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기준 맞춰야 VS.국내 상용차 경쟁력 우려
현행 축하중으로 인한 도로·교량 파손 여부 공방
重機는 분리운송 사실상 불가능…개정시 제외 주장도

2015년 11월에 열린 축하중 개정안 관련 공청회 현장. 이날 공청회는 대한건설기계사업자 단체 소속 회원들의 반발로 공청회 진행 자체가 무산됐다.

축하중 규제를 강화해 총중량을 낮추고, 과적 과태료를 법정 상한까지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은 2014년 말 입법예고 된 뒤, 이듬해 공청회 과정에서 일부 관련 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면서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중단 3년 만에 다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간 주무처인 국토부는 관련 단체들의 대표들을 불러 올 6월까지 4회에 걸쳐 T/F회의를 주재했다. 도로법 시행령 재개정을 위해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겠다는 의도로, 2014년 개정안 당시보다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5년 11월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지만, 건설기계업계 등 일부 단체의 심한 반발로 무산된 전례 때문이다. 그래서 재개정을 위해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완성차 및 특장업계, 그리고 화물운송업계의 입장을 면밀히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지난 6월 말 T/F 4차 회의를 끝으로 각 단체들이 제기한 입장과 보완해야 할 점을 더 검토한 뒤 개정 초안을 내놓고, 각 단체들의 입장을 한 번 더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후에는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고,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결론을 내겠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각 단체들의 입장은 어떤가. 앞서 밝혔듯이, T/F 회의에 참석한 단체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 산하기관을 비롯,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특장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제작자협회, 대한건설기계협회,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한국통합물류협회,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전국개별화물차운송사업연합회 등 8개 단체다.

이중 정부 산하 기관을 뺀 나머지 8개 단체 중 트레일러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특장차산업협회는 개정에 적극적인 입장인 반면, 나머지 단체들은 유보적이거나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7년 6월 말 열린 4차 T/F 회의. 축하중 규제와 관련,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업계를 대표하는 각 단체들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개진됐다.


찬성측 “도로 파손 원인은 축하중이 문제”

도로법 개정안에 찬성 입장인 한국특장차산업협회는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축하중 10톤을 문제 삼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축하중 제한기준이 약 8톤 수준인 데 비해 국내 축하중은 10톤으로, 무리한 적차와 과적 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교통안전 및 도로 및 교량 파손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게 한국특장차산업협회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한국특장차산업협회는 국내 도로유지관리보수비용은 2009년 이후부터 2015년까지 매년 평균 2조 3,700억 원이 집행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국내 축하중 기준이 세계 타 국가보다 약 1.25배 높게 축하중을 허용함으로써 도로파손이 선진국에 비해 약 2.5배가량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대측 “개정 시 물류·상용차 업계 큰 타격” 

이에 반해 화물운송단체를 비롯, 현행 축하중 기준에 맞춰 화물차를 생산·제작하는 국산 트럭업계 및 특장차 업계를 대표하는 7개 단체들은 개정안에 소극적이거나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현재의 도로 및 교량 구조는 축하중 기준에 맞춰 설계 되어 있어 안전성을 확보한 수준이라고 전제하고, “도로 및 교량 파손은 대형 차량의 과적 운행뿐만 아니라 도로 시공 불량, 제설제 사용, 장마철 호우, 시설물 노후화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즉, 도로 및 교량 파손 원인은 차량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개정될 경우 적재하중 감소에 따른 물류비용의 상승, 그리고 단차 위주의 대형 트럭 생산 시스템 붕괴로 국내 화물차 시장은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단체별 입장을 좀 더 살펴보면, 화물운송단체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전국개별화물차운송사업연합회,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운반량 감소에 따른 운송업체의 수입 감소, 그리고 물류비 증대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이다. 

나아가 제조·유통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제조·유통기업의 경쟁력까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트럭 제작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축하중은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과적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제재가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근본적으로 축하중 규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내 도로 및 지역 여건 상 트랙터보다는 대형 카고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개정안은 카고 위주의 국산 상용차 브랜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장차업체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제작자협회는 현재 축시장이 연간 1만 대 수준에서 20~30%가량 수요가 줄고, 이에 따라 특장업계의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펌프카, 기중기 등 건설중기 업체 모임인 대한건설기계협회는 건설기계는 특수성을 고려해 논의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개정안에 분명한 반대의 뜻을 전하고 있다. 

2015년 개정안 공청회를 무산시킨 바 있는 대한건설기계협회는 콘크리트펌프카 등 총중량 40톤이 넘는 일부 건설기계의 경우 운행제한으로 분리하여 운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건설기계의 핵심부품을 빈번하게 분해·조립할 경우 수명감소 및 성능저하에 따른 고장 및 인명사고 급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분리운송을 실제적으로 진행하려면 시설과 인력 등을 갖추어야 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기중기의 경우 국내 기술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도로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 관련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대형 트럭의 축하중 및 과적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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