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불량률 1%에도 ‘저품질’ 지배
자원절약·친환경성에 ‘권장’ 목소리도
정비관리 체계 마련, 인식 개선 필요

재생타이어는 새 타이어와 같은 조건의 내구성 테스트를 거치며, 업체에 따라서든 더욱 엄격한 품질 기준을 설정한 곳도 많다. 불량률이 낮고 우수한 품질을 갖출 수 있는 이유다.(사진: 구글 캡쳐)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동안 대구에서만 3건의 버스 재생타이어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이후 포털사이트는 재생타이어의 위험성에 대한 기사로 가득 찼고, 누리꾼들의 여론은 재생타이어 사용을 피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과연 재생타이어의 품질만이 문제였을까. 상용차용 재생타이어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에 대해 짚어봤다.

재생타이어는 수명이 다한 타이어의 트레드(Tread /표면 디자인)를 제거한 다음 새로운 트레드를 부착함으로써 타이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제품을 말한다.

버려질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친환경적인 면모와 순정타이어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한 가격 덕에 타이어 가격이 비싼 버스 등 대형 상용차에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재생타이어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저급 타이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최근 발생한 버스 재생타이어 폭발사고에서 유독 재생타이어의 품질이 뭇매를 맞은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대형 트럭 타이어 점검하는 모습.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검증된 성능…‘저품질’ 꼬리표는 잘못된 인식

재생타이어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재생타이어의 품질이 교통사고를 유발할 정도로 낮다는 생각이다. 이는 운송업체가 타이어 관련 사고 발생 시 그 책임을 재생타이어의 품질 문제로 돌려 책임을 간단히 회피할 수 있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생타이어는 새 타이어와 같은 조건의 내구성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시중에 판매할 수 있으며, 업체별로는 보다 엄격한 자체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 재생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는 A업체의 경우 총 11단계로 구성된 깐깐한 타이어 재생 과정을 거쳐 불량률이 1%가 채 되지 않으며, 품질 검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군에도 재생타이어를 납품하고 있을 정도로 품질이 검증됐다.

다른 업체들도 우수한 품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생타이어협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생타이어의 80%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을 만큼 성능이 검증된 상태다.

해외의 경우도 재생타이어 사용이 보편화돼있다. 미국에서는 상용차 2대 중 1대, 유럽과 일본에서는 3대 중 1대가 재생타이어를 사용할 정도로 보급률이 높다. 안정성과 품질에 대한 검증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생타이어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성능이 검증된 상태지만 시민들의 인식이 다소 부정적일 뿐”이라며, “새 타이어에 비해 70% 이상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판매가격 또한 절반 수준인 재생타이어의 긍정적인 측면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생타이어 파손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주기적인 점검과 교체 등 체계적인 정비관리가 필요하다. 사진은 재생타이어를 점검 중인 경기도 버스 업체. (사진: 경기도)

품질 자체보단 체계적 정비관리 부재가 문제

버스용에 한해,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재생타이어를 사용하는 도시는 대구시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경실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대구지역 26개 업체가 보유한 1,598대의 시내버스 중 재생타이어를 사용하는 버스는 1,295대로 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여전히 전체 버스의 3대 중 2대 꼴인 66.89%가 재생타이어를 장착한 채 운행하고 있을 만큼 사용량이 많다. 근본적으로 시에서 발생하는 타이어 관련 사고 중 재생타이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구경실련에 따르면 재생타이어 관련 사고는 재생타이어 품질만의 문제가 아닌 체계적인 정비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버스 재생타이어를 사용하는 대다수 운송업체들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정비비 산정기준의 허점을 파고들어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한 재생타이어 사용을 위한 정비관리 기준이 돼야 할 시내버스 준공영제 정비비 산정기준이 안전보다는 비용절감 위주로 설정된 데 따른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생타이어의 정비관리와 안전한 사용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특히, 순정타이어에 비해 수명이 짧은 재생타이어의 사용기한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가 없다 보니 진즉에 교체했어야 할 타이어를 장착한 채 운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 연료탱크가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위치해 열로 인한 타이어 파손에 취약한 CNG버스에도 무분별한 재생타이어 장착이 이뤄지고 있다. 명시된 제재가 없다 보니 안전성을 제쳐두고 저렴한 가격의 재생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 휩쓸린 정책보다 인식 개선 앞서야

운송업체들이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부당한 비용 절감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부의 정책 마련 행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생타이어 산업은 최근 폐자원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육성사업 군으로 분류돼 사용범위 확대가 예고됐었다.

하지만 재생타이어 사용에 불안감을 느끼는 여론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시내버스에 재생타이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버스 업계와 재생타이어 업계의 반발로 무산되긴 했지만 하마터면 재생타이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뻔한 사건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체계적 정비관리 시스템과 단속 확대 등 제도적 개선과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생타이어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재생타이어 육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재생타이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여론에 떠밀려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재생타이어에 대한 인식 개선과 운송업체의 타이어 관리 방식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통해 시민들의 근본적인 불안감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허술한 정비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것 못지 않게 철저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며,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는 업체들을 일벌백계함으로써 잘못된 재생타이어 사용 행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도 꼬집었다.

저렴한 가격, 원가절감, 폐자원 활용 등 다양한 이유로 주목받고 있는 재생타이어. ‘저급 타이어’라는 불명예를 벗고 친환경 타이어로 거듭나기 위해선 허점을 보완한 제도의 개선과 흔들리지 않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