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대비 치사율 2배↑…年 사망사고 100여 명
반사판뿐만 아니라 반사띠 부착도 의무화해야
관련법 발의…시행여부 떠나 자발적 참여 필요

반사띠가 부착된 차량 모습. 시야가 좁아지는 야간 주행에서도 멀리서부터 차량 식별이 가능하지만 후부 반사판만 장착한 화물차는 잘 식별되지 않는다. (사진:구글)

야간에 화물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연간 1,500건 이상 발생하고 이로 인해 매년 100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이하 삼성교통연구소)가 지난 3년간(2014 ~2016년) 야간 추돌사고를 분석한 결과 야간 추돌사고 사망자 10명 중 6명이 화물차를 충돌하는 사고로 숨졌다. 국내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중 화물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16%로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비중이다.

치사율 또한 높다. 화물차를 들이받는 야간 추돌사고 치사율은 7.1%로 승용차의 21.6배, 승합차의 4.5배에 달했다. 주간 추돌사고 치사율인 3.4%와 비교해도 2배가 높은 수준이다.

이에 야간 화물차 추돌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중 차량 후·측면에 반사띠를 부착해 시인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힘을 얻고 있다.

반사판보다 반사띠 부착이 효과적 
화물차의 야간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부착하는 제품은 크게 ‘반사판’과 ‘반사띠’로 나뉜다. 반사판은 차량 후미등 아래에 판때기를 설치해 빛을 반사하는 제품이고, 반사띠는 차량의 겉표면을 띠로 둘러싸 차량의 윤곽을 드러내는 형태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는 7.5톤 이상 화물차를 대상으로 반사판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설치 대상 차량이 한정적일 뿐만 아니라 반사 면적이 적어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반사띠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가별로 색상, 패턴, 부착 형태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고예방 면에서는 동일하게 강력한 효과를 내고 있다.

반사띠 부착 효과를 분석한 해외 연구사례에 따르면, 5톤 이상 화물차에 반사띠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연간 7,800여 건에 달하는 야간 화물차 추돌사고를 예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사망자 수도 반사띠 부착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의 반사띠 부착 규정을 따르는 독일의 경우도 효과를 봤다. 반사띠 부착 의무화 이후 후면 추돌사고가 41% 감소하고, 측면 충돌사고는 37% 줄어들었다.

 


반사띠 부착만 해도 시인성 대폭 증가
이처럼 반사띠가 야간 추돌사고 예방에 효과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는 멀리서부터 차량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시인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삼성교통연구소가 운전자 30명을 대상으로 전방 차량 인지 거리를 실측한 결과, 일반차량은 후방 91m 거리에서 차량을 인지한 반면, 반사띠를 부착한 차량은 후방 261m에서 인지가 가능했다.

거리별 시인성 측면에서도 월등한 모습을 보였다. 반사띠를 부착한 화물차의 경우 일반 화물차보다 100m 거리에선 4.4배, 150m 거리에선 15.2배 높은 시인성을 자랑했다.

실험에 참가한 운전자들은 이 같은 시인성을 바탕으로 안전거리를 21m 더 확보하고, 추월 시 핸들조작을 6.2% 완만하게 하였으며, 돌발상황에서의 급제동을 5.8m 빨리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사띠가 추돌사고 예방과 전반적인 주행 안전성 향상에 도움을 준 셈이다.

임채홍 삼성교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동차는 속도가 빠르게 때문에 전방 시인성 확보가 매우 중요한데, 기존 반사판만으로는 차량의 거리나 크기를 한눈에 인지하기 어렵다.”며, “규정된 반사판 외에 반사띠를 추가로 부착하면 200m 앞에서도 차의 윤곽과 거리감이 느껴져 추돌사고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직업의식 발휘해 자발적 부착 필요
고무적인 것은 국내에서도 반사띠 부착 의무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테이프 등 반사띠를 제조하는 업체인 한국쓰리엠(3M)과 도로교통공단은 3년에 걸쳐 반사띠 부착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올 초에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화물자동차 후·측면에 반사띠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드는 반사띠 부착을 통해 추돌사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로서는 법안 시행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반사띠 부착에 대한 중요성을 제고하고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 후·측면에 반사띠를 부착하는 비용은 약 15만~20만 원(탑차 기준) 사이. 차체가 작거나 반사띠를 붙여야 할 면적이 적은 화물차의 경우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반사띠를 두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차주들이 반사띠 부착을 등한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법적인 의무가 없을뿐더러 생계유지를 위해 운행에 나서는 차주들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지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차량에 자발적으로 반사띠를 부착했다는 한 운전자는 “반사띠 부착 비용이 얼마 안 든다고는 하지만 미부착에 대한 법적 제재가 없는 상태에선 불필요한 지출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 반사띠 부착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화물차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도로 위 안전에 대한 직업의식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착만으로도 나와 상대방의 안전을 동시에 책임질 수 있는 화물차 반사띠. 정부 차원에서의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차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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