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쑤저우市 버스 4,600대 중 전기 32%
기존 버스 비해 유지비용 30% 절감 누려
교통국 “無보조금 급속충전 배터리 확대”

중국 쑤저우의 대중교통을 책임지고 있는 공영기업 쑤저우 교통국 건물과 로비. 대기업 수준의 인프라를 자랑한다.
쑤저우 교통국 차고지 전경 및 급속충전시설.

2018년은 국내 전기버스 보급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1월, 2018년 전기버스 보조금으로 총 170억 원 지원을 결정하고, 전기버스 1대 당 중형 6,000만 원, 대형 1억 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본격적인 전기버스 보급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조금이나마 반영된 것이다.

이를 기회로, 기존 국내 버스제조사들뿐만 아니라, 한국진출을 모색해오던 중국 유수의 버스제조사들이 한국에 속속 진출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지난 몇 년간 중국 상용차 제조사들은 지속적으로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진입 자체에 실패하거나, 우여곡절 끝에 판매를 시작했더라도 몇 년 지나지 않아 고질적인 품질문제를 비롯한 부실한 A/S와 부품수급의 어려움, 수입사의 역량부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실패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전기버스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지난 실패사례들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한 인증획득은 물론, 판매 역시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업체들의 기대감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주요 버스 브랜드 중 하나인 ‘하이거(HIGER)’가 국내 독점수입사인 ㈜피라인을 통해 2년 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말 창원시에 성공적으로 보급을 진행함에 따라, 본격적인 중국 전기버스 한국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또한 다른 여러 브랜드들도 한국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 전기버스들이 돌풍을 일으키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본지는 하이거의 취재협조를 구해 전기버스의 본고장인 중국 쑤저우를 방문, 그 잠재력에 대해 확인해봤다.

■ 쑤저우, 2014년부터 전기버스 운영
쑤저우는 중국 남동부 장수성의 도시로 상해에서는 자동차로 1시간여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삼성,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과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공장 및 지사가 위치한 쑤저우는 인구 1,000만의 대도시다.

먼저 중국 현지에서 전기버스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쑤저우 교통국’(이하 교통국)을 방문했다. 교통국은 1959년 설립 이래 쑤저우의 대중교통을 책임지고 있는 공영기업으로 2,200여명의 직원과 7,700여명의 운전기사가 4,609대의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교통국은 중국 정부의 전기버스 보급정책이 시작된 2010년부터 전기버스 도입을 추진했으며, 충전시설 공사 등 준비기간을 거쳐 2014년도부터 전기버스 운행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전량 하이거의 전기버스로 교체를 실시해 왔다. 2017년 기준 하이브리드 방식을 포함한 전기버스의 비중은 전체 32% 수준으로 그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충전시설은 현재 503대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360대의 충전시설을 공사 중이다. 다만, 교통국은 충전시설의 경우 사용자 입장이기 때문에 중국정부에서 직접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고, 충전인프라 확충에 따라 대부분의 시내버스들이 보다 빠른 시간 내에 전기버스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전기버스 보급은 비용절감과 환경 때문
현재 교통국에서 운영 중인 전기버스는 12m급과 8m급 2개 차종으로 운행노선의 거리와 교통체증정도, 승객 수송율 등 노선의 특성을 반영하여 투입하고 있다. 3년 여의 운행경험 상 12m버스의 경우 1.06km/kW, 8m버스의 경우 0.7km/kW의 전기사용량을 기록하고 있다.

주행거리는 차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여름에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겨울에 히터를 가동하더라도 1회 충전 시 15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교통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기버스의 보급 확대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버스의 필요성은 두 말 할 것 없이 중요한 요소다. 또한 비용절감 면에서도 전기버스의 우수성이 돋보인다. 교통국 관계자는 정비와 연료비용 등 운영비 측면에서 기존 엔진버스 대비 30% 가까운 비용절감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 급속충전 대세, 완속보다 운영효율 높아
현재 교통국에서 운영중인 전기버스는 배터리 종류에 따라 중국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인산철배터리(LFP)를 사용하는 완속충전 전기버스와 보조금을 지원대상은 아니지만 급속충전이 가능한 리튬티타늄배터리(LCO 계열)를 채용한 급속충전 전기버스 두 차종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교통국 관계자는 “급속충전 방식이나 완속충전 방식이 소모하는 비용은 거의 동일하며, 급속충전 방식의 경우 충전시간이 20분 내외로 짧아 차량운영 면에서 효율성이 높다.”며, “중국정부의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향후 급속충전 전기버스 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의 운영효율만큼 중요한 부분이 내구성이다. 쑤저우는 한국과 유사한 대륙성기후를 나타내는 지역으로 여름에는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지속되고 겨울에는 영하 8~10도까지 내려간다.

교통국 관계자는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도 지난 3년간 차량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겨울에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가 지속될 수 있어 전기버스 배터리의 성능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보온과 냉각을 위한 시스템을 적용해 왔으며 해당제품은 카자흐스탄 및 여러 지역에도 수출을 한 후에도 문제없이 운영 중임을 강조했다.

■ 국내 전기버스 보급과 대비…지원책 절실
이미 한국보다 몇 년을 앞서간 보급실적과 경험을 바탕으로 초기 완속충전 전기버스를 넘어 급속충전 전기버스 시장까지 중국 전기상용차 시장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바탕에는 중국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큰 역할을 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정부는 한국에 비해 전기버스 도입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도입으로 리드해왔다.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물론이고 정부 주도하에 전기 상용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전기버스 보급은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 정책도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전기상용차를 위한 충전인프라 확충에는 별다른 지원정책이나 추진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전기버스 등의 확대를 위한 지원정책 도입이 절실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다음호에는 중국 버스 제조사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하이거-스카니아 공장 방문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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