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부재 속 소관 부처 책임 회피만
시범운영車 고작 300대…안착까지 ‘하세월’
관련업계 실정 맞는 현실적 대안 마련 필요

지난해 11월 인화성 위험물질을 싣고 달리던 3.5톤 화물차가 전복되며 번진 불길로 3명이 사망하고 5명이 크게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경남 창원터널 참사다. 사고 이후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서며 올해부터 ‘위험물질 운송차량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부가 올해부터 위험물질 운송차량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유해 화학 물질, 고압가스, 인화성 물질 등 위험물질을 운송하는 차량에 위치추적이 가능한 단말기를 장착해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졸속행정이라는 평가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단말기 장착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은 이미 5년째 추진이 미뤄져 온 사안일뿐더러,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위험물질 운송차량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방안은 5년 전부터 추진됐으나 번번이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아래 사진은 4년 전 도입 검토 단계에서 진행된 공개 시연회 모습.

 


■ 통제 총괄할 컨트롤타워 부재
가장 큰 문제는 상황을 통제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소관 부처 여러 곳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폭탄 돌리기’ 행태가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험물질 운송차량은 위험물의 종류에 따라 10개 부처 13개 법령으로 나뉘어 관리된다. 고압가스는 산업부, 염산·황산 등 유해물질은 환경부, 석유 등 인화성 물질은 소방청이 맡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고 시 부처 간 정보공유가 어렵고 신속한 사고처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위험물질 운송차량 관련 사고는 폭발로 인한 인사사고, 환경오염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재빠른 대처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위험물질 운송차량 관련 사고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명확한 컨트롤타워를 설정하는 것이 필수”라며,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사고처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도입 늦었는데 조기 구축도 어려워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시스템 구축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많은 지적을 사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가 추진 중인 모니터링 시스템은 5년 전인 2013년부터 도입이 검토됐음에도 불구하고 구축 속도가 더디다.

장착 대상으로 분류된 위험물질 운송차량 4만 1,300여 대 가운데 당장 모니터링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차량은 고작 300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전문 화학 물질 운송차량에만 한정돼 실효성이 떨어진다.

아울러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더라도 사업자와 운전자에 대한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부분 위험물질 운송차량 관련 사고가 졸음운전, 운전 미숙 등 운전자 부주의와 사업자의 관리소홀로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단말기 장착을 통한 관리는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 운송 및 관련업계 실정도 고려해야
단말기 장착에 대한 운송 및 관련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은 사고 예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을뿐더러 업계 실정에도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가스운송업계 한 관계자는 “위험물질 운송차량의 위치를 파악해 대형 사고를 막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효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며 “도로사정에 따라 사고 시 위험성이 높은 도심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모니터링을 통해 규제하려 들면 업계 내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말기 장착 비용도 중소사업자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한 단말기 부착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58만 원. 탱크로리 및 벌크로리 등 업체가 보유한 차량 여러 대에 설치할 경우 상당 부분 지출이 예상된다.

더욱이 단말기 장착은 사생활 침해 및 영업 비밀 공개와 같은 민감한 영역과도 맞닿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가 개인의 위치와 각종 정보를 저장·추적하는 등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것을 일컫는 ‘빅 브러더’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단말기 장착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보다는 실질적인 사고 예방 효과가 있는 ‘운전자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운전자가 자신이 운송하는 위험물에 대한 주의사항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위험방지 조치, 사고 시 응급처치 방법 등을 숙지해 사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실시간 모니터링은 필요성을 느끼는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진행해야 할 사안이지, 정책적으로 의무화할 조치는 아니다.”면서, “보다 실효성 있는 위험물질 운송차량 관련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업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고 시 폭발 또는 화재 위험이 높고 피해규모가 커 ‘달리는 화약고’라고 불리는 위험물질 운반차량. 단말기 장착과 함께 더욱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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