg의 중량이 추가된다. 이 때문에 제작비 상승, 연비 저하, 적재량 제한 등 부정적 요인이 발생한다. 냉동탑차, 고소작업차, 크레인 장착차 등 주요 특장 분야에서는 설계 및 기술 혁신이 제한되고, 중소 특장업체의 제작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도한 안전 규제”…차량 구조·신기술 발목
엄격한 경사각 기준은 신기술 적용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경량화 소재나 저상형 설계 같은 새로운 기술 도입 시 인증에 제약이 생긴다.”며, “전기·수소 기반 친환경 특장차에도 불필요한 규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명 안전을 더욱 중시해야 하는 버스(승차 정원 11명 이상)의 경우 경사각이 28도로 설정돼 있어 제도의 불합리성이 드러난다는 지적도 있다.
특장업계는 이러한 이유로 2019년부터 국토교통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유관기관에 경사각도를 30도 이하로 낮춰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 역시 버스(28도)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최소한의 요구라는 입장이다.
경사각 30도 완화 시, 경제성·환경성 모두 개선
업계는 경사각을 30도로 완화할 경우 차량 경량화와 설계 자유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구체적으로는 평형추와 보강 구조물의 경량화가 가능해져 장비 배치 및 높이 제한이 완화되고, 생산 공정 단순화도 가능하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차량당 제작비 수백만 원 절감, 연비 개선으로 연간 45~75만 원의 유류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하부 보강 구조물의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운송 효율성도 높아진다. 나아가 차량 경량화는 온실가스(CO₂) 배출 저감 효과를 가져와 대기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화물차 업계 역시 경사각 완화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적재함 바닥을 더 낮게 설계할 수 있어 동일 톤급 차량이라도 적재 용량(부피·중량)이 증가해 운송 단가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차량 안정성 개선 ▲연료 효율성 개선 ▲차량 선택권 확대 ▲친환경차 보급 촉진 ▲총소유비용(TCO) 절감 등 효과가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제작자협회는 올해 안으로 경사각도 완화가 일부라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냉동탑차와 크레인 장착 특장차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협회는 지난해 자동차안전연구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인하대 자동차학과 등과 함께 30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진행해 안전상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으며, 이를 근거로 국토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협회는 전면 개정이 어렵다면 일부 차종이라도 우선적으로 완화해줄 것을 거듭 요청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