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운행 후 30분 이상 휴식’ 의무화 했지만
화물차 휴게소는 작년보다 2곳 는 30개소 불과
졸음쉼터 10곳 중 6곳은 대형차 주차공간 전무

내 쉴 자리 없나? 휴게시간 의무화는 화물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유명무실한 유령제도로 전락한 듯하다. 사진은 저녁 무렵 고속도로 화물차 휴식공간에서 쉬고 있는 화물차들.

지난해 정부가 중·장거리 영업용 화물차를 대상으로 휴게시간 의무화를 규정했다. “운행 후 휴식할 시간에는 꼭 휴식을 취하라”는 법적 의무를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부여한 것이다. 대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이 제도로 인해 휴게소를 찾는 화물차 운전자는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물차 전용휴게시설은 그대로다. 휴식을 취하라고 강요하면서, 정부는 정작 휴게장소를 늘리는 데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휴게시간 의무화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시간 의무화?’ 유명무실 그 자체로 확인되고 있다.

 
■ 화물차 전용휴게소 턱없이 부족
저녁 무렵 수도권 인근 고속도로 화물차 전용휴게소를 들러보면 빈자리 없이 빼곡히 차량이 들어선 화물차 주차장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행여나 밤늦게 휴게소로 들어온 화물차는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기 일쑤다.

특히, 상하차지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 주변지역과 항만지역 인근 화물차 전용휴게소의 경우 아침 일찍 화물을 배당받기 위해 주차한 화물차들로 항상 붐빈다.

화물차는 차체의 길이와 넓이가 일반 승용차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에 일반 휴게소나 주차시설에서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화물차량을 주·정차시키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화물차 전용휴게소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현재 화물차 주·박차 수요가 많은 고속도로와 주요 항만, 물류단지 등에 존재하는 화물차 전용휴게소는 총 30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8개소에서 불과 2개소(서해안고속도로 매송/시흥과 목포)가 늘어난 정도다.

지난 2015년 당시 정부가 ‘5개년 화물차 휴게시설 확충 종합계획’을 발표, 2019년도까지 5개의 화물차 전용휴게소를 추가 설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시행 과정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자본 유치 상황이 나빠져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반면, 영업용 화물차 등록대수는 매년 늘고 있다. 국토부 차량등록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4월 기준 영업용 화물·특수차 등록대수는 총 45만 819대. 이는 ‘5개년 화물차 휴게시설 확충 종합계획’이 발표됐던 2015년 당시보다 약 1만 3,000대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상당수는 단거리용 1톤 소형트럭이 차지하지만, 중장거리를 뛰면서 휴게소를 이용해야 하는 3톤 이상 중대형 트럭의 경우도 전체의 절반 수준인 24만 대에 이른다. 이 화물차들이 쉴 휴식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 유명무실한 화물차 휴게시간 의무화
불행인지 다행인지 화물차 휴게시설이 부족한 와중에 휴게시간 의무화는 화물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유명무실한 유령제도로 전락했다.

화물차 휴게시간 의무화는 기본 ‘4시간 연속운행 후 30분 이상 휴식’, 천재지변,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연장운행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최대 5시간 연속운행 후 45분 이상의 휴식’을 규정하고 있는 제도다. 위반 시 최대 180만 원의 과징금과 30일 사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사실상 화물차 휴게시간 의무화는 도입 초기부터 지입, 다단계 거래 등 국내 화물차시장의 구조적 특이점으로 인해 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초기에는 교통안전공단이 디지털운행기록기(DTG)를 활용해 현장단속 시연회를 펼치는 등 지자체를 대상으로 단속을 유도하는 듯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마저도 흐지부지된 상태다.

본지확인 결과 서울시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지난해 화물차 휴게시간 의무화 이후 현장단속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화물차 휴게시간 의무화 단속은 화물운송업의 특성상 실질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보다는 화물차 운전자들 스스로가 안전을 위해 휴게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화물차 졸음운전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적·물리적 방안이 제대로 맞물리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화물차 운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책당국의 조속한 대책이 시급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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