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장의 ‘레전드’를 찾아서 조원철 한국탑㈜ 대표이사
“화물차에 물류시스템 도입한 지 30년. 이제는 ‘물류자동화’가 미래입니다”

"물류시대가 도래했지만 아직도 물류의 발전 속도가 더딥니다.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포장, 상하역, 운반 등 물류 全분야에 폭넓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2021-11-05     김동욱 기자
조원철 한국탑㈜ 대표이사

“탑차 안에 장착된 롤러(조로다시스템)를 이용하면 고중량 화물도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 실을 수 있습니다. 과거 피라미드를 만들 때도 굴대(나무막대나 쇠막대)를 이용하여 2.5톤에 달하는 돌을 손쉽게 운반했죠. 물류시스템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우리에게 체감될 정도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제공합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물류시스템’이라는 개념은 생소했다. 상하차 시간이나 적재효율성보다는 얼마나 많이 짐을 싣느냐가 관심거리였던 탓에 탑차 형태보다 한꺼번에 많이 실어 나르는 카고트럭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 보니 체계적이지 않은 상하역 작업으로 인해 물류 창고는 마비되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물류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무작정 트럭 대수만 늘릴 수 없는 법. 한정된 영업용 차량에 더 많은 물류를 이동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물류시스템’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조원철 한국탑㈜ 대표이사는 탑차가 흔하지 않던 1990년대부터 앞으로 국내 시장도 안전 배송, 냉장·냉동제품 배송에 주력하는 탑차 보급이 확대될 것이라 내다보고 차량과 연계돼 운송효율성을 높이는 물류시스템에 주목했다. 

그 결과 한국탑은 30년째 물류시스템 업계에서 ‘독보적인 원톱’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은 ‘물류자동화 시대’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물류시대 올 것”…선진국 물류시스템 국내에 이식
한국탑의 역사는 조 대표가 36년 전 한국아브델(AVDEL)을 설립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대표는 1985년 영국 차량용 파스너제작업체 아브델과 합작하여 국내에 한국아브델을 창업했다. 이 과정서 선진국의 물류 발전 속도와 물류차량에 설치된 각종 물류시스템을 보게 된다. 

“해외 물류시스템을 직접 경험하면서, 국내에도 물동량이 늘면 물류차량의 한 축인 탑차의 보급이 확대될 것이라 느꼈고, 운송 효율성을 높인 물류시스템의 수요도 덩달아 늘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이에 조 대표는 1990년 한국탑을 창업하며 냉장칸막이, 조로다 상하역시스템 등 물류시스템 공급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된다. 초기 빙그레에 냉장칸막이 공급을 시작으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그룹 등 대형 유통·물류업체를 대상으로 선진 물류시스템을 전파했다.

“한국탑은 우리나라 물류 발전사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 물류가 대기업이 대형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진열하는 유통구조를 넘어 생산자-구매자 간 즉각 배송, 비대면 배송 등으로 확대된 것처럼 한국탑도 레버를 당겨 중량물을 들어 올리는 ‘수동’ 시스템에서 현재 탑차나 트레일러 바닥에 롤러베드를 설치하는 ‘반자동’ 시스템까지 발전했습니다.”

다가올 물류자동화 시대…“기술력은 충분하다”
한국탑의 전진은 멈추지 않는다. 물류의 반자동화를 이끈 한국탑은 물류의 ‘자동화 시대’를 내다보고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조 대표는 기존 롤러베드가 깔린 차량 내부에 체인까지 연결한 새로운 조로다시스템 기술개발도 이미 마쳤다고 전했다.

이동식 냉장칸막이에 대해 설명하는 조원철 대표

“롤러베드 중간에 연결된 체인은 물류센터의 컨베이어 벨트와 연결돼 인력 없이도 화물을 옮길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정착되면 화물차 운전자가 물류센터에서 화물만 받아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물류자동화 시대가 열리게 될 겁니다.”

아울러 조 대표는 항공 및 육상 간 연계 운송을 지원하는 논스톱 물류시스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올해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최초 공급한 ‘30톤급 자동상하역 트레일러’가 바로 그것이다.

“자동상하역 트레일러는 반도체 등 첨단소재 운반에 주로 사용됩니다. 2007년에 이미 비슷한 분야에서 제작 경험이 있었지만 내년부터 운반해야할 소재는 훨씬 무거워 기존 상하역 트레일러로는 운반할 수 없는 수준이었죠. 새로운 30톤급 트레일러 제작을 위해 여태껏 함께해온 조로다, 한성특장차 등과 힘을 모았습니다. 3사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자동상하역 트레일러’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탑은 과거 물류 선진국으로부터 국내에 최신 물류시스템을 들여오는 것을 넘어 국내 특장업체, 해외 물류시스템 업체와 협업해 세계 최초의 물류시스템을 제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탑이 국내의 물류 선진화를 이끌며 한 단계 발전한 물류시스템 업체로 진일보한 순간이다.

조로다시스템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하는 조원철 대표

한국이 물류선진국? ‘지입제’ 해결에 인식 전환해야
물류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조 대표는 우리나라는 아직 물류의 발전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나라 물류 기업이 자체적으로 화물차를 운용하지 않고 외부에서 고용하는 ‘지입제’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이라고.

“국내서 물류효율성을 높이려고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각종 제도를 손보고 있지만 전체 물류비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운송비가 우리나라의 지입제로 인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조 대표에 따르면 한 물류센터의 물동량이 100대의 화물차로 실어 날라야 할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 물류시스템을 장착하면 60대의 화물차로도 거뜬하다고 한다. 그러나 물류센터가 차량을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물류시스템 도입에 회의적이라고. 여기에 조 대표는 여전히 물류업이 제조업보다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 풍조도 물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첨단 기술력을 갖춘 국내 대기업도 제품을 운반할 때는 지게차로 실어 나르고 주위 사람들에게 비키라고 호루라기를 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선진국에선 제품의 제작부터 배송까지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데 우리나라엔 아직 물류 개념이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거죠. 우리나라도 포장, 상하역, 운반 등 물류의 모든 분야에 폭넓은 투자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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