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플래투닝 차량에 동승…초기 ‘운송혁명’을 봤다
안전, 연비, 도로, 운전자 등 여러 문제에 解法 제시
우리나라엔 시스템 적용 가능성은? “현재로선 요원”

▲ 볼보 플래투닝에 동승, 고텐버그의 볼보 데모센터(VDC)에서 인근의 바르베리까지 대략 2시간 소요되는 정도의 120km 고속도로 구간을 주행하고 있는 모습.

<스웨덴 현지에서> 기술의 진전이 너무 빠르다. 하지만 상용화되고 보편화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바로 ‘트럭 플래투닝(Truck Platooning)’이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상용차 선진국들은 이미 플래투닝을 자율주행의 한 분야로 포함시키면서, ‘미래의 트럭’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 나은 물류운송과 도로운송의 혁신을 위해서다.

이런 플래투닝은 외형적으로는 매우 단순하다. 2대 이상의 트럭이 무리를 지어 주행한다. 선두의 트럭이 앞서 주행하면 두 번째, 세 번째 트럭은 뒤따라가게 된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무리를 지어 주행하는 트럭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겉으로는 이렇다.

한참 개발 중인 플래투닝 시스템은 이런 주행 형태를 네트워크화 한 것이다. 통신기술이 적용된 군집주행(群集走行)인 셈이다. 이 시스템은 우선 트럭 여러 대를 위성과 와이파이 기능을 활용,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다. 이를 통해 선두의 트럭이 주행을 하면 뒤따라가게 된다. 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한 여러 대의 트럭 주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간격도 중요하다. 최적의 도로 조건을 가정으로 시속 80km로 앞뒤의 트럭이 1초의 간격을 두고 함께 주행하도록 한다. 핸들링, 가속, 감속, 제동 등 모든 주행 상황을 선두트럭이 제어하기 때문에 뒤따라가는 트럭 운전자는 모니터링만 하면 된다. 이 모든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9월 4일, 기자는 스웨덴에서 플래투닝을 직접 동승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국내 자동차 전문매체로서는 처음이다. 지난 4월 네덜란드 정부의 주최로 ‘유럽 트럭 플래투닝 챌린지 2016’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스웨덴의 볼보트럭과 스카니아, 독일의 벤츠트럭과 만트럭, 이탈리아의 이베코, 네덜란드의 다프 등 세계적인 상용차메이커인 6개사가 참여, 각사의 플래투닝 기술수준을 한껏 발휘했다.

기자가 스웨덴에서 동승한 차량은 플래투닝 챌린지에 직접 참가한 볼보트럭의 플래투닝 차량이다. 모두 3대로 FH 4×2 트랙터(13리터/500마력) 사양이다. 플래투닝에 대한 이해를 쉽게하기 위해 2, 3번째 차량을 선택했다. 물론 운전은 플래투닝 전문 운전자가 전담했다. 고텐버그의 볼보 데모센터(VDC)에서 인근의 바르베리까지 대략 2시간 소요되는 정도의 120km 고속도로 구간을 체험했다.

▲ 동승한 하이드 워킬 본부장이 기자에게 플래투닝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열린 ‘유럽 트럭 플래투닝 챌린지’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내용, 그리고 스웨덴에서 동승하면서 여러 질문에 충실히 응해준 하이드 워킬(Hayder Wokil) 본부장(볼보트럭 모빌리티 & 오토메이션 부문), 그리고 운전자를 통해 기자는 자율주행으로 가는 플래투닝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현실적인 난제들을 바라보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① 플래투닝, 도대체 넌 뭐냐? 자율주행이냐?

이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유럽 트럭 플래투닝 챌린지’ 프로그램이 잘 설명해준다. 이 대회에 볼보트럭은 약 40톤 가량의 짐을 실은 3대의 FH 4x2 트랙터(I-쉬프트 장착 차량 2대, I-쉬프트 듀얼 클러치 장착 1대)를 참여시켜 유럽 횡단을 마쳤다.

플래투닝으로 알려진 기술을 바탕으로, 무선으로 연결된 트럭들이 선두트럭을 따라 자동으로 주행하며 유럽에서 로테르담까지 횡단 일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유럽 내 플래투닝 기술의 상용화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목적이기도 했다.

▲ 운전자 시각에서 바라본 플래투닝 선두 차량 모습

이 때 활용된 플래투닝의 핵심 기술은 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트럭 간 커뮤니케이션이다. 트럭 여러 대가 레이더와 카메라 시스템으로 각각 연결돼 선두 트럭이 핸들링, 가속, 감속, 제동 등 모든 상황을 제어한다. 뒤따라가는 트럭은 선두 트럭의 움직임에 따라 거의 동일한 행동을 보이는, 이론적인 반응시간이 제로(Zero)화에 이루게 된다.

다시 말해 선두 트럭이 뒤 차와의 통신을 통해 모든 주행 상황을 제어하고 리드해 나간다고 보면된다. 다만, 2대에서 3대 가량이 플래투닝에 참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도로 상황을 염두에 둔 최적의 설정이다. 다른 차량들의 운행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플래투닝의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이 모니터는 운전석과 조수석 중간에 설치돼 있다. 와이파이를 통한 차량 간의 교신을 통해 주행 상의 모든 기능을 발휘한다.

② 궁극적인 목표는 도대체 뭔가? 도로 운송 혁명?

그렇다면 플래투닝이 추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 연비 향상이다. 군집주행시 뒤따라오는 트럭은 공기의 저항을 비교적 적게 받기 때문에 연비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공기 저항 때문에 추가로 소비되는 연료는 전체 소비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군집주행을 하면 최대 15%까지 공기저항으로 인한 연료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거리 운행이 많은 트럭의 특성상 연간 10만km를 달렸을 때 6,000유로(한화 약 750만 원) 이상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둘째는, 도로 정체 완화에 기여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플래투닝은 트럭 여러 대를 무선 네트워크로 묶어 선두의 트럭 운전자가 주행하면 뒤따라오는 트럭이 약 1초의 간격을 두고 함께 주행하는 시스템이다. 도로 위 안전을 높이고 교통 혼잡을 최소화시킬 것이라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셋째는 도로환경 개선이다. 트럭 간 간격 효율화를 통해 도로 혼잡도를 최소화하여 이동시간을 단축시키고, 운전자 행동 및 피로에 의한 사고를 줄여 도로환경을 더욱 안전하게 해줄 것이라는데 유럽 상용차메이커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넷째는 인력 비용의 절감이다. 현재 플래투닝 기술의 첫 단계는 선두 트럭 운전자가 모든 주행을 제어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뒤따라오는 트럭에도 운전자가 탑승해 있는 형태다. 하지만 플래투닝 기술이 점차 상용화되고 발달함에 따라 선두 트럭 이외에는 운전자의 탑승이 불필요해져 인력 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밖에 배출가스의 감축이다. 플래투닝으로 욘료 효율이 높아지게 되면서 연료 소비량이 줄어들고 덩달아 연료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배출가스의 배출량도 줄어들게 된다.

③ 상용화는 언제? 트럭에 보편화될 수 있나?

의문은 더 있다. 플래투닝 시스템이 자율주행 혹은 무인주행의 전단계인가. 아니면 일부인가. 일정부분 그렇다는 게 유럽 상용차메이커들의 판단이다. 플래투닝 시스템 하에 뒤따라오는 트럭은 선두 트럭의 속도에 자동적으로 맞춰 주행할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트럭에 승차한 운전자는 트럭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또한, 운전자는 언제든지 승차하고 있는 트럭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플래투닝을 무인주행의 한 형태로 간주할 수 있다.

이같은 플래투닝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럽은 10년 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플래투닝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현재 상용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 동승 취재에 적극 협조해준 볼보트럭 플래투닝 기술 담당자와 운전자들. 맨 우측이 하이드 워킬 본부장.

동승취재에 도움을 준 하이드 워킬 본부장은 “상용화 준비는 다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상용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단언한다. 문제는 플래투닝을 가능케 하는 운전 및 도로상의 법규, 사회의 인식들이 이걸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가 가장 큰 해결과제를 안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실제, 플래투닝 동승차량 운전자는 운전대를 거의 잡지 않은 듯 편안한 자세로 전방만 주시하고 선두 차량을 따라가는 정도였다. 엑셀이나 브레이크 페달조차 그 기능을 상실한 듯 차량 스스로 제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반증하듯, 동승 취재 중 플래투닝 차량이 공사현장이 나타나자, 선두 차량의 주행 속도가 크게 줄었다. 기자가 탄 두 번째 차량도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선두 차량의 속도를 유지하는 현상을 목격했다. 정상 구간으로 접어들고 다시 선두 차량이 속도를 내자, 뒤 차량들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는 존재감을 상실한 것이다. 조향성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처럼 자율주행으로 가는 상황에서 운전자의 역할이 그다지 필요없는 기술적인 발전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현재 운전대를 잡지 않고서는 운전을 할 수 없다. 차량의 기술적인 진전에 맞춰 언젠가는 법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시기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러한 제약 요소는 사회적인 인식도 포함된다.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실현 가능하다는 게 워킬 본부장의 설명이다.

워킬 본부장은 트럭 고객들이 플래투닝 관련 기술을 원한다면 현재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기술이 적용된 제품 상용화 이전에 플래투닝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들이 실제 도로에 운행될 수 있도록 이에 따른 교통 법규 등의 제반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 전제가 깔린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나 운행자의 관점에서 충분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고, 관련 교통 법규 또한 상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진전과는 달리 제반 사회적, 법적 환경의 정착여부가 상용화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특히, 간과할 수 없는 점이 등장한다. 안전문제다. 플래투닝 모드는 교통 상황과 주행 시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작동 된다는 게 워킬 본부장의 설명이다. “언제나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교통 법규와 규정을 준수할 것이다. 따라서, 주변의 상황이 플래투닝 모드가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플래투닝 모드가 비활성화 되고, 뒤따르던 차량의 운전자들은 각각의 트럭을 제어하게 된다.”

▲ 기자가 탑승한 세 번째 트럭이 플래투닝 모드에 맞춰 앞 차량을 따라가고 있다.

④ 플래투닝, 과연 안전을 보장하겠나

기자는 개발자의 입장을 떠나 플래투닝 운전자를 통해 운전자의 입장을 들여다보는 기회도 가졌다. 고속도로 상에서 시속 80km의 일정한 속도와 일정한 차량 간격의 주행은 기자에게는 매우 낯설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편안함과 지루함, 여기에 피곤함도 겹칠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들었다.

대략 1시간 20분 정도 주행 후 잠시 휴식하는 중, 동승 운전자는 플래투닝 자체가 운전자 중심의 편안함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거의 신경 쓸 게 없다는 얘기다. “일정한 거리를 주행하게 되면, 의무적으로 휴식시간을 갖는데다 주행 중 플래투닝 시스템은 외부적인 돌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고, 훨씬 더 편해지는 운전 환경이 구현될 것으로 생각된다.”

짧은 동승 취재에 사람의 신체적이고 정신적이 기능을 기계가 대신해 줄 것으로는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운전 환경이 훨씬 좋아지고 무인화된 ‘미래의 트럭’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과적과 난폭 운전, 연일 터지는 교통사고 등 우리나라 도로 환경 여건에 플래투닝 시스템이 과연 어울리는지도 생각해봤다.

현재로서는 ‘아니오’다. 플래투닝 개념과 자율주행 시스템이 트럭분야에 언젠가는 도입되겠지만, 제반 제도적인, 사회적인 인식과 현재의 도로운송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리고 기술적인 발전이 뒤쳐져 있는 현재의 상태에서는 요원하다는 생각이다.

▲  아직 트럭 플래투닝이 상용화되고 보편화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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