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트럭 위주 실가격 국산-수입 별무차이
판매 중인 국산트럭 2000년대 生이 대부분
차별적인 마케팅 프로그램 드물어 관심 저조

 

국내 도로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입 승용차 모델(ex. BMW 5시리즈, Benz E클래스)을 우스갯소리로 ‘강남 쏘나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입트럭을 도로에서 보는 일은 수입 승용차 만큼이나 흔해졌기 때문이다. 중대형 트럭 가운데서도 ‘강남 엑시언트’, ‘평택 메가트럭’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 됐다.


<국산트럭, 이대론 안 된다① 끝모를 ‘점유율 하락’>에서 언급했듯이, 주로 유럽을 기반으로 한 수입트럭 업체들의 올 상반기(1~6월)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상용차 등 국산트럭 업체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국산트럭 업체의 중대형 카고트럭(섀시 및 특장차 포함) 및 트랙터의 신규등록은 6,710대로 전년동기(8,604대) 보다 22% 줄었다. 반면, 수입트럭은 1.7% 상승한 2,235대를 나타냈다. 국산트럭은 크게 줄었고 수입트럭은 소폭이나마 상승했다. 

이같이 수입트럭의 호조와 국산트럭 약세로 인해, 수입트럭이 국산트럭에 비해 신규등록 비중이 2015년 14%에서 올해는 26%까지 크게 증가했다.

◆수입트럭 가격할인 경쟁에, 국산은 바라보기만
수입트럭 업체는 제1,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차량을 만들기 시작했던 유럽의 유수 업체들인 만큼, 수입트럭은 비싸도 뛰어난 제품 경쟁력을 갖추었을 것이라는 게 국내 화물운송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가격마저 국산트럭과 큰 차이가 없다면, 어떨까. 실상, 국산트럭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입트럭과 큰 차이 없는 가격이 꼽힌다. 

공식 판매가격을 보면 6~7ℓ급 배기량 기준 중형트럭의 경우 국산은 7,000만~8,000만 원, 수입은 9,000만~1억 원으로, 대략 1,000만~3,000만 원 가량의 차이가 난다.

12~13ℓ급 대형트럭의 경우 국산은 1억 6,000만~1억 9,000만 원, 수입산은 2억~2억 5,000만 원 정도, 트랙터의 경우는 국산 1억 5,000만~1억 6,000만 원, 수입산 1억 7,000만~2억 4,000만 원 정도로 가격의 차이가 있다. 

중형트럭 모델에서는 당장 2,000~ 3,000만 원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만, 가격이 억 단위인 대형트럭 모델의 경우 3,000~5,000만 원 넘게 갭(차이)이 발생하더라도, 그 갭이 적은 것으로 인식, 수입 선호 현상에 한 몫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여기에 더해, 본지 조사결과 동급 기준으로 국산트럭과 수입트럭 간 실제 판매가격의 차이는 이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비쌀 것이라고 여겨지던 수입트럭의 가격이 국산트럭가격에 비해 크지 않은 것이다.

원인을 찾아보면, 우선 수입트럭 업체들이 신차 출시 전후로 차량가격을 책정하되 국산트럭과의 차이를 가급적 줄여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차량가격에 옵션사양을 선택하게 하는 국산트럭에 맞서 수입트럭은 이를 기본으로 넣고 있다. 결국 ‘수입트럭은 비싸도 비싼 게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수입트럭 간의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입트럭 가격이 국산트럭과 맞먹는 수준까지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급 모델에서 국산트럭에 비해 싼 수입트럭도 나오는 것 같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국산 신모델

유럽 수출형으로 개발된 엑시언트 런칭 모습. 2013년 이 행사 이후 현대자동차는 특별히 내놓은 모델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기간 중 수입트럭 업체들은 연일 새로운 모델들을 쏟아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일부 수입트럭 업체의 경우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 재고차량을 떨이형태로 파격적인 가격할인까지 단행, 소비자들을 끌어안고 있다.

한마디로 수입트럭 업체들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 혹은 불경기에 재고차량을 처리하기 위해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입트럭 업체들의 차량가격 할인경쟁은 어느덧 일상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산트럭 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 가격보다 한 두 단계 내려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국산트럭 업체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가격정책에 큰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다.

국산트럭은 한 모델에 장축, 초장축, 고하중 등 가짓수는 많지만, 신차 소식은 수입트럭에 비해 훨씬 적다. 그나마 적재함이나 섀시를 늘린 파생상품, 출력을 높인 소식이 대부분이다. 

반면, 수입트럭은 유로6 시점을 기준으로 대부분 풀체인지 됐다. 대표적으로 볼보트럭, 다임러트럭, 이베코 그리고 최근 스카니아까지 풀체인지 된 모델들이다. 
 

타타대우상용차는 2015년 1월 국내 상용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유로6 모델을 런칭했다. 이후 부분변경 모델과 파생 모델 위주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기 출시된 유럽산, 국내 들어오면 '신차 대접'
여기에 라인업 보강 또한 꾸준하다. 2015년 볼보트럭 FL, 2016년 만트럭 TGM, 2017년 이베코 유로카고와 다임러트럭 아록스, 그리고 2018년에는 볼보트럭 FE, 만트럭 TGL 등 차종별 풀라인업을 채우기에 여념 없다. 이들 차종들은 이미 유럽에서 출시된 모델들로, 국내에 들어오면 곧바로 신차 대접을 받는다.

나아가, 수입트럭 업체들은 본고장 유럽에서 경쟁적으로 신모델들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국내에 들여오는 것은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에, 중대형 트럭 중 신형이라고 불릴만한 국산트럭 모델은 2013년 공개된 현대차 엑시언트 뿐이다. 이에 앞서 2004년 출시 된 현대차 메가트럭과 파워트럭, 2004년 타타대우 대형 노부스, 2009년 타타대우 대형 프리마 등은 2000년 대에 탄생한 현역이다. 

물론,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 변경과 지속인 부분변경으로 내외관 및 기능적인 부분을 추가했지만, 이에 대해 많은 화물차주들은 10년 전 차와 새로 구매한 차와 별 차이가 없다고 평하고 있다.

전혀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라인업을 대폭 교체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겠지만, 이런 와중에 수입트럭 업체들은 유럽에서 이미 만들어진 모델들을 투입하기에 여념이 없다.

현재 수입트럭 모델 대부분 새로 개발된 섀시에 신형 엔진을 얹은 만큼, 경쟁력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신차 구매를 앞둔 화물차주들에게 국산트럭과 수입트럭에 있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들고 있다.

◆ 한발 늦은 마케팅, 그것도 벤치마킹
수입트럭의 약진에는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수입트럭 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 중 하나가 바로 ‘연비관련 대회’다.

대표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트럭 연비행사를 필두로, 2007년부터 시작한 볼보트럭의 연비왕 대회, ‘스카니아 연비 효율 챔피언십’ 등이다. 현대차도 ‘엑시언트 연비 마스터 선발대회’를 도입,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운용하기도 했다. 물론 수입트럭 업체 간에도 마케팅 프로그램을 벤치마킹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단적으로 제품력과 가격 면에서 큰 우위를 지니지 못한 국산트럭 업체의 경우 독자적이고 차별적인 마케팅 프로그램 마저 찾기 어려울 정도다.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도 수입트럭에 주도권을 빼앗긴 모양새다. 물론 상용차 박람회인 메가페어 등 국산트럭 업체만이 하고 있는 행사가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서비스 전략 또한 수입트럭 업체와 유사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부문에서는 수입트럭 업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반적으로 국내 트럭 시장은 국산트럭의 신모델 저조와 제품력 저하, 가격경쟁력 상실 등으로 인해 수입트럭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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