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용 타이어 ‘수명 연장’도 가능해?
경제성·안전·환경 동시에 잡는다…미쉐린 ‘리그루빙’
트랙터 구동축 기준 25만km 주행 타이어에 6만km 연장 5% 연비 개선·폐타이어 배출 감소·CO2 배출량 감소 효과 타이어 측면 ‘Regroovable’ 표식 있으면 리그루빙 가능해 미쉐린 “고객 비용 절감·환경 보호가 미쉐린의 최종 목표”
“미쉐린 타이어 물론 비싸죠. 하지만 경험 많은 차주들은 전륜이나 구동축에 꼭 미쉐린을 고집하죠. 그만큼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다는 뜻이겠죠? 안전 확보됐죠. 연비 좋죠. 다 쓴 타이어에 트레드(tread) 홈까지 추가로 파면 되레 이게 싸게 먹힌다니까요” 부곡IC 인근에서 만난 미쉐린 인증 대리점 현우타이어의 박희춘 사장의 말이다.
도로를 힘차게 내달리는 거대한 트럭들이 지면과 맞닿는 유일한 부위는 타이어다. 그만큼 안전과 직결된 부품이지만, 구동축 기준 6×2 이상만 되더라도 복륜을 포함해 10개가 넘는 타이어가 필요해 주기적인 타이어 교체 비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자들의 타이어 교체 비용은 전체 소요 비용의 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수익을 늘려야 하는 화물차 운전자들로서는 ‘안전 운행’도 중요하지만, 고가의 프리미엄 타이어 선택이 쉽지 않은 이유다.
안전과 비용. 이 상충하는 두 가지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미쉐린이 내놓은 해법이 일명 ‘홈 파기’로 잘 알려져 있는 ‘리그루빙(Regrooving)’ 서비스다. 철저한 품질 관리와 안전성 보장을 통해 프리미엄 타이어의 수명을 연장하고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다.
리그루빙, 타이어에 새 생명을
리그루빙이란 미쉐린이 인증한 범위 내에서 마모된 타이어의 홈을 추가로 파는 서비스다. 트럭 타이어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미쉐린은 리그루빙을 최종 소비자 및 판매 대리점에 적극 권장하고 있다.
리그루빙의 작업 원리는 간단하다. 무거운 짐을 실은 대형 트럭의 하중을 버틸 수 있도록 타이어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파 놓은 트레드(홈)가 마모한계선에 다다르면, 안전 고무층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이어 고무를 한 번 더 파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타이어의 안전성, 내구성 등 고유한 특성은 유지하면서도 연비를 올리고, 타이어 수명을 늘림과 동시에 폐타이어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
미쉐린타이어의 고객기술지원 담당 김병주 매니저는 “마모한계에 도달한 미쉐린 타이어를 리그루빙하면 타이어 수명을 최대 25%까지 연장할 수 있다”라며, “트랙터의 구동축 타이어가 보통 25만km까지 달린다고 하니, 추가로 6만km 정도 더 주행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박희춘 사장 역시 “미쉐린 새 타이어 1본 가격이 60만 원 정도에 형성돼 있으니, 사실상 15만 원 정도의 가치를 재창출하는 셈”이라며, “리그루빙 서비스를 받는 데 현재 1개(본) 당 4만~5만 원으로 충분히 이득이다”라고 덧붙였다.
연비 향상 효과도 가져오는, 리그루빙
리그루빙의 장점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서 연비 향상 효과도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새 타이어는 지면과의 접촉 면적이 넓어 회전 저항이 높지만, 마모될수록 이 저항이 줄어든다.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타이어가 어느 정도 닳으면 회전 저항이 최소화되어 연비가 극대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리그루빙은 최적의 연비 효율 상태에서 타이어 홈을 다시 파, 안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최적의 타이어 상태를 오랜 기간 유지하는 데 그 역할을 한다.
김병주 매니저는 “중대형 트럭의 경우 타이어가 전체 연비의 30% 내외를 좌우하는데, 리그루빙을 활용하면 회전 저항이 새 타이어에 비해 25% 가량 감소하고, 이로 인해 최종 연비가 5% 개선돼 매우 경제적인 타이어 운용이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환경 보호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타이어 수명이 늘어나 폐타이어 발생량이 줄고, 연비 개선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감소시킬 수 있다. 이 점에 있어 미쉐린 타이어는 현재 자사 기준 58% 수준까지 달성한 지속 가능한 트럭 타이어 소재 사용 비율을 2050년까지 100% 달성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리그루빙 작업시 “안전 고무층 절대 파손 않는다”
타이어 홈을 다시 파는 리그루빙 기술은 일견 타이어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미쉐린은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기술력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병주 매니저는 “미쉐린 타이어에는 3mm가량의 리그루빙이 가능한 고무층과 이를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표식이 파져 있어 리그루빙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안전 고무층을 절대 파손시키지 않는다”며, “모든 미쉐린 타이어 측면에 새겨진 ‘리그루버블(Regroovable)’ 표식은 이 타이어가 리그루빙을 위해 특별히 설계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라고 전한다.
물론 리그루빙 과정은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타이어 상태 확인, 리그루빙 가능 여부 판단, 깊이 측정, 실제 작업, 품질 확인 등의 단계를 거치며, 전체 과정은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이러한 미쉐린의 꼼꼼한 리그루빙 과정을 통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현장에서의 안전 관리도 철저하다. 현우타이어 박희춘 사장은 “타이어의 상태, 마모도, 상처 여부를 꼼꼼히 확인한 후 리그루빙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며, “기본적으로 험로를 주로 다니는 건설 현장용 타이어나 과적 차량용 타이어는 리그루빙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지속 가능한 타이어 산업, ‘미쉐린 리그루빙’
”왜 타이어 회사가 타이어 수명을 연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나요?“ 이 질문에 미쉐린의 김병주 매니저는 ”고객의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답한다. 이 간단한 대답 속에 미쉐린의 장기적인 비전이 담겨있다.
미쉐린은 단순한 타이어 판매를 넘어 ‘멀티 라이프 사이클’ 개념을 추구한다. 이는 타이어의 전체 수명 주기를 관리하며,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리그루빙 서비스는 이 비전을 실현하는 핵심 요소로, 타이어의 수명을 연장하면서 동시에 성능과 안전성을 유지한다.
결국 미쉐린의 리그루빙 서비스는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송 산업을 위한 미쉐린의 비전을 구현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이다. 이는 고객의 경제적 이익, 안전, 그리고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잡힌 접근법이다. 앞으로 이 서비스가 더 많은 운전자들에게 인식되고 활용되어, 운송 산업의 지속 가능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