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 서울시 · 민간기업, 외국산 대형 버스 잇단 도입

▲ 수억 원 대의 유럽산 버스가 국내 시장 진출이 이루어지게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독일 하노버에 전시된 볼보버스)

경기도, 볼보버스 샤시의 2층 광역버스 9월부터 운행

서울시, MAN 저상버스 시험운행 후 도입 여부 결정

국내 딜러들, 수입·공급…버스 메이커들은 직·간접 참여

사후 서비스 받쳐주지 못하면 사업실패 가능성 높아

"수 억원대 유럽의 고급 대형버스가 국내시장에 진입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버스시장 진입을 위한 일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으며,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의 일부 상용차메이커들과 국내의 현지법인들이 국내 버스시장 조사 등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진출을 꾀하고 있는 업체들이 유럽의 상용차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적인 상용차메이커들이란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상용차매거진 2013. 12월호에서…>

<상용차매거진> 2013년 12월호에 실린‘유럽 상용차 메이커들 국내 고급버스시장 진출여부 적극 검토’라는 제하의 리드 내용이다. 이후 수입산 대형 트럭 못지않게 수입산 버스가 상용차업계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취재내용이 나간 지 2년이 지난 지금, 경기도 및 서울시 등 광역지자체와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중교통 및 관광용 수입산(주로 유럽산) 버스 도입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입산 버스 어디까지 왔나
일반적인 승객용 버스 개념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약하지만, 흔히 국내 진출한 수입 버스라고 하면 수입산으로 미니버스 혹은 대형 밴이라고 불리는 벤츠 ‘스프린터 (sprinter)’를 떠올리게 한다.

이 스프린터는 벤츠트럭 수입 및 판매업체인 다임러트럭코리아가 들여와 판매하는 독일산 미니버스로, 현재까지 유일한 외국산이다. 스프린터는 11~14인승까지 승차가 가능한 모델이다. 비슷한 개념의 스타크래프트밴과 익스플로러밴도 있지만 주로 연예인용이고, 이들 밴은 글로벌 판매량에 있어 베스트셀링 모델인 스프린터와 비교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상용차메이커인 스웨덴 볼보버스 브랜드의 2층 광역버스와 독일의 만(MAN) 저상버스의 국내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탑승인원 80명(일반 40~50인) 안팎으로 정시운행과 대중교통 개념을 갖고 있는 이들 수입산 버스는 출퇴근용과 장애인·노약자·어린이 등 교통약자용으로 정기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스프린터가 속한 미니버스 시장과는 확연히 다르고, 구별된다.

우선 9월부터 경기도 일부 지역에 투입돼 운행될 예정인 볼보버스 브랜드의 2층 버스는 25대 중 9대가 우선 도입된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최근 납품사업자로 부산의 운수업체인 ㈜태영모터스(대표이사 이치훈)를 최종 선정하고, 2층 버스 납품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태영모터스는 공동수급자인 볼보버스의 샤시를 바디빌더(외부 및 차량 실내 등을 꾸며주는 업체)에 공급하고, 이후 2층 버스가 만들어지면 국내에 들여오게 된다. 이렇게 들여온 2층 버스는 1단계 도입분 9대 중 3대는 남양주-서울 3개 노선에, 6대는 김포-서울 1개 노선에 투입된다.

경기도의 2층 버스 납품사업자로 비록 볼보버스가 직접 간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2층 버스의 핵심체라고 할수 있는 버스 샤시 제공과, 한국에서의 사후 서비스를 책임짐으로써 사실상 볼보버스 브랜드의 진출 효과를 누리게 됐다는 평가다.

경기도는 2층 버스 추가 도입분 16대에 대해서는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태영모터스가 유리한 납품사업자 위치에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때도 ㈜태영모터스는 볼보버스 샤시의 2층 버스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수입 버스시장 본격적으로 형성
경기도의 수입산 2층 광역버스 도입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 역시 국산 저상버스를 제쳐두고 수입산 브랜드인 독일의 만(MAN)사의 저상버스 20대 도입을 추진 중이다.

만의 저상버스는 디젤엔진의 경유차로‘라이온 시티(Lion's City)'로 알려졌다. 이 저상버스는 3도어로 장애인을 비롯한 노약자, 어린이 등 교통약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서울시와 만은 오는 11월 시험운행 일정으로 현재 국내 자동차안전기준을 충족하고, 환경기준에 맞춘 차량스펙을 논의 중이다. 특히 만 저상버스는 서울 시내 운행 조건 상 사용 연료를 경유에서 압축천연가스(CNG) 개조해 들여와야 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도입가격은 대당 3억 원 정도로, 국산 저상버스의 2억 원보다 50% 가량 높다.

일정대로라면 국내 수입 버스시장에 이미 진출한 벤츠의 스프린터 외에 볼보의 2층 광역버스, 만의 저상버스가 합류하게 된다.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들여올 수입 버스들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태영모터스는 일반 관광용으로 별도의 볼보버스 브랜드 6대를 수입, 5월부터 부산과 여수 일대에서 운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버스는 단층 버스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일부 시 단위의 지자체에서 이미 도입된 운행되는 버스도 있지만, 주로 소규모의 관광목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상용차시장에 최근 들어 부쩍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수입산 버스 차종들이 도입되면서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시장’, 수입 버스시장이 형성되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산 버스 일색의 국내 버스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한 정도다.

그렇지만 △ 수입 버스 종류와 대수가 늘고,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수입·공급하려는 수입업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 △ 상용차 선진국인 유럽에는 다양한 형태의 버스 모델들이 존재하고 있고, 국내 지자체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점 △ 수입 트럭시장에 비해 수입 버스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현재의 상황 등은 수입 버스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어떤 업체들, 어떤 형태로 들여오나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업체가, 어떤 형태로 외국산 버스를 들여오고 있는가. 경기도의 2층 광역버스 경쟁 입찰과정, 그리고 서울시와 만의 관계를 보면 어느 정도 파악되고 있다.

경기도가 2층 버스 납품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부산의 ㈜태영모터스와 볼보버스 간의 컨소시엄 외에 영맨오토모빌코리아, 아반트코리아, 독일의 한국법인인 만트럭버스코리아, 스페인 운비사와 아야츠, 한국의 NST네트웍스 등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벤츠도 참여했다는 전언이다.

운수업, 무역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태영모터스를 비롯하여 영맨오토모빌, 아반트코리아, NST네트웍스 등 국내 업체들은 해외 버스 샤시 브랜드로 2층 구조의 버스를 완성해 들여오는 일종의 수입 딜러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단독으로 움직이기보다는 ㈜태영모터스와 볼보버스컨소시엄의 경우처럼 협력관계로 참여하는 형태다.

유럽의 상용차 브랜드로 잘 알려진 볼보버스와 만트럭버스코리아(국내 법인) 역시,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뚜렷한 버스 영업 기반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에 독자성을 띄기 보다는 수입 딜러와의 협력 관계로 참여, 자사 혹은 그룹 내 버스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간접적으로 지원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미래의 버스사업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판단과 현재의 사업 여건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스페인 운비사와 협력해 경기도 2층 버스 납품사업자로 참여했다가 실패한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이번 서울시 저상버스 공급에 협력업체 없이 단독으로 추진하면서, 버스사업의 독자적인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만트럭버스코리아가 본격적으로 기존 트럭 사업 외에 버스사업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이미 한국 본사에 버스사업팀과 인력을 배치해 버스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저상버스 공급업체로 만트럭버스코리아로 최종 결정이 날지는 지켜봐야할 상황이다.

경기도의 2층 광역버스의 경우, 시험차량을 도입한 아반트코리아와 단독 수의계약을 맺을 것 같았으나 차량과 업체 선정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경쟁 입찰로 전환, 타사로 최종 결정된 사례 때문이다.

차량 수입 못지않은 사후 서비스
어쨌든 그동안‘시장’이라고 불리기에는 매우 미약했던 국내 상용차시장에서 수입 버스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사후 서비스와 서비스 품질에 대한 중요성과 우려 부분이다.

10년 전 서울시는 대중교통체계(BRT) 개편의 일환으로 유럽에서 천연가스 굴절버스 20대를 들여와 운행했다가 제대로 운행하지도 못한 채 중단한 바 있다. 정시운행을 생명으로 하는 대중교통 성격상 차량 고장 시 부품조달과 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후 서비스의 중요성을 간과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2층 광역버스 도입과 납품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서비스 부분을 가장 중시, 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 서비스가 충분히 보장되고 서비스를 전적으로 책임져줄 수 있는 버스 샤시 업체 혹은 샤시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심사·결정한 것이다.

2층 광역버스 도입을 추진한 경기도의 한 실무담당자는 “서울시의 굴절버스 실패 사례를 파악했고, 심사과정에서 서비스 보장이 제대로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서비스 현장을 몇차례 둘러보기도 했다”며, 심사과정에서 서비스 분야의 중요성을 밝혔다.

그는 또 버스의 원활한 운행을 위해 가까운 곳에서도 서비스센터가 존재하는지도 검토했다고 밝혀, 서비스 위치에도 신경을 썼음을 내비쳤다. 예를 들자면 경기도 운행버스가 부산지역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용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상버스 도입을 추진 중인 서울시의 경우 서비스 부분을 간과한다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을 매우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여타 민간업체들 역시 외국산 버스 도입과 동시에 서비스센터도 동시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입 트럭시장처럼 언젠가는 형성될 것이고 오래전부터 예견돼 온 수입 버스시장. 현재의 외국산 버스 도입은 수입 상용차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광역 지자체들이 대중교통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진행되는 상황이다.

향후에는 선진 상용차업체, 특히 유럽 상용차업체들이 VIP용의 특화된 고급 버스에도 진출할 가능성에 업계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유럽에는 볼보버스를 비롯해 스카니아, 벤츠, 만, 네오플란 등 세계적인 버스 브랜드들이 즐비하고 다양한 버스 차종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과 국내 업체들이 함께 움직이든, 아니면 각자 하든 국내 수입 버스시장은 또 하나의‘시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볼보버스 샤시로 제작된 외국의 2층 버스. 경기도는 2층 광역버스를 도입, 9월부터 운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구글서 캡쳐된 것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2층 버스는 사진과는 다름 
▲ MAN의 저상버스. 서울시는 오는 11월 외국산 저상버스를 도입, 시험운행 후 도입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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