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용 타이어의 ‘연비 혁명’을 입증하다
미쉐린 ‘X 멀티 에너지
볼보트럭과 공동 테스트로 8% 실연비 개선 입증 저편평비·연비형 라인·리그루빙으로 연비 12.5%↑ 타이어를 잘 활용하면 월 60만 원 절약 가능
타이어 소재와 타이어 표면 패턴(트레드) 변경만으로 10% 대 연비 향상이 가능할까? 미쉐린코리아(대표 제롬 뱅송, 이하 미쉐린)가 최근 출시한 ‘X 멀티 에너지’가 볼보트럭코리아와 공동 테스트를 통해 이를 실제로 증명해냈다.
테스트 결과 동일 조건에서 기존 타이어 대비 5% 이상의 연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여기에 리그루빙(Regrooving, 홈파기)까지 모두 활용하면 기존 주력 제품 대비 최대 12.5%의 연비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미쉐린 측의 설명이다.
한국교통연구원 발표 기준 월 평균 유류비 500만 원을 지출하는 대형트럭 기준 최대 60만 원의 비용 절감을 실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상용차 운영 비용에서 유류비가 45%가량 차지하는 만큼, 이 같은 연비 개선은 운송업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테스트로 입증한 8% 연비 우위
이 같은 놀라운 연비 개선 효과는 어떻게 입증됐을까. 미쉐린과 볼보트럭코리아가 화성 소재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실시한 성능 테스트 과정을 살펴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테스트는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진행됐다. 5.04km 구간에 걸친 고속주회로에서 볼보 FH500 10×4 대형 카고트럭에 실제 적재중량 17.6톤을 실어 실제 운행 환경과 동일한 조건을 구현했다. 볼보트럭 전문 공식 탁송 기사가 테스트를 진행해 운전자 변수도 최소화했다.
테스트 결과 동일 제원의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7.8%의 연비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회전저항 차이였다. 중립기어 상태에서 관성 주행 거리를 측정한 결과, X 멀티 에너지를 장착한 차량이 무려 232.9m 더 길게 주행했다. 고속 코너 앵글이 포함된 실제 주행 환경과 유사한 트랙에서 얻어진 성과여서 현실성도 충분했다.
이 같은 확실한 성능 검증을 바탕으로 볼보트럭코리아는 2025년형 대형 트럭 전 모델에 X 멀티 에너지 타이어를 100% 순정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미쉐린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12.5%라는 높은 연비 향상을 실현한다는 것일까.
3단계로 실현한 12.5% 연비 향상
미쉐린이 제시하는 12.5% 연비 향상은 체계적인 3단계 접근법의 결과다. 각 단계마다 명확한 기술적 근거와 수치가 뒷받침된다.
1단계는 저편평비 타이어 확대를 통한 2.5% 개선이다. 기존 12R22.5에서 295/80R22.5로 변경하면서 무게중심이 낮아져 주행 안전성이 향상되고, 에어로다이나믹 효과로 연비 효율도 동시에 확보했다.
2단계는 X 멀티 에너지 신제품 자체의 5% 개선 효과다.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 컴파운드 적용으로 동급 제품 대비 회전저항을 대폭 줄인 결과다.
3단계는 리그루빙 활용을 통한 5% 추가 개선이다. 마모한계에 도달한 타이어 홈을 3mm 깊이까지 재생하면 새 타이어 대비 5% 연비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쉐린 측에 따르면 이는 타이어 수명도 25% 연장시켜 트랙터 구동축 기준 25만km에서 추가로 6만km 더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를 경제적 효과로 환산하면 월 유류비 500만 원 지출 기준으로 12.5% 연비 향상 시 최대 62만 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연간으로는 744만 원에 달한다. 타이어 자체 성능 개선(5%)만으로도 월 25만 원, 연간 300만 원의 유류비 절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놀라운 성능 향상은 과연 어떤 기술적 혁신을 통해 가능해진 것일까.
400m 코일과 3D 트레드가 만든 기술 혁신
X 멀티 에너지의 뛰어난 성능 뒤에는 미쉐린의 세 가지 핵심 기술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각 기술은 연비 향상이라는 공통 목표를 향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제니온 트레드’ 기술이다. 미쉐린 최신 3D 금형으로 디자인된 자가재생 트레드로, 신생 타이어에서 접지면적을 늘려 초기 성능을 극대화하고, 50% 이상 마모된 상황에서도 배수 능력을 확보해 안전성을 유지한다.
두 번째 혁신인 ‘인피니 코일’ 기술은 더욱 인상적이다. 타이어 전체를 감싸는 약 400m 길이의 추가 보강 벨트를 적용해 고른 마모와 내구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는 주행 중 하중 이동에 의한 변형을 최소화해 연비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듀라코일&파워코일’ 구조다. 휠과 결합되는 비드 와이어에 고강도 비드 와이어와 특수 나일론을 추가 적용했다. 높은 하중 조건에서도 강한 내구성을 제공하며, 비드 케이블 부위의 추가 강성을 확보해 타이어 전체의 구조적 안정성을 높였다.
이러한 기술 혁신의 결과는 국내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된다. 전륜용은 회전저항 2등급, 후륜용은 3등급을 달성했고, 젖은 노면 제동력도 3등급을 기록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상용차 타이어 중 이 모든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제품은 X 멀티 에너지 타이어가 유일하다.
여기에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 컴파운드’가 더해져 낮은 회전저항과 긴 마일리지를 동시에 확보하고, 마모 완료 시까지 균일한 젖은 노면 제동력과 눈길 성능을 제공한다. 이처럼 완성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쉐린은 어떤 시장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중장거리 전천후 타이어로 새 시장 개척
미쉐린은 이 같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기존 타이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X 멀티 에너지를 중거리용과 장거리용을 아우르는 ‘전천후 제품’으로 포지셔닝해 신규 세그먼트 창출에 나선 것이다.
이는 기존 X 멀티 제품군과의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구현된다. X 멀티 에너지는 연비 중심의 효율형으로, 기존 X 멀티는 마일리지와 견인력을 중시하는 다목적형으로 구분한다. 덤프트럭이나 시멘트 믹서처럼 오프로드 환경이 많은 차량에는 기존 X 멀티를, 고속도로 위주 운행에는 X 멀티 에너지를 권장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295/80R22.5 사이즈로만 출시됐지만, 시장 확장 계획은 이미 구체화되어 있다. 내년 초 245/70R19.5, 265/70R19.5 등 중형급 사이즈가 추가되면 택배 허브 차량, 대형마트 배송 차량 등으로 적용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병주 미쉐린코리아 제품 담당은 “X 멀티 에너지는 비용 절감 실현을 위한 마일리지·연비 개선, 운행 중단 최소화,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3대 목표를 모두 충족하는 제품”이라며,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국내 상용차 타이어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