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제로’ 중대형 전기트럭들 줄줄이 대기
유럽 국가들 탄소중립 목표로 구매보조금에 적극 국내에선 볼보 FH 일렉트릭, 타타대우 기쎈 등 준비 마친 중대형 전기트럭, 보조금만 기다려 벤츠 e악트로스, 이베코 e데일리도 국내 출시 검토
글로벌 상용차 시장에서 친환경 기조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유럽을 중심으로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 등 유럽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중대형 전기트럭 구매보조금을 적극 지원하며, 이를 바탕으로 관련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정부는 아직 중대형 전기트럭 보조금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중대형 전기트럭은 대형 배터리와 희귀 금속 등으로 내연기관 차량보다 2~3배 비싸 보조금 없이는 시장 형성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는 개인 구매 비중이 높아 환경적 구매 동기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정책적 공백으로 준비를 마친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지연되고 있다. 볼보트럭코리아는 2년여 전부터 대형 전기트럭 ‘FH 일렉트릭’ 출시를 예고했지만 보조금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계속 미뤄지고 있다. 타타대우모빌리티도 지난해 준중형 전기트럭 ‘기쎈(GIXEN)’을 선보였지만 같은 이유로 시장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는 “예측 가능한 보조금 정책과 제도적 기반이 갖춰져야 산업 경쟁력 강화와 친환경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보조금 정책만 확정되면 국내 시장에 즉시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최소 4개의 전기트럭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을 기다리고 있는 중대형 전기트럭들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국내에 대형 전기트럭을 선보인 브랜드는 볼보트럭코리아다. 볼보트럭은 2023년 이미 유럽에서 양산 체제에 돌입한 ‘FH 일렉트릭’을 국내로 들여왔지만, 보조금 정책 부재로 출시가 미뤄지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지난해 업그레이드형 모델인 ‘FH 일렉트릭 에어로’ 모델로 재탄생했다.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당 모델은 780kWh를 구성하는 8개의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팩을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최대 600km 주행이 가능하다. 최고 출력은 490kW (666마력)에 달해 중대형 전기트럭 중 최고 수준의 파워를 자랑한다.
연비 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 기존 FH 일렉트릭 대비 연비 소비와 탄소 배출을 최대 5% 줄일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됐다. 충전 면에서는 메가와트급 충전시스템(MCS) 이용 시 20%에서 80%까지 약 40분 만에 충전 가능해 상용 운행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타타대우모빌리티의 ‘기쎈(GIXEN)’은 출시가 가시화된 유일한 준중형급 이상 국산 전기트럭 모델로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전기의 ‘기(氣)’와 ‘세고 강하다’의 ‘쎈’을 결합해 명명된 이 차량은 지난해 10월 공개 이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현재 실증 운영을 진행 중이다.
성능 면에서는 글로벌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유럽산 모터 시스템을 탑재해 최고 출력 250kW(335마력)와 토크 862Nm(88kgf·m)을 발휘하는데, 이는 해외 준중형 전기트럭 제조사들의 150~200kW 출력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배터리 선택의 폭도 넓다. LFP 배터리는 144kWh와 216kWh 중 선택 가능하고,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는 150kWh와 300kWh 용량을 차체에 탑재할 수 있다. 최대 300kWh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1회 충전으로 최대 480km 주행이 가능해 글로벌 준중형 전기트럭 중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 준중형 전기트럭 중 처음으로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적용해 운전자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국내 도입 예정인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트럭 ‘e악트로스 600’은 2025년 ‘올해의 트럭’으로 선정되며, 도로 운송 효율성과 안전 주행성, 총소유비용 등을 인정받은 대형 전기트럭이다.
배터리 시스템은 총 621kWh급 대용량으로 구성됐다. 207kWh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팩 3개를 통해 최대 5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실현했으며, 안전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LFP 배터리를 채택해 장기간 사용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한다.
모터 성능 역시 최고 수준이다. 벤츠트럭이 자체 제작한 듀얼 전기모터와 4단 변속 기능을 갖춘 새로운 e액슬을 장착해 평균 출력 400kW(536마력), 최고 출력 600kW(804마력)를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캡 디자인을 적용해 종전 모델보다 공기 저항을 9% 개선하여 효율성을 한층 강화했다. 메가와트급 고속 충전시스템(MCS) 이용 시 30분 내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역시 국내 출시를 예고한 이베코그룹코리아의 ‘e데일리’는 기존 디젤 모델 ‘데일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7톤급 전기 밴으로, 대형 밴 특유의 적재 능력과 도심 물류 환경에 특화된 설계가 특징이다. 지난 2월 상용차정보에 국내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친환경 시장 본격 공략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밴형 모델 답게 라인업의 다양성이 돋보인다. 총중량 3.5톤에서 7.2톤급까지 다양한 사양을 갖추고 있으며, 최고 출력 140kW(190마력) 전기 배터리 구동 방식과 수소연료전지(FCEV) 구동 방식 중 선택이 가능하다.
전기 모델은 모듈형 배터리 설계를 적용해 유연성을 확보했다. 37kWh 배터리를 최대 3개까지 장착해 총 111kWh 용량을 구현할 수 있으며, 최대 주행거리는 약 300~350km에 달한다. DC 급속충전을 통해 90분 이내에 100% 충전이 가능하다. 별도로 현대차의 90kW급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e-데일리 수소연료전지(FCEV) 모델도 준비돼 있다. 15분 충전으로 최대 350km까지 주행할 수 있어 장거리 운행이 필요한 물류 환경에도 적합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