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간 연속 상승…ℓ당 평균 1,300원 목전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율로 가격 더 오를 듯
의무 혼합제 도입 전보다 최대 18원/ℓ↑ 예상

올 하반기 들어 경유가격이 매주 오름세를 보이면서, 화물차 운전자들의 시름이 늘어만 가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일반 화물차주의 월평균 지출액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5%에 달한다. 수입의 절반을 기름값으로 지출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들어 경유가격이 매주 오름세를 보이면서, 화물차 운전자들의 시름이 늘어만 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3주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경유가격은 리터(ℓ)당 1,296.43원으로 1,300원대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월에도 1,300원 고지를 넘었던 바 있지만,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금세 안정화된 당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올해 초 당시에는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2개월 만에 급작스럽게 경유가격이 상승했다면, 현재는 하반기에 접어든 7월부터 15주째 경유가격이 연속 상승 궤적을 그리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에 직격탄

국내 경유가격의 이 같은 상승세는 국제유가가 연일 오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정유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두바이유의 경우 올 상반기 배럴당 50달러를 넘지 못했지만, 8월 이후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10월 3주 기준 최고 56.33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눈에 띄게 떨어진 상황에서 현지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최근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KRG) 간 무력분쟁이 발생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어 한동안 강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한국석유공사는 내다봤다.

내년에도 경유가격 상승 확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연료 의무혼합제도(Renewable Fuel Standard, 이하 RFS제도)’가 강화되며, 내년에도 경유가격 상승이 거의 확실하다.

RFS제도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존 경유에 신재생에너지의 한 종류인 ‘바이오디젤’을 혼합해서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지난 2007년 정부가 ‘제1차 바이오디젤 중장기 보급계획’을 발표, 바이오디젤 혼합율 목표를 매년 0.5%씩 높여 중장기적으로 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나 정유업계의 부담, 바이오연료 수입량 증가로 인해 2%의 혼합율을 이어갔다.

이후 2013년 신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함에 따라 RFS제도가 신설되면서, 그로부터 2년 뒤인 2015년~2017년까지 2.5%, 2018년~2020년까지 3%의 혼합율을 유지하도록 했다.

문제는 바이오디젤 혼합율이 늘어날수록 경유가격도 덩달아 상승한다는 것이다.

바이오디젤은 생산원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고 복잡한 생산 공정을 거쳐야 하는 탓에 경유 대비 리터당 약 2배 정도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바이오디젤 혼합율 0.5%포인트 상승 시 리터당 3원의 상승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을 혼합하기 전과 비교해보면 3%가 혼합되는 내년부터 리터당 18원이 상승하는 셈이다.

이는 주유량이 많지 않은 승용차를 기준으로 볼 때 크지 않은 액수처럼 보이지만, 일평균 운행거리만 해도 300~400km에 이르는 화물차의 경우 주유량 또한 만만치 않으므로 부담이 상당해진다.

가령 화물차의 한 달 평균 주유량이 2,000ℓ라고 가정하면, 대당 연간 약 45만 원의 추가 비용이 유류비로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바이오디젤의 친환경성에도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1990년대부터 바이오디젤을 사용했던 유럽에서는 최근 친환경 연료로 사용되는 바이오디젤의 배출가스가 일반 디젤보다 많다는 연구결과를 채택하기도 했다.

경유가격 상승에 화물차주는 노심초사

결과적으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경유세 인상안부터 국제유가상승, RFS제도 강화에 따른 경유가격인상까지 화물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유류비 상승에 대한 우려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경유가격 인상은 단지 그 자체로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터미널에서 만난 한 화물차 운전자는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최근에는 경유 관련 악재들로 인해 운행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라며, 한시라도 빨리 경유가격이 안정화되기를 기대했다.

한편으로는 미세먼지와 배기가스 배출 등을 빌미로 화물차를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경유가격 인상과 관련한 정책을 펼치는 정부를 향해 볼멘소리를 하는 화물차 운전자들도 더러 찾아볼 수 있었다.

고속도로휴게소를 찾은 한 화물차 운전자는 “대기오염의 원인이 국외에 있다는 건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화물차만 지목하며, 경유가격을 쥐락펴락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화물차 운전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꼼수 인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