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의 ‘트럭 여정’ 28년…‘판매 거장’이 되다

1997년 현대차 영업직 입사 후 5년간 ‘실적 부진’ 마음 추스르고 재도전하니, 28년동안 2,960대 ‘판매왕’ “상대방 입장에서 고객들의 고충·불만·불안을 경청”

2025-03-21     유지영 기자

대형 트럭 한 대 값만 2억~3억 원. 트럭 운전자에게 있어 신차 구매는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입할만큼 중대한 결단을 요구한다.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트럭 운전자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트럭 영업맨들이다.

지난 몇 년간 화물운송시장은 물동량 감소와 고금리로 직격탄을 맞으며, 차주들의 신차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트럭 영업맨들 가운데, 누군가는 ‘판매 1위’, 혹은 ‘판매왕’ 타이틀까지 거머쥐기도 한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고객의 신뢰를 얻고 계약까지 이끌어내는 걸까? 기자는 국산·수입 상용차 브랜드의 영업 현장을 찾아가 ‘판매 1등 영업맨’들의 판매 철학과 비결을 들어보는 기회를 가져본다.

강병철 현대자동차 서부트럭지점 영업이사는 지난 28년간 현대 트럭을 판매해오며 한결같은 마음가짐을 지켜왔다. 한 사람, 한 가정의 전부가 투자되는 만큼 ‘역지사지(易地思之·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함)’의 자세로 고객을 대하는 것. 이러한 진정성 있는 트럭 인생 컨설팅으로, 자연스럽게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그는, 현재 현대 트럭 판매에서 확고한 지위와 명예를 누리고 있다. 

2022년까지 누계 판매량 2,500대를 돌파하며 현대 ‘판매거장’에 이름을 올린 강 이사. 차 한 대값을 평균 1억 5,000만 원으로 가정한다면 강 이사 홀로 3,750억 원 가량의 판매고를 올린 셈이다.

현대 트럭 판매거장에 그치지 않고 현재(2월 11일 기준)까지 총 2,960대를 고객에게 인도하며 ‘판매 탑 클래스’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그를 서울시 금천구 소재 현대차 서부트럭지점에서 만나 보았다.

Q : 어떠한 계기로 영업을 시작하게 됐나.
A : 28년 전,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노력한 만큼 심리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가장 우선 했어요. 그러던 중 상용차 판매(영업)직을 알게 됐고,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면서 일을 하면 소득 등 바라던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 첫 직장에서 28년간 일을 했다. 처음부터 천직을 찾은 건가.
A : 천직이라기엔 입사 후 5년 동안은 판매 실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남는 시간 동안 동료들이 어떻게 고객과 상담하고 계약을 체결하는지 세세히 관찰하면서 여러 노력도 해봤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부친 병원비부터 어린 자녀들 양육비까지 돈이 들어갈 곳이 더욱 늘어나면서 이직까지도 고민했지요. 

하지만 그동안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를 생각하니 아무런 실적 없이 그대로 나가는 건 스스로 용납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판매 매출을 조금이라도 일으켜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니, 그때부터 일이 재미있어지면서 판매도 늘어나기 시작했죠.

Q : 2022년 현대 ‘판매거장’이 됐다. 신규 고객 유치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이었나.
A : 초기에는 인맥이 없다 보니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두고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명함을 들고 열심히 레미콘 공장을 돌며 발품을 팔았어요. 그 결과, 기존 고객들이 신규 고객들을 소개해 주는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레 생기더라고요. 

Q : 한 명의 고객에게 최대 몇 대까지 팔아 보았나.
A : 한 명의 고객에게 7~8대를 판매한 적도 있지만, 한 고객이 100대 이상의 신규 계약건을 소개해 준 적도 있었어요. 그만큼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겠죠?(웃음)

Q : 고객에게 단순히 신뢰감을 받는다 하여 계약을 지속적으로 하긴 힘들 텐데. 
A : 정직함을 바탕으로 한 신뢰 구축은 고객을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서 고객을 단순한 거래처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여 해결해 주려고 노력했어요.

고객의 요구사항을 경청하고, 작은 불만사항까지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에서는 직접 안내하고 상담하면서 관계를 이어가다 보니 관계가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 트럭 판매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과 성과는.
A : 신입 시절, 계약 체결 후 며칠 뒤에 실시된 이벤트로 인해 가격 변동이 발생하게 되자, 고객과 오해가 발생한 적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자금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다 보니 대부분의 신규 고객들은 다른 지점과 견적을 비교하면서 구매하는 편인데, 그 과정 속에서 고객과 오해가 생겨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설명한 적이 있었지요. 

그 당시엔 계약은 불이행됐지만 시간이 흐른 뒤, 저의 진심을 알아준 고객님이 제게 다시 찾아와 차량을 구매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어요. 이 계기를 통해 ‘진정성’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가 됐죠.

Q : 아무리 영업 고수라고 해도 수천만 원부터 수억 원에 달하는 트럭을 계약하고 인도하기까지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A : 맞아요. 그래서 ‘입장 바꿔 생각하기'가 가장 중요하고, 고객의 인생과 사업을 함께 설계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해요. 그리고 장기적인 인간관계 구축에 초점을 둬야 해요. 차량을 인도했다고 관계를 끝내는 건 하수에요. 진정한 고수는 그들의 형, 동생, 삼촌이 되어 오래가는 인연으로 발전할 수 있게, 고객이 제게 털어놓는 고민과 불안을 들어줄 줄 아는 자가 되어야 해요. 이게 핵심입니다. 

Q : 어려운 시기에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낸 비결이 있었다면?
A : 상용차 업계는 특히나 법규, 보조금 등 복잡한 요소가 많은 분야에요. 때문에 틈틈이 새로운 업계 소식이나 차량 사용법 등에 대해 미리 숙지하여, 고객이 당황스러움을 마주했을 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안내하고 제안하는 것도 좋은 영업맨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또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해요. 특히 대·폐차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는 고객의 니즈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항상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죠.

Q : 영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A : 제가 생각하는 영업이란, 결국엔 ’나를 파는 것‘ 같아요.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니라 고객과 인간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가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 특히 상용차 영업은 고객의 사업과 인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일이죠.

그렇기에 트럭 영업맨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고객과 함께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가 따라오겠지요.

Q : 3천대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 감사하게도 수많은 고객들에게 신뢰와 인정을 받으며 지금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고객과 맺은 소중한 관계들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 제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제가 행복해야 하는데, 일이 즐거우면 차가 잘 팔리고 돈을 많이 벌게 될 테니 지금 이 업을 즐기면서 일하려고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4천대, 5천대 판매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하(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