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비 따라서 운송료도 줄어들까 화물차주들 우려

 
화물차주에게 유류비 증감은 사업을 영위하고 생계를 꾸려감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특히 운행을 함에 있어 45%에 육박하는 비용이 유류비로 소모된다니 그 액수를 쉬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물류 허브를 책임지는 화물차주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내세워 유류비 지원 및 감소를 꾸준히 요구해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답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6개월 사이 크게 하락한 유가에 화물차주들은 가뭄에 단비 만난 듯 반갑기만 하다.

 

유가 정보를 제공하는 오피넷(Opinet)이 공시한 바에 따르면, 2015년 2월 12일 기준 전국 평균 경유가가 1,260원 대에 다다랐다. 최근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주유소 경유 가격이 30주 연속 하락한 결과다.

특히 경기도 이천의 한 주유소의 경유가가 1,144원으로 전국 최저가를 기록했으며, 서울은 평균가 1,360원을 내걸어 차주들을 끌어들였다. 지난달에는 파주의 한 주유소에서 마의 1,100원 대의 벽을 허물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경유가가 한창 고공행진을 하여 최고가 1,800원 대를 찍고 이듬해 5월, 화물차주 수천 명이 경유가 인하를 외친 지 3년 만에 그토록 원하던 유류비 인하가 현실화 된 것이다. 정부의 의지가 아닌 국제 시세 하락으로…

 

■ 곤두박질치는 유가. 영향은?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에너지도 수요·공급에 의해 그 가격이 결정된다.

주요 석유 생산 기구인 석유수출국기구 (OPEC)가 생산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생산이 증대되면 늘어난 공급량에 의해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그 중심에는 미국과 이를 견제하는 많은 국가들이 늘린 원유의 생산량 증대가 있다. 수요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이 경기 침체에서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는 동안, 다른 많은 국가들이 이 흐름에 안착하지 못한 것도 작용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최근 들어 유가가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다양한 요인으로 현실화된 유가 하락이 자동차 구매 수요를 증가시킨 동시에 연이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유로6 제품 공개로 시장에 때 아닌 붐이 일고 있다. 기름값이 싸짐에 따라 유류비가 절대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용차 업계에 돈이 돌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연료별 판매 차종 및 관련 산업도 변화를 겪고 있다. 디젤 상용차의 소비심리는 자극되는 반면, 구조변경이 필요한 고연비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상대적으로 판매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하락하는 유가 추세에 추가비용을 투자하여 얻는 이점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는 자동차 회사로서도 유가 하락으로 인해 판매가 감소되는 차량이 존재해 판매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유가 하락으로 갑작스런 수요에 판매 물량을 당장 대폭 늘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소비 심리가 풀린다는 의미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입이나 영업용 화물차를 운행하는 화물차주의 경우는 유류비가 줄었지만, 지입료나 운송료 측면에서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판국이다. 문제는 현재의 경유가 인하로 인한 유류비 감소가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상황에, 기름 값은 쉽게 오르지만 한 번 줄어든 운송료는 다시 올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충남 당진에서 만난 한 화물 차주는 “유류비가 감소돼 한시름 놓나 싶더니, 물류 회사에서 운송료를 줄여달라고 압박해 결국 남는 게 없다”며“경유가가 다시 오를까 무섭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 유류세 인하가 산업 발전의 키워드
일각에서는 현재의 유가가 안정되면 관련 산업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면서도, 이마저도 세계 원유 하락 수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2월 10일 380원대의 원유 가격과 작년 8월 10일의 680원을 비교해봤을 때 6개월 사이 절반 가까이 폭락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국제유가가 폭등해 원유 가격이 리터당 960원을 넘어가던 2008년 중순과 비교해 봤을 땐 그 수준이 1/3로 더 떨어진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유 등 판매유가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자동차용 경유 판매액 하락폭은 20%에 미치지 못한 수치에 그친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기름값 하락을 막고 있는 장벽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유류세에 있다. 2014년 12월 정유사 자동차용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265.30원, 이 중 50.9%인 644.25원이 세금이다. 수입 원가가 포함된 세전 가격은 621.05원으로 판매가격의 49.1%에 지나지 않는다. 이 유류세 중 교통에너지환경세(375원), 교육세(56.25원), 주행세(97.50원)는 국제 유가의 변동과 상관없이 경유 1리터를 판매할 때마다 항상 따르는 세금이다.

리터당 600원대의 고정 유류세금은 국제 유가의 하락 국면에서 국내 기름값의 하락을 막고, 국제 유가 상승 국면에서는 폭등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석유류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하했지만, 정부가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강압하면서도 기름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하는 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 업계는 정부가 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면 먼저 세금을 내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외면하고 있다. 김문식 주유소협회회장은“기름값 인하폭이 국제유가 하락폭보다 적은 것은 휘발유 가격의 57%에 달하는 유류세 때문”이라며 “주유소 유통비는 소비자 가격의 7%에 불과해 유가 하락 폭만큼 가격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산업 전반이 요동치고 있는 기름값을 잡지 못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을 때의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거시적인 대응 방침을 세워야 할 때다. 최근 약간의 증가세를 보이는 경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여전히 요동치고 있다. 

저작권자 © 상용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