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안전 명분’ 내세워 화물차 인증규정 개정
5월 2일 고시됐지만, 다수 특장업체들 내용 잘 몰라
특장차업체에 옥죄고, 완성차업체엔 이득 줄 듯

완성차를 제작·수입하는 업체(A)가 있습니다. A는 자체 생산라인에서 직접, 그리고 OEM 형태로 차량을 제작 공급합니다. 공급대상은 주로 운송업자와 특장차업체입니다.

A로부터 특장용도의 차량을 제공받고, 축을 장착하거나 특장차를 제작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특장차업체(B)라고 일컫습니다.

A와 B는 차량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 입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입장에서 수평적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론, 공생 관계이면서도 경쟁 관계입니다. B 입장에서는 A의 역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A 입장에서는 B의 역할이 가능합니다. 현재 그렇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차량 안전’이란 명분으로 균형을 흔들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수평관계, 영세규모 B의 고유 영역이 사라질 위기를 만든 것입니다.

A가 적시한 ‘최대허용총중량’대로 축이나 특장차를 만들지 않으면, 차량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겁니다. 역으로 B가 고스란히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런 B의 생존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관련 규정을 아는 B는 극히 드뭅니다. 규정이 숨겨놓은 내용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잘 알리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의 ‘소통 기조’가 무색합니다.

기일이 다가오자 B는 ‘도대체 뭔 내용이야’ 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나름대로 대비할 수도 없습니다. 기일은 다가왔고, A의 고유 권한인 최대허용총중량 ‘하명(?)’이 떨어져야 하니까요. 믿고 있던 튜닝 등 단체들은 내용 조차 모르거나 알아도 뒷짐을 지고 있는 듯 합니다.

법과 제도를 만들거나 개정할 때는 아무리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약자를 보호하고, 사전에 충분히 인지시켜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물며, 이해관계가 뚜렷한 규정에서는 말입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법과 제도가 큰 기업 A에 대해서도 OEM 등을 통한 특장사업을 포기하도록 하면, 그나마 위안을 받을지 모르겠다고. 특장사업은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B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본 기사에 앞서…

가변축을 장착한 대형 트럭들.

내년 1월 7일부터 ‘최대허용총중량’을 잡은 미완성자동차에 관한 규정(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인증 및 조사 등에 관한 규정, 인증 규정)이 시행된다.

지난 5월 2일 마련된 이 규정은 시행까지 불과 2개월 남짓 남았다. 이 규정에 따르면 완성차업체(원제작사)에서 미완성차 제작 시 ‘최대허용총중량’을 기재해야하는 내용이 신설됐는데, 이 단어가 가진 무게가 이름만큼이나 가볍지 만은 않다.

이 규정대로 시행되면, 중소 규모의 특장차업체들은 최악의 경우 완성차업체로부터 제공받은 대형 트럭으로 현재처럼 가변축(이하 축)을 장착하기 사실상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중량이 나가는 탱크로리 등 축 장착으로 증톤이 필요한 특장차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특장장비를 장착해야 하는, 기존 특장산업의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다시 말해, 현재 대부분의 특장차업체들은 원제작자인 완성차(수입업체 포함)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1×2형의 6×4(전체 6개 축 중 구동축 4개) 대형 트럭과, 2×2형의 8×4 대형 트럭에 차축을 추가해 각각 1×3형 6×4, 2×3형 8×4로 확장하는데, 여기서 이루어지는 증톤(일례로, 15톤→22톤, 19.5톤→25.5톤 등)은 사실상 어렵게 될 전망이다.

동시에 허용되는 증톤 기준에 따라 탱크로리 등 다수의 특장장비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장차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해도 모자를 판에, 중소 고유업종인 특장산업을 규제하는 말도 안 되는 제도를 일부 업체 외에 아무도 모르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시행기관인 교통안전공단은 새로운 규정을 만들면서 사전에 공청회나 간담회 등은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중순에 특장차 관계자들을 불러, 안건에도 없는 ‘최대허용총중량’ 관련 규정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장차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이 같은 내용이 현실화되면, 원제작자인 일부 완성차업체는 자신이 적시한 ‘최대허용총중량’을 넘어서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게 되고, 외부에서 증톤으로 문제가 생기면 동력계통 등 모든 문제를 영세한 특장차업체가 책임져야 하는 매우 독한 조항이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원제작자 역시 특장차업체와 일부 경쟁 모델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최대허용총중량’ 규정은 원제작자에게 엄청난 특혜를 줄 소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대허용총중량’ 표기에 전적인 권한을 지는 원제작자 입장에서는 자체 제작한 차량만을 책임지고, 외부에서 축을 장착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특장차 시장에 몰렸던 축의 대형 트럭과 상당량의 특장차 수요가 원제작자 손으로 고스란히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가 중소업종 보호를 외면하고, 오히려 원제작자에게 유리하도록 하는 ‘불공정 행위’를 조장하는 매우 잘못된 정책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특장차업계의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미완성자동차-최대허용총중량’ 기재에 따른 의미, 그리고 사후 예상되는 시나리오, 나아가 특장차업계와 대응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일부 완성차 업체들의 고심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

축과 특장산업 옥죄는 ‘미완성차’의 ‘최대허용총중량’

우선, 최대허용총중량에 앞서, 미완성자동차(미완성차)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완성차는 2015년에 법률에 처음 등장한 단어로 “차대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최소한의 구조ㆍ장치를 갖춘 자동차로서 용법에 따라 사용이 가능하도록 추가적인 제작ㆍ조립 공정이 필요한 자동차”를 말한다.

그동안 완성차만을 자기인증하고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구급·검진차량 등 특수자동차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완성된 자동차를 구매하여 특수자동차 용도에 필요 없는 좌석 등을 탈거해야만 했다.

또 탱크로리, 탑차 등 화물차의 경우도 완성차업체와 특장차업체 간 자기인증 구분이 되어있지 않아 제작결함 발생 시 최종단계 제작사인 특수차제작사가 책임을 지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특수차, 특장차 제작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차량 제작 간 결함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차원에서 자동차 관리법을 개정했다.

주요 내용으로 자동차제작자가 자신이 제작한 범위에 대하여 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인증하고 그에 따른 사후관리 책임을 지는 제작단계별 자기인증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존에 없었던 ‘미완성차’ 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트럭에서 미완성차는 우리가 흔히 아는 적재함이 없는 섀시캡 모델 등이 있으며, 특장차업체에서 이 섀시캡 모델을 가지고 윙바디, 탱크로리, 카고 적재함 등을 탑재한다.

특장사업 하는 원제작사에게 절대 유리

완성차업체에서 미완성차를 판매할 때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자동차를 구매하는 특장차 업체 등 자동차제작자에게 미완성차의 안전기준 적합 여부 등에 대한 제원표 등의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는 기존 완성차 판매와 동일한 사항이다.

다만, 추가되는 사항이 생겼다. 내년 1월 7일부터 완성차업체가 제작한 미완성차는 차량 제원표에 ‘최대허용총중량’을 기재 후 특장차업체에 공급토록 하고 있다.

변경된 규정에 따르면, 지난 5월 2일부로 인증 규정이 개정돼 원제작사의 미완성차는 차량 제원표에 ‘최대허용총중량’이 기재되며, 현재 유예기간으로 시행은 내년 1월 7일부터다.

추가된 최대허용총중량은 단순한 제원수치라고 볼 수 없다. 차량의 한계, 안전성 등을 고려해 완성차 업체에서 직접 기재한 최대허용총중량 스펙인 만큼, 그 안에서 제작된 특장차만을 보증하면 된다.

그간 완성차업체는 특장업체에게 차량을 공급 시 제원표에 최대허용총중량을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장업체에서는 축을 이용한 ‘증톤’이 가능했지만, 이 규정이 시행되면, 증톤에 ‘족쇄’가 달리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제작사의 최대허용총중량을 명시함으로써, ‘차량 안전성 측면’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밝혔다.

대형 트럭 증톤은? 특장업계 ‘초긴장’

“앞으로는 우리 같은 특장업체에서 만든 대형 트럭은 증톤을 못 한다고 볼 수밖에 없죠” 본지와의 통화한 특장차업체 한 관계자의 말이다.

특장업계 관계자들은 이 규정이 시행되면, 완성차업체에서 정한 최대허용총중량에 따라 특장업체의 6×4, 8×4 등의 축 산업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장차업체가 완성차업체에서 받은 미완성차의 제원표에 따라 ‘최대허용총중량’ 맞춰 축을 장착하면 크게 별 문제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특장차업계의 판단이다.

또한, 완성차업체에서 정한 최대허용총중량을 넘게 되면, 특장차업체는 해당 차량에 대해 차량 전체를 다시 자기인증을 받아야 하며, 비용은 억대로 알려져 있어, 대다수의 특장차업체들이 이를 지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또 있다. 완성차업체에서 최대허용총중량을 축에 맞춰 높게 산정할 수 있지만, 특장업체에서 장착한 축까지 완성차업체에서 보장해 줄지는 미지수다.

만약, 완성차업체가 축을 고려하지 않은 최대허용총중량을 정했다고 가정해보면, 특장차업체에서 19.5톤의 8×4 차량을 받아 10×4 27톤 차량으로 증톤하고 싶지만, 허용총중량은 동일하기 때문에 축을 장착해도 의미가 없게 되는 셈이다.

참고로 업계 전문가들은 4.5톤과 5톤 중형 차종의 경우 축을 통해 7톤으로 증톤하는 것 또한 제한될 수 있지만, 중형 차종은 국내 축하중 기준에 따라 축 장착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성’과 ‘형평성’에 논란 일어

“아무래도 완성차업체에서 판매하는 축 차량만 경쟁력을 가지지 않을까요?” 지난 10월 이 현안을 두고 특장차업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왔던 말이다.

만약, 완성차업체가 축을 고려하지 않은 최대허용총중량을 산정했다고 가정해보면, 국내 대형 축 시장은 어떨까.

대형 카고, 윙바디, 탱크로리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활용되는 축은 국내 화물운송시장 특성상 사라지기란 사실상 어렵다. 축은 유럽 및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고 화물운송에 있어 큰 효율성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완성차업체에서 제작한 축 차량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국내 완성차업체도 OEM을 통해 축을 장착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안전성’과 ‘형평성’이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소 고유업종 육성을 외면하고 결과적으로 완성차를 제작할 수 있는 큰 기업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든 정부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여하튼, 안전성 측면에서는 완성차업체의 이름으로 축을 장착하는 만큼, 기술검토, 인증 등의 과정을 거쳐 기존과 동일한 수준으로 증톤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완성차업체가 100% 관여하는 만큼,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형평성 측면에서는 완성차업체에서 안전성 등을 이유로 미완성차의 최대허용총중량을 줄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동일한 차종에 같은 축수임에도 불구하고 완성차업체와 특장차업체들의 트럭에서 최대허용총중량이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특장차업체는 별도로 신차 인증을 받고 증톤을 할 수 있지만, 시간·비용 그리고 상승되는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특장차업체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이는 곧 특장업체 축의 경쟁력은 물론 그와 연계된 탱크로리, 윙바디, 탑차 등의 연계 제품군까지 잃을 수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장차업체의 한 관계자는 “미완성차를 신설한 이유는 특장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오히려 완성차업체에서 최대허용총중량을 잡아 특장산업을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며, “이 규정은 완성차업체를 위한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수입트럭업체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

이 규정으로 일부 수입 트럭업체도 난감해하고 있다.

애초에 10×4 차량을 수입하는 업체의 경우 문제 될 것이 없으나 국내 진출한 일부 수입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입 업체는 8×4 차종을 들여와 국내 특장차업체를 통해 10×4 차종으로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수입 업체에 문의해 본 결과, “새로운 규정에 대해 파악 중에 있다며, 인증에는 문제가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이나, 내년 대형 카고 트럭 판매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한 수입 브랜드 관계자는 ”유럽에서 축을 장착한 차량을 들여오는 방안도 시나리오 안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수입업체 및 축 관련 특장업체가 관련 내용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사이 어느덧 규정 시행까지 약 두 달여 남은 시점. 특장차 시장에 한겨울보다 매서운 추위와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내 가변축과 특장차 시장은?

가변축은 구동축이 4×2인 중형 트럭과 6×4, 8×4인 대형 트럭으로 장착대상이 구분된다.

이들 차량에 한 축이 추가 장착될 경우 4×2가 4(+2)×2로 대형화되고, 6×4는 6(+2)×4로, 8×2는 8(+2)×4로 축이 늘면서, 축하중에 따라 화물의 양을 합법적 더 많은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가변축 장착이 안 된 일반 트럭을 구입, 저렴한 비용으로 가변축을 추가함으로써 △차량구입 비용 절감 △운송물류비 절감 △대량 화물 적재 등 여러 가지 이점으로 화물운송업체들에게 매력적인 차량개조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변축은 완성차업체보다 가변축 전문 장착업체들이 주로 맡고 있으며, 완성차업체의 경우 주로 OEM 형태로 제작,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변축 차량은 중소규모의 특장차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변축 특성상 가변축에 윙바디, 탑차 등의 용도로 활용되기에 어느 정도의 가변축 차량이 등록됐는지, 연간 가변축 차량이 얼마나 생산되는지는 통계가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 다만, 대형 트럭은 국산 브랜드의 연간 판매대수(가변축 장착 전) 약 5,000여대 중 20~30% 정도가 축이 새로 추가돼 나온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여기에는 OEM 차량은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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