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사고 치사율 3.4%, 승용차 대비 2.3배
열악한 근무여건·후진적 교통안전 시스템 큰 몫

교통안전 시스템의 부족, 열악한 화물차 운전자들의 근무여건 등이 해결 및 개선되지 않는 한 화물차의 교통사고는 언제까지라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사진 구글 캡쳐.

   화물자동차 교통사고 치사율이 승용차 교통사고 치사율의 2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 TAAS 교통사고 분석시스템의 차종별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2015년 기준 전체 23만 2,035건의 교통사고 중 2만 9,128건(12.6%)이 화물차에 의한 교통사고다.

승용차 15만 4,095건(66.4%)에 비해 크게 낮고, 승합차(버스) 1만 5,405건(6.6%)에 비해서는 두 배 가량 높다. 더욱 큰 문제는 화물차로 인한 사고 발생 건수 및 발생비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망자 수가 많고, 치사율이 매우 높다.

 
화물차 사고, 났다 하면 대형사고

국토부에 따르면, 화물차는 346만 대 정도로,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의 15.9%에 불과하다. 운행 중 가해 여부를 떠나, 전체 교통사고 중 화물차의 교통사고 발생비율은 12.6%로 등록 대수 비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의 78.9%를 차지하는 승용차의 교통사고 발생비율은 66.4% 정도다. 승용차가 등록 대수에서 절대량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화물차의 교통사고 발생비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교통사고 발생 시 화물차가 승용차에 비해 인명피해가 엄청나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따른 치사율이 승용차의 1.5%에 비해 화물차는 3.4%로 무려 두 배 이상이나 높다. 화물차는 사고가 나면 100명 중 3.4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얘기다.

화물차보다는 덜하지만, 승합차의 경우는 치사율이 2.4%다. 승용차에 비해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들 상용차의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일쑨데, 실제로 2015년 전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망자수 4,621명 중 화물차 사고로 사망한 사망자 수가 996명(21.6%)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형사고 5건 중 1건 이상은 가해 차량이 화물차로 기록되고 있다.

생계 위한 운전대 앞에선 휴식은 사치

그렇다면, 화물차의 치명적인 교통사고 발생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가장 크게 지목되는 것은 운전자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후진적인 교통안전 시스템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일반화물차주의 일평균 운행 거리는 362.8km, 일평균 근로시간은 12.9시간으로 조사됐다.

일반화물차주의 경우 하루 평균 꼬박 8시간을 운행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으며, 근로일수의 경우에도 일반화물차주의 경우 한 달에 평균 24일을, 택배화물차주의 경우 평균 25일 근무하고 있다. 특히, 정해진 운송 화물이 없어 일명 어플리케이션 ‘콜뛰기’로 혼적까지 감행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정보망 화물을 운송하는 일반 및 개별화물차주의 경우, 운행 거리와 근로시간이 압도적으로 높아 열악한 제반 근무환경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장거리 배송에 주로 활용되는 대형 톤급 차량의 경우에도 왕복운행으로 인해 회귀일수가 월평균 운행일수를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어 더욱 사고에 노출돼 있다.

졸음운전 사고, 치사율 더욱 치명적

운행시간 8시간을 포함해 하루 13시간, 한 달 24일을 집중해서 일하고 있는 운전자들. 이들의 운전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5년(2012~ 2016)간 고속도로 교통사고 인명피해를 조사한 결과, 전체 사망사고의 18.5%가 졸음운전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5년 동안 총 2,241건의 졸음운전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중 414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졸음운전의 치사율은 과속사고 7.8%의 2.4배, 전체 교통사고의 12.2%의 1.5배에 달한다.

특히, 화물차와 관련된 사고에서 졸음운전 사망자가 212명으로 집계, 전체 졸음운전 사고의 5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근로시간 대비 순수입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와중에 화물차를 대상으로 한 고속도로 통행료 심야 할인제도는 차주들의 물류비용 부담을 줄이고, 고속도로 교통을 원활히 하고자 도입된 제도지만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부추기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현재 국내 화물운송업자들은 지입제와 같은 비효율적인 운송구조와 근로시간 대비 낮은 임금수준 등 열악한 상황에서 운행을 지속하고 있으며, 낮은 임금을 메우기 위해 심야시간대 운행까지 어쩔 수 없이 자행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운송업계 관계자는 “차주의 주의만으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교통사고의 끔찍한 연결고리를 끊기에는 한계점이 분명하다.”며,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과 함께 운송업계에 팽배한 지입제, 다단계 운송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큰 관심을 두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차의 대형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인 안전시스템의 부족, 그리고 중노동에 시달리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근무여건 등 이 모든 것이 해결 및 개선되지 않는 한 화물차의 교통사고는 언제까지라도 치명적인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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