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비중 높아도 중대형 트럭 전동화에 ‘정부는 뒷짐’

볼보트럭·타타대우 대형급과 준중형급 전기트럭 판매 예고에도 정부는 보조금 등 지원에 ‘난색’ 양사 “보조금·인프라 정부 지원 없어도 일단 판다” 일부 전기버스·특장 업체, 전기트럭 시장 진출 검토 친환경 지원한 유럽은 이미 보조금까지 ‘졸업 수순’

2025-02-28     정하용 기자
본격적인 국내 판매를 앞두고 있는 중대형 전기트럭. 볼보 ‘FH 전기트럭’

중대형 전기트럭 시장이 열릴 낌새가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올해도 ‘모르쇠’다. 국내외 상용차 브랜드들이 잇따라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가운데, 시장 활성화의 핵심인 구매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계획은 여전히 ‘백지’ 상태다.

2023년 수입트럭 브랜드인 볼보트럭코리아가 대형 전기트럭의 국내 출시를 공식화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국산트럭 브랜드 타타대우모빌리티가 준중형 전기트럭의 올해 판매 개시를 선언했다. 전기버스 제조사와 대형 특장차 업체들도 관련 시장 진출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이들의 시장 진출을 뒷받침할 구매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은 여전히 ‘깜깜’한 상황이다. 1톤급 소형 전기트럭은 영업용 번호판 무상 지원 등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중대형 전기트럭은 보조금 등 정책 지원이 전무해 업계의 의지만으로는 시장 형성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트럭, 전기버스·특장차 업계도 ‘관심’ 
소형급이든, 중대형급이든 친환경 전기트럭은 디젤트럭에 비해 유지보수 비용이 낮고 주행 성능도 디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아 장기적으로 물류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친환경 물류 체계가 구축되면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 감축에도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볼보트럭코리아가 불모지인 국내 중대형 전기트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2023년 국내 최초로 공개한 대형 전기트럭 ‘FH 일렉트릭(FH Electric)’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주행거리 1억km를 돌파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박강석 볼보트럭코리아 대표이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 인증이 완료되는 대로 보조금 유무와 관계없이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신선제품 운송회사들과의 실증테스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타타대우모빌리티는 준중형급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2024년 하반기 전기트럭 ‘기쎈(GIXEN)’ 공개를 시작으로, 2025년 약 30대 시범 운영을 거쳐 2026년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최고출력 250kW, 1회 충전 주행거리 최대 480km의 성능을 확보했으며, LFP·NCM 배터리 투-트랙 전략으로 다양한 고객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시장 확대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만트럭버스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트럭은 시장 여건이 조성되면 자사의 검증된 전기트럭을 국내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전기 상용차 제작 노하우를 보유한 전기버스 제조사들과 대형 특장차 업체들도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정책에 뒷짐’…민간이 나선 충전 인프라 
이처럼 업계의 적극적인 시장 진출 준비와는 대조적으로,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2023년 환경부 예산안에 중대형 전기트럭 구매보조금이 처음 포함됐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이후, 2025년 예산안에도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인증과 충전 기반시설(인프라)이다. 대형 전기트럭이 시장에 등장한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최초라는 이유로 인증 절차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의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도 전무한 상황에서, 볼보트럭코리아는 자체 비용을 투입해 전국 주요 거점에 3단계 충전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어떠한 지원도 없이 민간 기업이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러한 정책 공백 속에서 국내 화물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화물차주들의 전기트럭 전환은 요원한 실정이다. ‘ESG 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 경영)’이나 ‘RE100(기업 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화)’ 실천을 선언한 일부 대기업만이 전기트럭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타타대우모빌리리티 준중형 전기트럭 ‘기쎈’

 친환경 전환 앞선 유럽, 체계적 지원 눈길 
한편 국가 온실가스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총중량이 12톤이 넘는 대형트럭은 전체 영업용 화물차의 20%에 불과하지만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51.8%를 차지한다. 1톤 화물차와 비교하면 오염물질별로 미세먼지(PM10)은 11배, 질소산화물(NOx)는 8배, 이산화탄소는 6배나 더 많이 배출한다. 이 때문에 유럽은 일찍이 대형 디젤트럭의 심각한 환경 영향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지원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2021년부터 ‘Ks NI(기후 친화적인 상용차 및 기반 시설)’ 정책을 통해 3조 2,000억 원 규모의 구매보조금을 투입했으며, 영국은 배터리 무게를 고려해 차량총중량을 2톤 추가 허용하는 등 과감한 규제 완화도 진행했다. 유럽연합(EU)은 한발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주요 도로망 60 km마다 대형 트럭 충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유럽의 중대형 전기트럭 시장은 이미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시장 성숙도를 고려해 보조금 축소·폐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지원은 오히려 강화하는 추세다.

볼보트럭코리아는 자체적으로 전기트럭 본격 판매를 위해 서비스 센터 내 전용 충전시설을 구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