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분들, 편안하게 타고 계시죠?
타기도 쉽고 타서도 편안한 저상버스를 위해!
도심을 나가면 이제 저상버스를 흔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무릎관절이 쑤셔서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어르신들이나 장애우들, 임산부들에게는 정말 꼭 필요한 버스지요. 보통 버스에 탑승할 때 제일 먼저 닿는 면을 기준으로 한번을 밟고 올라서는 One-Step과 두 번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Two-Step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버스는 보통 후자에 속합니다. 이를 스텝을 없애고 한번에 편안하게 올라설 수 있게 만든 것이 Non-Step, 바로 저상버스이지요.
우리는 흔히 저상버스를 장애인을 위한 버스로 잘못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은 물론 노인, 어린아이, 임산부 등의 교통약자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이지요. 이러한 정부의 시책에 따라 저상버스가 늘어나고 일반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남산에서 임시 운행했었던 한국화이바의 프리머스를 한국표준형저상버스라고 부르듯이 이외에도 ‘한국형 저상’, ‘초저상’, ‘중저상’, ‘시내저상’ 등 저상이란 말이 통일화되지 않은 듯 합니다. 저상버스의 진짜 이름은 뭘까요?
2002년부터 대우버스에서 BS120CN을 현대차에서는 슈퍼에어로시티를 시판하면서 보급이 시작된 저상버스는 2004년부터 시내버스 용도로 보급이 확산되었습니다. 이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에 따라 2013년까지 저상버스를 14,500 대로 확산 보급하려는 계획 아래 ‘저상버스 표준모델’ 에 대한 연구개발이 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주관으로 시작되었으며, 여러 관계사가 참여하여 2008년 11월에 ‘저상버스 표준모델에 관한 기준’ 이 고시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표준형저상버스는 국토해양부가 버스제조업체와 함께 ‘저상버스 표준모델에 관한 기준’에 맞춰 제작된 차량을 의미하지 저상버스의 대표적인 이름은 아닙니다. 저상버스의 특징은 승객이 버스에 탑승할 때 처음 발을 올려 놓는 공간 즉, 저상면이 승차하는 앞문에서부터 맨 뒤쪽까지 평평하게 이어져 있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표준형저상버스는 초저상 버스와 그 특징이 같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초저상 버스로는 대우버스의 BS110과 120CN이 있고 현대자동차의 저상 슈퍼에어로시티, 뉴슈퍼에어로시티, 한국화이바의 프리머스가 있습니다. 저상표준기준은 차량실내면적 비율 35% 이상이고 전/후륜 저상차축(액슬)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차종의 Non-Step 저상버스 개발도 필요하다!
국내에서 운행하는 저상버스의 대부분이 11m~12m의 전장으로 기존 시내버스 보다 좀 더 긴 편입니다. 차로가 많은 대로에서의 주행은 큰 문제가 없지만 골목길이나 편도 2차로의 도로에서 회전을 할 때에는 차량 길이로 인해 불편을 겪기도 합니다. 이는 도로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길이의 저상버스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일본의 경우 6.3m급과 7m급의 논스텝 저상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군 단위나 도시의 마을버스 및 중형버스에서는 9m급 차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만 11m급 저상버스의 운행은 솔직히 불가능해 보입니다. 한국표준형저상버스의 개발로 차량 가격 및 유지보수비의 절감을 꾀할 수는 있겠지만 다양한 크기의 차종이 생산되지 못하는 것은 앞으로 고려해봐야 할 사항 같습니다.
저상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진정한 교통약자들이 편안하게 애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저상버스와 일반버스의 구분이 어렵습니다. 일반인과 달리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들은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지 않겠습니까? 저상버스의 컬러를 다르게 하고 이에 대한 홍보도 역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저상버스와 도로 사이의 높낮이나 간격이 맞질 않습니다. 정류장 높이와 저상버스의 높이를 같게 만들어 논스텝으로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저상버스의 2-Door가 외려 버스 안을 혼잡하게 합니다. 휠체어나 유모차 등을 고려해서 만든 저상버스인 관계로 일반인까지 무척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통로가 비좁아서 혼잡할 경우 정말 혼이 다 빠질 정도입니다. 유럽의 경우처럼 3-Door 형태로 만들기를 제안합니다. 전문, 중문, 후문으로 만든다면 일반인은 물론 교통약자들의 움직임이 훨씬 더 자유로울 것입니다. 아, 맞다. 3-Door를 도입하려고 했는데 포기했던 이유가 바로 요금 승차문제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옛날과는 달리 시민의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 또한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저상버스의 좌석이 너무 딱딱하더군요. 10분만 앉아서 가면 엉덩이가 얼얼할 정도입니다. 좌석을 좀 더 푹신한 것으로 교체해 주시면 어떨까요? 타기에는 편안하지만 앉아서 가기에는 불편하다면?
마지막으로 저상버스가 안전한 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CNG 버스가 폭발하고 타이어가 터져 상해를 입는 사건이 생겨 시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저상버스는 일반버스와는 달리 측면이 상당히 오픈 돼 있고 넓어진 공간으로 인해 기존 버스와는 많은 탑승객들이 탈 수 있기 때문에 충돌 시 안전성 테스트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해 주길 바랍니다.
2004년부터 정부와 지자체에서 저상버스의 도입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6년이 지난 현재 저상버스 운행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12년까지, 정부에서는 2013년까지 전국적으로 전체 시내버스의 50%를 저상버스로 교체한다는 계획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세계 각국의 저상버스 운행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우리의 경우와 비교해 정말 타기도 쉽고 타서도 행복한 저상버스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