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장업계 “특장 위한 법인데, 되레 옥죄냐” 울분
미완성트럭 규정, 안전성 명분에 공정성 크게 훼손
특장.완성차업체, '대책없는 판매일 기준'에 속앓이
교통안전공단 "특장업계 피해없게 세칙 마련 중"

“만약, 특장업체의 고유 영역을 빼앗아, 대규모 제작자인 완성차업체에 주는 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고시 내용이 만들어졌는지, 왜 완성차업체와 관련 오이엠(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업체에 매우 유리하도록 조항을 담았는지, 청와대에 직접 따져볼 생각입니다.”(모 특장업체 대표)

“본래의 취지가 미완성차 규정은 영세 특장업체를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예요. 근데, 특장업체의 고유 사업영역을 침해하고, 이를 완성차업체에 주는 식으로 법규정을 만든게 도저히 이해가 안돼요. 이참에 완성차업체는 기본 차량 생산과 공급에만 치중토록 하고, 특장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향으로 전개할 생각이에요. 특장산업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영세 특장업체의 고유한 사업분야는 철저히 보호되고, 강화돼야할 겁니다.”(모 단체 대표)

 
지난 5월 2일 국토부가 고시한 ‘최대허용총중량’을 잡은 ‘미완성자동차’(이하 미완성트럭)에 관한 규정(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인증 및 조사 등에 관한 규정, 이하 자동차 인증 규정)이 현재 유예기간으로 내년 1월 7일부터 시행된다.

이 자동차 인증규정에 담긴 내용과 의도, 그리고 절차상의 문제점들이 본지 보도(상용차매거진 11월호, 상용차신문 사이트www.cvinfo.com 10월 27일자)를 통해 상세히 알려지자, 직접 법 적용 당사자인 대부분의 특장업체들과 일부 완성차업체들까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법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절차와 과정, 그리고 내용상 심각한 문제점들이 은밀하게 숨어있었고, 이를 비로소 알게됐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내년 1월 7일부터 시행되는 자동차 인증규정을 전면 폐기하거나,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로운 자동차 인증규정의 주요 골자는 자기인증차량은 무조건 미완성트럭으로 출고해야 하며, 대규모 제작자인 국내 및 수입 상용차업체 등 완성차업체는 미완성트럭 제작 시 ‘최대허용총중량’을 제원표에 명시해야한다.

이는 완성차업체와 특장업체 간 제작 과정에서 발생되는 제작 결함 등 차량의 문제가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차량의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안전에 대한 표면적 조치에 불과하며, 새 자동차 인증규정 마련 전 일부 완성차업체의 의견만을 반영했다는 지적과 함께, 정작 법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는 특장업계는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용차업계 전반에 걸쳐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새로운 자동차 인증규정 고시내용을 제대로 확인과 인지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던 업체들이 문제가 아니냐”며, 새로운 자동차 인증규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시킨 특장업계 전체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극히 일부 업체는 어떻게 법의 진행과정과 숨어있는 내용을 잘 알고 대비하고 있는냐에 대한 질문에, 관계자는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새 자동차 인증규정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이미 보도한 바 있는 본지는 새 자동차 인증규정의 취약점과 국내 완성차 및 특장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재차 분석해봤다. (새 규정과 관련된 시행 내용을 알고 싶으신 독자 분들은 관련 기사를 먼저 읽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이해 당사자 빠진 새 규정 협의…특장차패싱?

본지 취재 결과, 새 규정을 마련 전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카트리)과 몇몇 완성차업체들 간 몇 번의 협의를 거쳤지만, 이 과정에서 수입 완성차업체 및 특장업체들은 배제됐다.

차량에 대해 완성차업체와 같이 책임을 지는 관련 업체들이 대거 빠짐으로써,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특장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업체에 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최대허용총중량이라는 칼을 쥐어주고 정작 이해당사자인 특장업체에게는 일언반구 없이 책임만을 강조한 것 아니냐”는 반문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본지가 접한 대다수의 가변축(이하 축) 장착 및 전문 특장업체(주로 비 OEM업체)들은 ‘최대허용총중량’이라는 완성차업체의 허용총중량 ‘허락’을 기다린 채,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의식한 듯, 교통안전공단은 현재 특장차 및 완성차업체들을 대상으로 부랴부랴 분야별 간담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간담회에서는 새로운 자동차 인증규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업계의 의견을 듣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나아가 오는 12월 중순 이전에는 국토부, 교통안전공단, 완성차업체, 특장차업체 등이 모두 참석하는 공식 간담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공청회 혹은 간담회를 통해 이해 당사자 및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법 내용에 반영하고, 시행하는 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법 제정의 절차가 법의 일방적 제정 후, 간담회, 그리고 의견 수렴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를 띄고 있는 것이다.

법 유예기간 중 간담회를 연다는 것은 법 제정에 있어 절차상의 결정적인 하자는 물론이고, 제정된 법 내용에도 심대한 문제점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입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 규정은 판매일 기준…‘재고트럭’ 어쩌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관계 부처의 미숙한 행정 처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새 규정 관련 질의 대한 피드백이 늦어, 일부 완성차업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새 규정의 시행일자는 자동차 관리법에는 판매일 기준, 인증고시에는 최초 제작일 및 수입일로 명시돼, 다소 혼선이 발생했지만, 결국 ‘판매일 기준(1월 7일)’으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새 규칙 시행 대상을 두고 올해 8월이 지나서야 판매일 기준으로 전달받았다며, 관계 부처의 대응이 미숙함을 비판했다.

이에 더해 판매일 기준 또한 업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완성차업계에서 판매일 기준과 제작일 및 수입일 기준은 단순히 시행일자의 차이가 아닌 재고처리에 문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지난 2015년 유로6와 같은 환경규제도 판매일이 아닌 제작일 및 수입 기준으로 적용됨에 따라 완성차업계에 재고처리 및 최신 모델을 확보하는 시간을 주었지만 새 규정에서는 판매일 기준으로 명시됨에 따라 시간이 촉박하게 됐다.

이에 따라 몇몇 완성차업체는 불과 몇 달 안남은 상황에서 재고트럭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행일까지 남은 재고를 소진해야하기 때문이다.

축과 특장산업, 다윗과 골리앗으로 나뉘나

새 규정대로면, 특장산업의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축과 특장산업을 꼽을 수 있는데, 축으로 증톤 과정을 거쳐 많은 화물을 운송하는 국내 물류환경 특성상 고객들이 최대허용총중량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에 따라 새 자동차 인증규정 적용 시 특장업계에서는 완성차업계에서 공급하는 OEM 특장업체의 거대화, 그 외 비(非) OEM 특장업체의 경쟁력 상실을 주장하고 있다.

완성차업체에서 제시하는 최대허용총중량으로 축을 달아도 증톤이 불가능하다는 가정하에 특장업계에서는 OEM 업체의 경우 완성차업체에서 관여하는 만큼, 기술검토, 인증 등의 과정을 거쳐 기존과 동일한 수준으로 증톤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중소 규모의 비 OEM 특장업체들은 현재처럼 축 장착이 사실상 어려워 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 규모를 가진 비 OEM 특장업체들은 OEM 특장업체와 동일한 수준의 제품력을 갖추기 위해, 성능시험을 거쳐, 증톤할 것으로 보지만, 이에 따른 시간과 비용은 모두 살아남은 특장업체의 몫이 되는 셈이다.

교통안전공단의 자기인증센터에서 제동성능, 조향성능 등의 성능시험을 거쳐 증톤하는 비용은 약 5천만~1억 원 수준이다. 아울러 이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성능검사 기간도 애로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대형 상용차 시험기간이 예약일정 등을 고려해 약 2개월 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봤을 때, 일부 축 및 특장업체들이 성능 시험을 거친다고 해도, 몇몇 업체가 인증을 위해 몰릴 경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종합해 봤을 때, 인증으로 인한 가격 상승, 신제품에 대한 대응능력 등을 고려해본다면, 새 규정으로 살아남은 비 OEM 가변축 업체의 OEM 대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축 관련 연계 특장산업도 치명적

축과 연계되는, 즉 증톤이 필요한 특장산업 또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장업계에서는 비 OEM 축업체를 통해 차량을 공급받는 탑차, 탱크로리, 집게크레인 등 연계 특장업체까지 모두 경쟁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축업체의 제품에 적재중량이 줄어들 경우, 축 연계 특장업체들은 이에 맞게 차량의 설계를 다시 해야 하거나 또는 증톤이 가능한 차량을 찾아야 하며, 그 대안은 OEM 업체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적재중량에 따른 재설계 기간, 그리고 OEM 업체가 고객의 수요만큼 물량을 생산하지 못할 시 물류운송시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특장업체 관계자는 “미완성차 관련 규정은 특수차의 산업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안전을 이유삼아 변질됐다며,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기업은 특장업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전성’ 뒤에 숨은 ‘불공정성’

특장업체 관계자들은 새 자동차 인증규정은 특장산업의 기본 축이 완성차업체 및 OEM 업체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자동차 인증규정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량의 안전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만들어진 새 자동차 인증규정은 완성차업체 및 특장업계 모두 충분히 수긍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불공정을 조장하는 내용 또한 철저히 배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를 두고, 대부분의 특장업체들은 “새 규정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특장업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차량 안전성과 제작 효율성 측면에서 반드시 미완성트럭 관련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축 산업은 특장업체 고유의 영역으로 완성차업체에서도 OEM을 포기해야 불공정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인증 담당자는 본지 보도내용을 접하고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현재 고시 내용대로 일정을 진행하되,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한 지침을 마련 중”이라고 밝히고 “우려하고 있는대로 기존 특장업체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고유영역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월 중에 열리는 전체 간담회를 통해 새로운 자동차 인증규정이 전면 수정될지, 아니면 현행대로 갈지 완성차 및 특장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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