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 규정 위반 ‘요소수 첨가제’ 확산 일로…
트럭 브랜드들 매뉴얼에는 ‘사용 금지’

<집중 취재> 검증도 규제도 없는 ‘요소수 첨가제’의 덫 ‘연비 향상·결정화 방지’…요소수 첨가제의 달콤한 유혹 검증·규제 없이 난립하는 첨가제…온/오프 유통 확산 “ISO서 고결방지제 금지”…트럭 업체들도 매뉴얼서 경고 사용하다 SCR 엔진 고장나면 최대 3천만 원 수리비 폭탄 환경부 “규제 사각지대의 첨가제로 법 개정으로 관리 강화”

2024-11-20     정하용 기자

‘요소수의 결정화를 막아준다’, ‘차량 연비가 좋아진다’, ‘엔진이 부드러워졌다’

유로6 배기가스 규제기준 충족을 위한 중대형 디젤트럭의 핵심, SCR(선택적 촉매 환원장치) 시스템을 위협하는 달콤한 유혹이 번지고 있다. 바로 ‘요소수 첨가제’다.

‘요소수’는 디젤 엔진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의 양을 줄이는 데 사용되는 액체이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의 등록상표인 ‘AdBlue®(애드블루)’로 널리 알려져 있다. 종종 ‘우레아(Urea solu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소수에 첨가제를 넣으니 확실히 연비가 좋아졌어요. 요소수 결정도 사라지고, 엔진 출력도 좋아진 것 같고…”

화물차 운전자의 게시글인지 광고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한 블로그 글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저도 써보고 싶은데 어떤 제품 쓰셨나요?”, “효과가 정말 있나요?”, “차량에 문제는 없었나요?” 등 요소수 첨가제의 효과를 궁금해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엔진오일이나 연료 첨가제처럼 요소수에도 첨가제를 넣으면 성능이 개선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화물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요소수 첨가제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각종 화물차 운전자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실사용을 인증하는 글들이 우후죽순으로 게시되고 있을 정도다.

그 중에는 ‘효과를 봤다’라는 경험담부터 ‘3개월에 한 번 씩 넣으면 충분하다’라는 조언, ‘연비가 0.8km/ℓ 늘어났다’라며 구체적인 실험결과까지 다양한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요소수 첨가제 사용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엔진오일이나 연료 첨가제와 달리 요소수 첨가제는 어떠한 규정도, 검증 절차도 없는 ‘무법의 자동차 용품’이라는 것이다.

 

요소수 첨가제 업체들 우후죽순 생겨나고
검증 안 된 ‘첨가제’, 결정체 용해로 유혹

2021년 말 이른바 ‘요소수 대란’을 겪은 국내 중대형트럭 시장은 이후 ‘불량 요소수 유통’, ‘SCR 분사 시스템 불법개조’, ‘요소수 에뮬레이터’ 등 잇따른 문제로 주기적인 혼란을 겪어왔다.

2021년 말 이른바 ‘요소수 대란’을 겪은 국내 중대형트럭 시장은 이후 ‘불량 요소수 유통’, ‘SCR 분사 시스템 불법개조’, ‘요소수 에뮬레이터’ 등 잇따른 문제로 주기적인 혼란을 겪어왔다. 요소수를 주입해야 한다는 것이 ‘대기 환경 개선’이라는 공익적 목표에도 불구하고, 화물차로 생계를 유지하는 차주들로서는 어쨌든 추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사회적인 부작용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액의 수리비가 발생하는 SCR 시스템 고장을 경험한 화물차 운전자들은 이번에는 SCR이 장착된 차량 관리 방안으로 ‘요소수 첨가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도 늘어나는 법. 작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요소수 첨가제는 현재 온라인에서만 하더라도 손 쉽게 14개가량(2024년 11월 15일 기준)의 제품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중국산과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제품들까지 더해지면, 실제 유통되는 제품 수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요소수 첨가제 업체들은 요소수에 자사의 첨가제를 넣으면 ‘요소수 결정화 방지’, ‘SCR 고장 예방’, ‘요소수 미세 결정 용해’, ‘SCR 시스템 성능 개선’ 등 검증조차 되지 않은 홍보물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일부 업체는 요소수 분사 시스템에 쌓인 하얀 결정체가 첨가제로 인해 녹아내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자사 제품의 효과를 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어떠한 공인 검증이나 규제도 없이 마치 효과가 입증된 것처럼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하면서, 화물차 운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각종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그리고 바이럴(여론 형성) 마케팅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ISO 규정에 '고결방지제' 혼합 금지 명시돼 있어”

국산·수입 트럭 매뉴얼엔 ‘첨가제 사용 금지’

이처럼 요소수 첨가제가 검증이나 규제없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요소수 첨가제의 효과에 대해 요소수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증 규격 국제표준화기구(ISO/22241) 규정에도 요소수 제조 시 ‘고결방지제(Anticaking agent)’를 넣지 말라고 돼 있다”며, “첨가제를 주입해 요소수가 제조 기준에 맞지 않는 상태가 된다면 이는 분명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요소수 관련 국제 표준 규격을 명시한 ISO 22241 에는 요소수의 비율 기준은 물론, '고결방지제(Anticaking agent)'가 혼합되면 안된다는 항목이 명시 돼 있다. (출처 : iso.org)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첨가제 업체들이 주된 효과로 내세우는 '결정체 용해'는 요소수가 굳어지는 현상을 막는 고결방지제를 첨가하는 것으로, 이는 명백히 ISO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충북 청주의 한 DPF(배기가스저감장치) 클리닝 업체 관계자 역시 “SCR과 요소수의 작동 원리는 순수한 요소수가 섭씨 250도가 넘는 고온의 배기가스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불순물 없이 암모니아만 남아 작용하는 원리인데, 별도의 첨가제가 이를 돕는다는 주장은 화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첨가제 자체가 불순물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용 시 부작용을 강하게 경고했다.

해당 관계자는 “SCR 시스템이 고장 나서 들어온 차량들을 점검해보면 하얀 물질이 쌓여있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 들어서 들어오는 차들 보면 요소수 첨가제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라며, “첨가제가 결정물을 용해시킨다고 들었는데 요소수 첨가제를 한 번 주입하면 이미 요소수통을 전체적으로 세척하지 않는 한 통에 남아있는 첨가제가 계속 새로 주입되는 요소수와 혼합되기에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요소수는 법적으로 규정된 비율로 요소와 불순물이 없는 초순수를 배합해 만든 화합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첨가제의 주입은 요소수 혼합 비율은 물론 구성 성분에 대한 법적 제조 기준을 무너뜨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특히 성분이 불분명한 첨가제와 요소수의 혼합물이 고가의 SCR 시스템에 미칠 영향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산 및 수입 트럭 제조사들도 요소수 첨가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와 만트럭, 벤츠트럭을 비롯한 국내의 주요 트럭 제조사들은 트럭 매뉴얼에 요소수와 다른 물질의 혼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상용차 차량 메뉴얼. 요소수에 첨가제를 넣지 말라는 문구가 차종마다 명시돼 있다.

수입산 트럭 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인된 요소수 외에 요소수를 임의로 변형해 주입하는 것은 법적인 처벌 조항까지 있을 정도로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SCR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영향이 야기될지 예측할 수조차 없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해당 관계자는 “요소수 첨가제로 결정체가 녹고 엔진 경고등이 꺼지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용해된 결정체가 요소수통 내부에 잔류하면서 시스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관리한다고 첨가제 썼다간 되레 큰 피해 우려”

비용도 무시 못해…요소수 20ℓ당 150ml 보충 권고

그렇다면 요소수 첨가제를 이미 사용한 경우는 어떤가? 상용차정보의 다양한 취재에 따르면, 요소수 첨가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에서 만 트럭을 운행하는 한 차주는 엔진 경고등이 꺼질 정도로 효과가 좋다는 지인의 말만 듣고 평판이 좋다는 요소수 첨가제를 넣었다가 경기도로 진입하던 중 되레 엔진 경고등이 켜지는 상황을 겪었다. 다행히 서비스센터에서 요소수통 전체 세척과 요소수 교체만으로 문제가 해결됐지만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SCR 시스템의 담체가 결정체로 오염된 모습. 클리닝 업체 관계자는 "SCR 시스템이 고장 나서 들어온 차량들을 점검해보면 하얀 물질이 쌓여있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 들어서 들어오는 차들 보면 요소수 첨가제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이런 가벼운 사례는 극히 다행스러운 경우다. SCR 시스템이 한번 손상되면 수리비용이 급격히 늘어난다. 시스템 전체 교체에는 최대 3,000만 원이, 부분 교체나 클리닝에도 300~6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여기에 첨가제 제조사들이 권장하는 주기적인 사용으로 인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른바 ‘SCR 클리너’로 불리는 이들 제품은 150ml 기준 중국산이 1만 원 대, 국산이 2만 원대에 판매되며, 요소수 10~20리터(ℓ)당 보충을 권장한다.

트럭 브랜드마다 요소수 소모량이 다르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하루에 1통을 주입해야 권장량을 채울 수 있을 정도다. 결국 1만~2만 원짜리 첨가제로 성능을 개선하려다 비용 지출은 물론이거니와 최악의 경우 수천만 원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요소수 첨가제”

법적 처벌 기준도 모호해 관리감독 시급

현행법상 첨가제나 촉매제를 제조기준에 맞지 않게 제조·수입하거나 사전 검사를 받지 않으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제조기준에 맞지 않는 첨가제나 촉매제를 공급·판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이, 검사받은 제품임을 허위로 표시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첨가제와 촉매제는 판매나 사용 전 적합성 검사를 받아야 하며, 검사받은 내용과 다르게 제조된 제품은 판매할 수 없다. 심지어 부적합 제품임을 알면서 사용한 경우에도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장난 SCR의 소음기 탈거 모습. 

문제는 요소수는 국제 규격으로 철저한 관리 감독하에 만들어지는데, 요소수 첨가제를 넣으면 규격에 부적합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사실상 첨가제나 촉매제를 통해 요소수를 변형시키는 행위지만, 현재 이러한 요소수 첨가제는 관련 법적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 정품 첨가제와 촉매제는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현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요소수 첨가제는 그 대상에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업계에서는 화물차의 안전과 대기환경 보호를 위해 정부의 관리감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요소수 품질 문제로 고가의 SCR 시스템이 망가지는 사례가 있는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첨가제 사용으로 이를 가속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법 개정으로 요소수 관련 규제 강화된다”

환경부, 요소수 첨가제 시장 관리 나서나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심의 중이다. 개정안에는 ‘자동차 및 건설기계의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기능이나 성능을 저하시키는 제품의 수입·판매·진열·보관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요소수 첨가제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요소수가 촉매제인데, 촉매제에 다른 물질을 넣는 행위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행 대기환경보전법 57조의2에 따르면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기능이나 성능을 저하시키는 행위는 규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요소수 첨가제 제품들이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며 관련 문제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제조 기준에 맞지 않거나 성능을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면 당연히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첨가제 제조·판매 업체를 직접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환경부는 “법이 공포되면 업계와 언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이라며, “요소수 제조 기준에 맞는 제품만 판매된다면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환경부는 첨가제 업체들의 무분별한 마케팅 활동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이 마련되면 업계는 물론 사용자들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단속보다는 업계와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만트럭버스의 차량 메뉴얼. 요소수를 다른 물질과 혼합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다.
메르세데스-벤츠트럭의 메뉴얼 모습. 요소수를 첨가제와 혼합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