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등장한 ‘미들마일’ 시장
대형 운송 플랫폼들 대부분 ‘철수’
대기업들, 30조 원 규모 미들마일 시장 눈독 운송시장 구조 이해 못한채 사업 구상하다가 SKT·KT·LGU+ 등 통신 3사 3년만 주선업 접어
3년 전, 30조 원 규모의 미들마일(Middle Mile) 시장이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SKT·KT·LGU+ 등 통신 3사를 시작으로, CJ대한통운과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화물운송 중개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일명 ‘똥단가’로 불리는 초저가 운임과 운임 미지급 문제가 만연한 상황이었다. 대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주와 차주를 직접 연결, 중간 단계를 줄이고, 수수료를 낮춰 차주에겐 정당한 운임을, 화주에겐 비용 절감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하지만 사업 초기의 기대와 달리, 통신 3사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 모두 미들마일 플랫폼 사업에서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기업 5사 중 2개사만 서비스 제공 중
화물운송시장에서 고정 일감을 가지지 않은 화물차 운전자의 경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단건으로 일감을 수주해 물류를 배송하며 수익을 올린다. 택시처럼 거리에 따라 요금이 자동 산정되는 구조가 아닌, 화주나 운수사가 운임을 책정해 앱에 등록하면, 화물차 운전자가 이를 선택해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물가와 물동량 감소가 겹치며 운임이 자연스레 낮아졌고, 운임 지급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화물차 운전자들의 고단한 현실은 이어져 왔다.
2023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국24시콜화물’, ‘원콜’ 등이 미들마일 플랫폼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지만, 이후 KT의 ‘브로캐리(Brocarry)’, LGU+의 ‘화물잇고’, SKT의 ‘티맵 화물’,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트럭커’, CJ대한통운의 ‘더 운반’ 등 대기업 5개사가 잇따라 시장에 진입했다.
이들 5개사는 운임 익일 지급, AI 기반 일감 배차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물동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비스 고도화 과정에서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국 통신 3사는 3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고, 현재는 CJ대한통운과 카카오모빌리티만이 시장에 남았다.
전통적 운수사들의 디지털 친화적 방향 변화 모색
그렇다면 왜 이 대기업들은 미들마일 플랫폼 시장에 정착하지 못했을까. 한 플랫폼 관계자는 “물류는 중간 단계도 많고 복잡한 오프라인 산업인데, IT 기술력 하나로 풀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이 문제였다.”라며, “화주와 차주를 단순히 연결한다고 시장이 굴러가는 구조가 아닌데, 이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업에 뛰어든 게 결국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플랫폼은 여전히 미들마일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체 화물운송시장은 축소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운송사들의 디지털 전환 흐름은 오히려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 오프라인 기반 운수사들이 2세 경영 체제로 넘어가면서, IT 기술을 접목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어 이같은 현상이 발생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등장하는 플랫폼들은 단순 오픈마켓이 아니라, 자체 영업과 시스템 기반 운영을 겸비한 ‘디지털 운송사’ 모델에 가깝다. 화주사들 역시 단가뿐 아니라 운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리소스 효율화, 시스템 연동 등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디지털 기반 플랫폼의 필요성을 더 분명히 하고 있다. 기존 대기업 플랫폼이 실패한 자리를 딛고, 미들마일 시장을 다시 개척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