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공급업체 ‘국토부 정책 혼돈’에 큰 불만
제품인증 테스트 대상 20곳 중 4건만 진행
올 보조금 300억. 지자체에 교부조차 못해

버스 및 트럭으로 인한 대형사고를 막아보자고 시행되는 정부의 ‘차로이탈경고장치’ 보조금 지원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며 ‘안전사고’ 방지 이전에 정책에 대한 불신부터 낳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현재 운행 중인 길이 9m 이상 승합자동차와 차량 총중량 20톤 초과 화물 및 특수자동차(단, 교통안전법 시행규칙 제30조의2제1항 단서항목 제외) 15만 대에 대해 전방충돌경고장치(FCWS)기능이 포함된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장착 시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2018, 2019년 예산으로 각각 300억 원, 총 600억 원을 책정했다. 이 지침이 나온 지 2개월가량 지난 현재,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고 있다. 

버스 및 트럭으로 인한 대형사고를 막아보자고 시행되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의 진행 과정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며 ‘안전사고’ 방지 이전에 정책에 대한 불신부터 낳고 있는 형국이다.

지침의 핵심은 대상 차량 15만 대에 지원되는 차로이탈경고장치에 대한 ‘제품인증’. 그러나 현재까지 차로이탈경고장치 장착을 하려고 해도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는 제품의 인증절차나 인증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국토부는 지자체에 대한 보조금 교부도 진행하지 못해 보조금 신청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국토부는 지침 발표 당시 올 11월 30일 신청분까지만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 남은 8개월 동안 제품인증과 보조금 신청 및 교부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 제품인증 받으려 해도 준비 안 된 인증기관
지난 호 본지 기사 ‘상용차 ‘첨단안전장치’ 1000億 시장 열렸다‘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첨단안전장치 시장은 국내외 다수의 업체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품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산하기관들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인증시험 진행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토부에서 발표한 인증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화성), 자동차부품연구원(천안),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연구원(대구) 등 3개소다.

본지 확인 결과, 지난 3월 26일까지 인증테스트를 진행한 실적은 자동차안전연구원 2건, 자동차부품연구원 0건,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연구원 2건으로 겨우 4건 만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제품인증 대상 업체는 대략 20여개 업체로 파악되고 있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은 인증시험 준비 미비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단 1건의 인증도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1건의 시험을 마친 대구의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관계자는 “인증기관으로 선정된 이후 업체들의 사정을 감안해 최대한 인증준비를 서둘렀으며 일부 장비의 경우 유료로 임대를 진행하면서까지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최대한 업체들의 요청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며 “업체들의 인증테스트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존에 잡혀있던 시험일정 등이 있던 상태라 어려움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인증기관을 선정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선정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기관들이 인증테스트가 진행될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오랜 기간 준비해 인증기관을 선정했다면서 어째서 이렇게 인증 진행 실적이 저조하냐는 기자의 물음에 관계자는 “어디서 들은 이야기냐. 팩트가 맞기는 한 거냐” 며 오히려 기자에게 출처확인을 요청하는 어이없는 태도를 보였다.

기관선정에 앞서 시험에 관련한 시설장비 확인만 됐어도 장비를 유료임대하고, 준비가 안 돼 시험을 진행하지 못하는 우려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대목이다.

 

전방충돌경고장치(FCWS) 기능이 포함된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기능을 시연해 보는 트럭.

■ 인증순서도 문제, 일부업체 강력 반발
국토부는 인증절차를 통과해 합격한 제품은 당장 4월 초 보조금 지급자격을 획득한 제품으로 도로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일부 업체들은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품 홍보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을 뻔히 알면서 3개 기관이 각자 알아서 인증순서를 정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어차피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이라면 시험신청을 공개적인 절차로 투명하게 진행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당장 4월 초에 공단 홈페이지에 게시될 업체가 이익을 보게 될 것이 뻔한데 나머지 업체들이 영업에 지장을 받게 되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게 될 것인가”라며 국토부의 미숙한 일 처리를 한탄했다.

이처럼 진통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음에도 국토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험신청과 진행은 인증기관에서 주관한다."는 답변을 했을 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기능을 시연해 보이는 버스.

■ 벌써 4월, 지자체 별 보조금 교부도 안 돼

‘차로이탈결고장치’ 장착 보조사업 부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인증시험은 고사하고, 보조금 지급자격을 획득한 제품을 장착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지난 2월 국토부가 고시한 ‘차로이탈경고장치 장착 보조사업’ 지침에는 보조금 지급 비율을 국고40%, 지방비 40%, 자부담 20%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장착비용의 최대 80%(최대 40만원)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별로 심사 및 지급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차로이탈경고장치를 장착한 이후 ‘보조금지급청구서’ 접수 1개월 이내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토부에서는 지자체가 사업진행을 위해 필수적인 보조금 교부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보조금 신청을 받고 있으나 일부 지자체에서 신청절차가 늦어지고 있어 독려 중”이라며, 보조금 지연의 원인을 지자체에 돌렸다.

■ 관리방안 요청에 국토부는 아직도 논의 중?
상용차업계에서 운행보조장치와 관련해 대규모 장착지원사업이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처음은 DTG(디지털운행기록계) 장착의무화 및 지원사업이었다. 수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지난 사업을 돌이켜봤을 때 이번 차로이탈경고장치 장착 보조사업에서도 다양한 문제점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DTG 장착지원 사업 당시 과태료 부과시점을 몇 개월 앞두고도 장착률이 저조해 막판에 신청자가 몰려 장착의무화 기간을 넘긴 차주가 부지기수였고, 정부는 결국 과태료 부과기간을 유예하는 등 한 차례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또한, 장착사업 당시 수 없이 많은 제조사와 판매사들이 난립했던 것과 달리 사업종료 이후 몇 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의 업체가 폐업하거나 사라져 제품 업그레이드는 고사하고 A/S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현실은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이다.

국토부는 이러한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현재의 버스 및 화물차로 인한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 좀 더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