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4, E9 등 규격 파악이 제품 선택에 우선
점도의 비밀, 낮으면 연비↑ 높으면 소음 ↓

윤활유 시장에서의 고성능 제품과 환경에 대한 까다로운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제조사들은 앞 다퉈 연비효율성과 친환경성에 대한 요구, 자신의 애마(愛馬)를 최악의 도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은 차주의 욕구를 저격한다.

국내 대표 정유사는 물론,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들 역시 각자 최고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연이은 차별화된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럭 내부 엔진에서는 흡입과 압축, 폭발 및 배기의 과정이 쉬지 않고 일어난다. 열은 물론, 금속 부품끼리의 마찰로 찌꺼기들이 생성되기 마련.

윤활유는 이런 마모와 열로 인한 열화로부터 엔진을 보호하고, 찌꺼기의 발생을 줄이는 것이 임무다. 물론, 자신이 운행하고 있는 차량의 엔진 특성에 따라 그 정도는 조금씩 달라진다. 내 자동차의 엔진 특성에 맞고 성능도 높여 줄 윤활유는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
 


중구난방 윤활유 규격 바로 알기

윤활유 선택에 앞서 제품의 규격부터 꼼꼼히 살펴야 한다. 윤활유 규격은 제품을 생산하는 지역 및 분류 기관 등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분류된다. 각 윤활유 업체들은 이 규격에 따라,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분류 기관과 각 엔진 제조사들에 인증을 받게 된다.

가장 먼저 미국석유협회가 제정한 API 규격이다. 1959년 이후 생산된 디젤 엔진용 윤활유 규격인 CA부터 시작해 현재는 1998년 이후 생산된 엔진용인 CH-4와 CI-4, CJ-4, CK-4가 사용되고 있다.

C 뒤의 알파벳이 빠른 순서부터 오랜 연식의 엔진에 사용되는 윤활유이며, 뒤 숫자는 4행정 엔진에 사용돼야 함을 의미한다. FA-4 역시 대형 상용차용 윤활유로 2016년 12월 이후 생산된 고성능 4행정 디젤 엔진용임을 의미한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가 정한 ACEA 규격도 국내에서 용된다. 배출가스 저감장치인 DPF를 장착한 디젤 및 상용차용 윤활유임을 뜻하는 E4, E6, E7, E9 등의 ACEA 규격을 부여받은 윤활유가 현재 판매되고 있다.

각 숫자에 따라 E4부터 현재 국내 배기가스 규제기준을 만족하며, E6은 초저황 디젤 연료와 미립자 필터의 조화로운 사용에 강점을, E7은 피스톤의 광택과 슬러지를 통한 막힘 현상을 해결해주는 효과를 가진다. E9는 E6과 E7의 장점을 모아놓은 최고급 스펙의 규격이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규격은 각 엔진 제조사들로부터 인증 받은 규격이다. 아무리 좋은 실이라도 그 두께가 맞는 바늘에 꿰어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듯, 각 제조사별 엔진에 가장 적합한 윤활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보유한 윤활유 제품에는 API와 ACEA, 그리고 각 제조사들이 인증한 규격을 모두 부여받기 때문에 소비자는 차량의 브랜드와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면밀히 살펴 제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에쓰-오일토탈윤활유가 최근 선보인 ‘토탈 루비아 옵티마 1100’ 제품을 살펴보면, API 규격에서는 CH-4에서부터 최상위 등급인 CK-4 등급까지 모두 부여받았으며, ACEA 규격에서는 E7와 E9 등급을 받았다.

또한 엔진 제조사인 볼보의 VDS와 메르세데스-벤츠의 MS, 커민스의 CES 등 각각 최고 등급의 윤활유로서 인증을 받아, 해당 제조사가 생산한 엔진에서는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윤활유임이 입증된 것이다.

 


좋은 윤활유의 조건, 점도의 마술

점도란, 단어 뜻 그대로 액체의 끈적끈적한 정도를 말하는데, 이 점도에 따라 윤활유의 성능이 천차만별로 분류된다. 점도는 온도가 상승하면 저하되고, 온도가 떨어지면 반대로 증가하게 되는 점액성 액체의 고유 특징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좋은 윤활유는 고하중, 고속으로 인해 달궈진 고온의 엔진 내에서 충분한 윤활작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점도를 유지하면서도 동절기 기온 강하 시에는 시동이 용이하도록 점도가 충분히 낮아야 한다. 그렇다. 가장 어려운 ‘적당히’가 필요한 것이 바로 윤활유의 점도다.

일반적으로 화물차를 몰아본 차주라면 한 번쯤은 어떤 윤활유를 차량에 넣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5W30’과 같은 정체 모를 코드번호를 봤을 것이다.

이는 윤활유의 점도를 표기한 SAE 분류법으로, 겨울(Winter)을 의미하는 ‘W’ 앞의 숫자가 낮을수록 저온에서 부드럽고, 뒤의 숫자가 높을수록 고온(100℃ 기준)에서 끈적끈적한 유막을 형성한다.

이 두 숫자의 차이는 보통 20~35 정도인데 그 차이가 클수록 일반적으로 고가를 형성한다. 이들 윤활유의 점도는 엔진의 회전감각과 연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수치로 예를 들자면, 5W40에 비해 점도가 낮은 5W30은 상대적으로 윤활부위의 저항이 작아 초반 가속이나 연비가 더 좋다. 하지만 점도가 높은 5W40의 경우, 고하중이나 고속 주행 시의 고온 엔진 하에서도 점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윤활 부위를 잡아주므로 진동과 소음 측면에서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장점이 있다.

분명한 것은 운전자 스스로 제품의 규격과 점도에 따른 윤활유의 특성을 이해해야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윤활유는 4계절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지는 추세지만, 저마다 기후조건과 엔진 상태, 주행환경과 운전습관 등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비 업체의 조언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차량의 필수비타민으로써 작용하고 있는 윤활유.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은 옛말이다. 내 차량에 얼마나 잘 맞고 내 수익을 어떻게 올릴지부터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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