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 시장, ‘친환경’으로의 전환?
그 더딤에 디젤트럭 영향력은 여전
‘친환경 상용차’ 선언 무색케한 글로벌 친환경 트럭시장의 부진 더욱 진화하는 글로벌 디젤엔진 친환경 속도내는 유럽과는 달리 국내선 디젤트럭 영향력 여전
“친환경의 새 시대가 온다!”
3년 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2022’를 뜨겁게 달군 슬로건이다. 당시 트럭 브랜드들은 앞다퉈 전기트럭을 공개했고, 일부는 ‘노 디젤(No Diesel)’을 내세우며 친환경 상용차만으로 전시장을 채웠다.
하지만 2024년 9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IAA 2024’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전기·수소트럭이 여전히 주역이긴 했지만, 한층 진화한 디젤엔진들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급진적 친환경 전환을 외치던 제조사들은 이번엔 한 템포 쉬어가는 모습이었다.
▲ 뜨겁지만 여전히 갈길 먼 친환경 상용차
2022년 하노버 전시장은 친환경 미래를 보여주는 쇼케이스였다. 볼보트럭은 2030년까지 판매량의 절반을, 2040년까지는 전체를 전기트럭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트럭과 스카니아, 만트럭버스, 이베코도 2040년까지 단계적 내연기관 판매 중단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디젤트럭 대비 3배에 달하는 가격과 제한적 주행거리는 글로벌은 물론 국내 물류 현장을 대체하지 못했다. 특히 24시간 가동되는 물류 현장에서 긴 충전 시간은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했다.
국내에서는 중대형 친환경 트럭 구매 보조금조차 없어 실제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화려한 홍보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진출 수입 트럭 브랜드들은 일제히 “과도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 디젤트럭의 반격…기술 진화로 답하다
이런 가운데 하노버 박람회에서 공개된 디젤엔진은 놀라운 진화를 보여줬다. 만트럭버스와 스카니아가 선보인 차세대 엔진이 대표적이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상용차 그룹 ‘트라톤(TRATON)’은 그룹 내 기술력을 집약한 디젤엔진 플랫폼을 개발했다.
만트럭의 신형 D30 엔진은 ‘파워라이온(Powerlion)’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통해 연비와 CO2(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각각 4% 개선했다. 스카니아도 같은 플랫폼으로 차기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7 (Euro 7)’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각 브랜드는 2015년 유로6 발효 이후 10년간 배기가스는 줄이고 출력은 20~ 50마력 이상 증가시켰으며, 연비는 최대 10%까지 개선하는 등 혁신을 이어왔다. 2025~2026년경에는 유럽의 배기가스 기준치인 유로7 대응을 위한 새로운 디젤엔진도 선보일 예정이다.
▲ 국내 개인 차주 95%, 글로벌보다 디젤 영향력 더 커
국내 시장에서 디젤의 영향력은 더욱 뚜렷하다. 한 수입 트럭 브랜드 관계자는 “유럽은 브랜드들이 합작해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규모 물류 운영이 가능한 환경에서 친환경 트럭을 도입하지만, 한국은 개인 차주가 95% 이상이라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개인 차주가 대부분인 국내 특성상, 친환경 트럭으로의 전환은 큰 부담이다. 차량 가격은 물론 충전소 접근성, 충전 시간, 운행 거리 등 모든 면에서 현실적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디젤엔진은 당분간 글로벌 물류의 중심축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업계는 향후 15~20년간 물류산업을 이끌어갈 ‘디젤엔진의 최종판’을 준비하고 있다. 친환경으로의 전환은 필연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디젤엔진의 진화는 여전히 강력한 물류 운송의 해법이자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