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화물차시장 활기 회복

▲물동량 급증 ▲일감·운임 평년수준 회복 ▲넘버 수요 급증

2021-09-16     장준영 기자
국내 수출입 물동량이 수개월째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화물운송시장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수출입항구로 진입 중인 컨테이너 모습.

최근 국내외 경제가 코로나19 침체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하는 가운데 국내 화물운송시장에도 활기가 돋고 있다. 부족한 일감에 운임마저 바닥을 기어 화물차주들의 고충이 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일감과 운임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모습이다.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회복세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고 국가간 교역이 재개되면서 국내 수출입 물동량이 수개월 연속 오름세를 타자 화물 운송 수요도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수출입 물동량은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분위기와 화물차 수요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올해 들어 수출입 물동량은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수출 실적은 전년 7월보다 29.6% 증가한 554억 4천만 달러(한화 약 64조 6,700억 원)로 나타났다. 이는 무역 통계를 집계한 이래 1개월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호황기였던 2017년 9월이다. 7월 수입 실적도 536억 7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2% 늘었다. 

수출입 물동량이 증가하자 코로나19로 오랜 침체기를 겪던 국내 화물운송시장에도 오랜만에 활기가 돋았다. 한 화물운송업체 관계자는 “수출입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국내 화물운송 수요도 증가했다.”며 “이러한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내 화물시장이 단순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호황기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감도 운임도, 평년 수준 회복
운송업체와 화물차주들은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절반으로 뚝 떨어졌던 일감과 운임이 올해 들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부트럭터미널을 방문하자 지난해와 비교해 부쩍 늘어난 화물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화물차주는 터미널에 차를 주차한 뒤 운송업체나 콜 어플의 오더(주문)를 기다린다. 터미널에 화물차가 많다는 건 그만큼 일감이 많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서부트럭터미널에서 만난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가장 심했을 때는 물동량이 평년의 40~50% 수준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화물차주들은 운임이 제자리를 찾아 안도하는 모습이다. 서부트럭터미널에서 만난 한 10톤 대형카고 차주는 “작년 이 맘 때는 콜 어플 운임이 원래 수준의 50~60%에 그쳐 한 달에 근무한 날을 열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었다.”며 “아직 운임이 만족할 만큼 오른 건 아니지만 ‘차라리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돈을 버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던 작년과 비교하면 훨씬 일할 맛이 난다.”고 했다. 

지난해 중순 콜 어플에서는 원래라면 30만 원에 올라오던 화물이 15~20만 원 수준에 등록되곤 했다. 일감이 부족해지자 낮은 가격에 제시된 화물이라도 급하게 ‘낚아채는’ 차주가 많아지면서 평균 가격대가 떨어진 것이다.

넘버 수요도 급증…시세 3,000만 원 진입

코로나19 여파로 곤두박질쳤던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이하 넘버) 수요도 올해 들어 증가했다.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화물차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000만 원 초반까지 떨어졌던 넘버 시세는 8월 현재 2,800 ~3,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국 단위 넘버 시세를 집계하는 네이버 카페 ‘넘버거래소’와 경기도 소재 중고화물차 매매상사에 따르면 올해 8월 국내 넘버 평균 시세는 2,900만 원으로 지난해 8월 평균인 2,292만 원 대비 약 26.6%, 지난 한해 평균(2,265만 원) 대비 약 28.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개인중형(기존 개별, 최대적재량 1.5톤 초과~16톤 이하) 넘버가 지난 8월 평균 3,000만 원에 거래돼 전년 동월(2,283만 원) 대비 31.4% 올랐으며, 개인소형(기존 용달, 1.5톤 이하)은 2,800만 원으로 전년 동기(2,300만 원)보다 약 21.7% 증가했다. 

넘버 수요와 시세가 올해 초부터 급격히 오른 건 국내 화물운송시장이 활황을 맞이해서다. 특히 개인중형 넘버의 경우 개인소형보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는 준중형~준대형트럭이 소형트럭보다 국내 물동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수출입 물동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준중형~준대형트럭을 찾는 차주들이 많아졌고, 이에 따라 개인중형 넘버 수요도 증가한 것이다.

최근 시세 상승에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화물차 매매상사 관계자는 “9월부터 본격적인 추가 백신접종이 시작되는 데다 화물운송시장이 추석 명절 특수를 앞두고 있어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차주들이 넘버 가격을 올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