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 사용 시 연료효율 감소 등 오해 많아
파열로 사고 나면 대형화…바른 사용법 절실

지난 2015년 7월 부산 서구 인근 도로에서 내리막길을 주행하던 트럭이 육교 밑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들을 차례로 들이받는 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총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올해 3월에는 청주 방면 내리막길을 달리던 5톤 화물차가 도로변 가로등과 중앙분리대를 연이어 들이받고 뒤집힌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두 사고의 공통 원인은 ‘내리막길에서의 브레이크 파열’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7월 29일 부산 서구 충무대로 내리막길에서 발생한 6중 추돌사고 현장. 사고 원인은 내리막길에서의 제동장치 고장으로 밝혀졌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매년 브레이크 파열로 인한 대형 상용차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 많은 승객이나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리막길을 내려와야 하는 대형 상용차의 특성상 브레이크에 많은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배기 브레이크’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운전자들이 배기 브레이크에 대한 오해로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배기 브레이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짚어보고, 올바른 사용 방법에 대해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풋 브레이크와 배기 브레이크, 차이는?
대형 상용차 운전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브레이크는 크게 ‘풋 브레이크’와 ‘배기 브레이크’로 나뉜다.

우선, ‘주 제동장치(1st brake)’라고도 불리는 풋 브레이크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힘을 이용해 제동력을 얻는다. 
제동 과정은 단순하다. 페달을 밟으면 바퀴와 함께 회전하는 드럼 또는 디스크에 마찰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통해 차량이 멈춰 서는 방식이다. 

반면, ‘보조 제동장치’에 속하는 배기 브레이크는 엔진 브레이크의 효과를 높이는 제동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바퀴가 아닌 엔진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어 차량의 감속을 돕는 형태인 것이다.

대략적인 제동 과정은 이렇다. 먼저, 배기 브레이크를 작동해 배기가스가 배출되는 통로를 차단한다. 그러면 엔진의 팽창-배기 과정이 둔화되면서 엔진 회전수가 급격히 저하하게 되고, 이에 따라 차량으로의 동력전달이 더뎌지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작동 방식 덕에 배기 브레이크는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에 걸리는 부하를 낮춰줄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패드, 라이닝 등 소모품 교환 주기도 줄여줘 경제적이다. 

그러나 일부 운전자들은 배기 브레이크 사용이 차량에 무리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연비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사용을 꺼리고 있다. 배기 브레이크에 대한 오해 섞인 편견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배기 브레이크의 작동원리. 핸들 우측에 있는 레버를 조작하면 배기통로가 막혀 엔진 회전수가 떨어진다. (사진출처: 나무위키)


◇ 배기 브레이크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배기 브레이크 사용을 둘러싼 가장 큰 편견은 연비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량이 출고되자마자 배기 브레이크를 제거하는 운송회사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실제로 배기 브레이크 사용과 연료소비 증가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오히려 연비주행에 도움이 된다. 배기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순간 연료를 차단하는 퓨얼컷(Fuel-cut)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배기 브레이크를 내리막길뿐 아니라 일반 주행에서도 활용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상황에 따라 풋 브레이크와 배기 브레이크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남양주에서 5톤 트럭을 몰고 있는 한 운전자는 “정체 구간에서는 풋 브레이크 보다 배기 브레이크를 조금 더 활용한다.”며, “배기 브레이크는 풋 브레이크와 달리 직접적인 연료 소비가 없고 브레이크 패드, 라이닝, 타이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돼 좋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 배기 브레이크, 정확히 알고 제대로 써야
종합해보면 배기 브레이크는 내리막길에서의 브레이크 파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우수한 제동력과 연비효율, 부품 수명연장 효과 등 다양한 장점을 지녔다.

다만,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두루 갖춘 배기 브레이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기 브레이크를 정확히 알고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배기 브레이크가 추가 제동력 확보에 도움을 주는 ‘보조 제동장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풋 브레이크와 병행 사용이라고 강조한다.

풋 브레이크나 배기 브레이크만을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없는 시너지효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도한 배기 브레이크 사용을 지양할 것도 당부한다. 좋은 약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복용하면 몸에 좋지 않듯 무분별한 배기 브레이크 사용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배기 브레이크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등 무리하게 작동할 경우 엔진 및 배기라인 온도가 상승해 벨트류, 실린더 등 부품 내구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밖에 ‘적시적지에 맞는 활용’도 강조했다. 상당수 운전자들이 비나 눈이 오는 날에 배기 브레이크를 작동하거나 과적 상태에서 사용하는 등 잘못된 방법으로 배기 브레이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천 등으로 미끄러워진 도로환경에서의 배기 브레이크 사용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제동 시 뒷바퀴 쪽에만 부하가 걸리는 배기 브레이크의 특성상 순간적인 미끄러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싣고 전국을 누비는 대형 상용차의 안전을 책임지는 배기 브레이크. 올바르고 적절한 사용으로 내리막길 대형사고 예방의 일등공신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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