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운전자 ‘0%’ 수준에 30~40대는 ‘10%’ 미만
개별·용달 화물차 시장에선 십중팔구 50대 초과
궁극적으로 운송·화주업계에 악영향…타개책 절실

“화물차 운전할 사람이 없어요. 직접 겪어보니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지금으로선 운전자가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데,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어요.” 취재 중 들은 어느 운수업자의 볼멘소리다. 화물차를 몰 운전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 화물운송시장 전체의 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해외 사례처럼 국내에도 ‘화물차 운전자 부족’ 현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자료: 한국교통연구원

등록된 영업용 화물·특수차는 2017년 10월 기준 약 45만 대. 지난 2004년 정부가 영업용 화물차 수급 조절에 관여한 이래 13년이 흘렀지만,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이 일정한 수준의 등록대수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왜 화물차 운전자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일까. 통계상으로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화물운송시장에 진출한 20~30대 젊은 화물차 운전자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운전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은퇴하는 운전자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젊은 인력의 수급은 따라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젊은 화물차 운전자 가뭄에 콩 나듯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기준 영업용 화물차 운전자 중 20대 초반과 30대 이하 운전자 비율은 항목별로 일반 0.7%, 개별 0%, 용달 0%로 나타났다.

연령대를 조금 더 높여 30대 초과 40대 이하 운전자 비율을 살펴봐도 일반 9.8%, 개별 3.1%, 용달 1.5%에 불과하다.

반면, 50대 초과 운전자 비율은 폭발적이다. 일반 57.3%, 개별 79.5%, 용달은 93.7%에 달한다. 용달 화물차 운전자의 경우 10명 중 9명, 개별 화물차 운전자의 경우 10명 중 8명이 50대 초과 운전자인 셈이다.

화물차 운전자의 고령화는 수년간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50대 초과 화물차 운전자 비율은 일반, 개별, 용달 모두 2013년과 비교했을 시 각각 9.7% 포인트(P), 5.7%P, 6.3%P씩 상승했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고령화, 그리고 은퇴에 따라 생기는 공백을 새롭게 채워줄 젊은 층의 화물차 운전자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동안 이런 상황을 타개할 대책을 정부나 화물운송업계 차원에서 논의된 적도 없다. 화물차 운전자 부족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고, 예견된 일인지 모른다.

열악한 근로환경에 더해 높은 진입장벽 문제

화물운송시장에 젊은 층의 화물차 운전자 유입을 찾아보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열악한 근무 환경, 그리고 이에 따른 직업 기피현상의 심화다. 여기에 영업용 화물차 진입을 어렵게 하는 제도적인 문제도 껴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화물운전자의 일평균 근로시간은 13.3시간, 개별 11.1시간, 용달 9.8시간이고, 월평균 근로일수는 순서대로 23.7일, 23일, 22.4일로 나타났다.

산술적인 계산을 통해 봤을 때 근로시간이 가장 긴 일반화물운전자의 경우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3,780시간인 셈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일반근로자의 2016년 평균 근로시간이 2,052시간인 점을 고려해보면 84%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살인적인 근로시간에 비해, 수입은 이에 상응조차 못하고 있다. 실제, 월 순수입을 살펴보면, 일반화물운전자의 경우 302만 원, 개별 197만 원, 용달은 117만 원에 불과하다.

월 342만 원의 임금을 받는 일반 근로자 대비 근로시간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벌어들이는 수익이 오히려 떨어진다. 기름 값이라도 오른다 치면, 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게다가 시장 진입장벽도 만만치 않다. 중형급 트럭을 운영한다손 치더라도 차량과 영업용 번호판 등을 고려하면, 억대 비용이 들어가며, 신규업자가 관련 교육과 기반 없이 나홀로 화물운송사업을 운영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영업용 화물차의 허가제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는 운수업을 희망하는 젊은 층의 희망을 원천적으로 방해하기 때문이다.

남양주시 물류창고에서 만난 한 화물차주는 “요즘 젊은이들 좋은 대학 나와서 운전대 잡고 싶어 하겠어요? 제 자식이라도 화물차 운전한다고 하면 뜯어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라며, 화물운송업계에서 젊은 운전자들을 왜 찾아볼 수 없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했다.

일본선 이해당사자간 협력과 상생으로 극복 중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없을까. 오래전부터 화물차 운전자 부족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본 국토교통성과 현지 언론사인 ‘LOGI-BIZ’에 따르면 최근 일본 화물운송시장은 과거 90년대에 비해 화물차 대수는 30%, 급여 수준은 20% 감소했으며, 전 차종에서 20대 운전자들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과거 화물차 운전자의 공급과잉 시대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화주기업들에게 운송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고 이에 대한 여파가 운전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축적되다가 최근에 들어서 공급부족 상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근로환경 저하가 문제의 시발점이 된 점을 봤을 때 국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일본에서는 정부와 더불어 화주기업들이 화물운송시장 개선을 위해 활발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부에서는 화물차 운전자의 업무 실태와 장시간 노동 등의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화물 하역 시 대기시간 기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적재 대기 등의 업무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송사업자와 화주의 협력을 통한 개선 노력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브리지스톤타이어, 아사히맥주 등 대형 화주기업들은 임금이나 상여, 노동시간 등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처우를 다른 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비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화물차 운전자 부족 현상은 운전자들의 고령화 및 신규 유입 여부를 떠나, 궁극적으로 화물운송업계 및 화주업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구동성이다.

더 이상 늦지 않도록 새나가는 물을 채워줄 수 있는 근본적인 타개책 마련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와 관련 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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