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 적재물 낙하 시 사고 치사율은 30%
작년 12월부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추가
화물고정 조치 위반 행위에 강력 법적 제재

지난해 포항시 남구 장흥동 인근 도로에서 폐염산을 싣고 가던 25톤 탱크로리의 덮개가 열려 폐염산 130여ℓ가 도로에 쏟아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유독 폐수가 대량으로 유출돼 인근 하천이 오염되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경찰 조사결과 이 탱크로리는 저장탱크 덮개를 제대로 닫지 않은 채 운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매년 30만 건 이상 발생하는 화물차 적재물 낙하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적재 불량 차량에 대한 법적 제재 강화에 나섰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화물차 적재물 낙하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은 28.5%.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인 14.9%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적재물이 달리던 화물차에서 떨어질 경우 가속도가 붙어 파괴력이 크고, 뒤따르던 차량의 급제동, 급차선변경을 유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매년 이와 같은 화물차 적재물 낙하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낙하사고 대부분이 운전자가 운행 전 적재물 낙하 방지조치를 꼼꼼히 하지 않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기존 11개 조항으로 운용하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화물고정 조치 위반’ 항목을 추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중과실 교통사고 행위로 간주해 처벌하고 있다. 

산발적 단속과 교화에 그쳤던 화물고정 조치 위반 행위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재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 중과실 교통사고로 규정…무엇이 바뀌었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그동안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등 11개의 중과실 교통사고로 이뤄져 있었다. 이 규정을 위반한 사고의 경우 운전자의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12번째 중과실로 선정된 화물고정 조치 위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것과 달리 엄중 처벌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도로교통법 제39조 제4항에 따르면 ‘자동차의 화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운전한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기존 처벌 수준이 15점의 벌점과 20만 원의 범칙금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되는 셈이다. 또 화물고정 조치 위반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연간 30만 건 이상 발생하는 적재물 낙하사고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 법안 실행 동시에 운전자 안전의식 강화 필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으로 강력한 처벌이 예고 됐지만, 일부에서는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운전자 안전의식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존에도 범칙금 강화(4만 원→20만 원)와 벌점 부과라는 채찍을 꺼내 들었지만, 업계 전반에 만연한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과 미미한 단속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초 발표한 ‘운전자 안전의식조사’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자 가운데 적재물 고정방법을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은 전체 3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조사 대상자의 37.8%는 화물이 떨어지지 않게 덮개를 하거나 고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이 매우 낮은 수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화물차 적재물 낙하사고는 무엇보다 운전자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이유”라며, “운전자만이 아니라 운수업체에도 책임을 묻고 교통연수원 등에서 실시하는 운수 종사자 교육도 실효성 있는 내용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물고정 조치에 대해 교육받은 운전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자료: 도로교통공단)

■ 단속권 확대 등 실질적 단속 방안 마련해야 
제아무리 좋은 법안이라도 실행이 원활치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게 마련이다. 이는 곧 적재 불량 차량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 없이는 법안 개정의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태껏 화물고정 조치 위반 차량 단속이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단속권이 있는 경찰은 인력이 부족하고,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는 단속권이 없어서다. 

단속권이 없는 도로공사로서는 적재 불량 차량을 발견해도 담당 경찰에 고발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도로공사가 지난해 적재 불량으로 고발한 차량은 약 10만 대인 반면, 경찰이 직접 적발한 차량은 4만 7,017대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기형적인 구조 탓에 경찰의 단속을 피해 운행하는 적재불량 차량의 수가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도로공사에 단속 권한을 줌으로써 체계적인 단속이 가능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한정된 단속권을 도로공사에까지 확대하면 단속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수 있음은 물론 단속 범위를 크게 확장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운전자의 부주의로 대형 사고를 일으키기 쉬워 도로 위 시한폭탄이라고도 불리는 화물차 낙하물 적재사고. 본격적인 법안 실행에 맞춰 꾸준한 홍보와 계도는 물론 단속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앞장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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