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분들, 편안하게 타고 계시죠?

지난 2003년 9월에 서울시가 최초로 저상버스를 도입한 이래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도입 당시만해도 상투 튼 나라에 온 외국인을 보는 듯한 모양이었지만 이제는 심심치 않게 운행하는 것을 보니 많이 정착된 듯 하군요. 여기에 전기버스까지 운행할 예정이라니 정말 기술의 발전은 대단하군요. 하지만 10년이 다 돼가지만 저상버스의 편의성이나 안전성 측면에서는 발전이 더딘 것 같습니다. 교통약자를 위해 태어난 저상버스이지만 일반인도 불편한 버스가 돼버렸으니 말입니다.

타기도 쉽고 타서도 편안한 저상버스를 위해!

▲ 대우 BS120CN 저상버스

도심을 나가면 이제 저상버스를 흔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무릎관절이 쑤셔서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어르신들이나 장애우들, 임산부들에게는 정말 꼭 필요한 버스지요. 보통 버스에 탑승할 때 제일 먼저 닿는 면을 기준으로 한번을 밟고 올라서는 One-Step과 두 번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Two-Step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버스는 보통 후자에 속합니다. 이를 스텝을 없애고 한번에 편안하게 올라설 수 있게 만든 것이 Non-Step, 바로 저상버스이지요.

▲현대 뉴슈퍼에어로시티 저상버스

우리는 흔히 저상버스를 장애인을 위한 버스로 잘못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상버스는 장애인은 물론 노인, 어린아이, 임산부 등의 교통약자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이지요. 이러한 정부의 시책에 따라 저상버스가 늘어나고 일반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남산에서 임시 운행했었던 한국화이바의 프리머스를 한국표준형저상버스라고 부르듯이 이외에도 ‘한국형 저상’, ‘초저상’, ‘중저상’, ‘시내저상’ 등 저상이란 말이 통일화되지 않은 듯 합니다. 저상버스의 진짜 이름은 뭘까요?

▲한국표준형저상버스 한국화이바의 프리머스

▲ 프리머스 내부 모습

2002년부터 대우버스에서 BS120CN을 현대차에서는 슈퍼에어로시티를 시판하면서 보급이 시작된 저상버스는 2004년부터 시내버스 용도로 보급이 확산되었습니다. 이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에 따라 2013년까지 저상버스를 14,500 대로 확산 보급하려는 계획 아래 ‘저상버스 표준모델’ 에 대한 연구개발이 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주관으로 시작되었으며, 여러 관계사가 참여하여 2008년 11월에 ‘저상버스 표준모델에 관한 기준’ 이 고시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표준형저상버스는 국토해양부가 버스제조업체와 함께 ‘저상버스 표준모델에 관한 기준’에 맞춰 제작된 차량을 의미하지 저상버스의 대표적인 이름은 아닙니다. 저상버스의 특징은 승객이 버스에 탑승할 때 처음 발을 올려 놓는 공간 즉, 저상면이 승차하는 앞문에서부터 맨 뒤쪽까지 평평하게 이어져 있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표준형저상버스는 초저상 버스와 그 특징이 같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초저상 버스로는 대우버스의 BS110과 120CN이 있고 현대자동차의 저상 슈퍼에어로시티, 뉴슈퍼에어로시티, 한국화이바의 프리머스가 있습니다. 저상표준기준은 차량실내면적 비율 35% 이상이고 전/후륜 저상차축(액슬)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차종의 Non-Step 저상버스 개발도 필요하다!

▲대우 BC211M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모습
국내에서 운행하는 저상버스의 대부분이 11m~12m의 전장으로 기존 시내버스 보다 좀 더 긴 편입니다. 차로가 많은 대로에서의 주행은 큰 문제가 없지만 골목길이나 편도 2차로의 도로에서 회전을 할 때에는 차량 길이로 인해 불편을 겪기도 합니다. 이는 도로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길이의 저상버스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일본의 경우 6.3m급과 7m급의 논스텝 저상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군 단위나 도시의 마을버스 및 중형버스에서는 9m급 차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만 11m급 저상버스의 운행은 솔직히 불가능해 보입니다. 한국표준형저상버스의 개발로 차량 가격 및 유지보수비의 절감을 꾀할 수는 있겠지만 다양한 크기의 차종이 생산되지 못하는 것은 앞으로 고려해봐야 할 사항 같습니다.

저상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진정한 교통약자들이 편안하게 애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저상버스와 일반버스의 구분이 어렵습니다. 일반인과 달리 거동이 불편한 교통약자들은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지 않겠습니까? 저상버스의 컬러를 다르게 하고 이에 대한 홍보도 역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저상버스와 도로 사이의 높낮이나 간격이 맞질 않습니다. 정류장 높이와 저상버스의 높이를 같게 만들어 논스텝으로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저상버스의 2-Door가 외려 버스 안을 혼잡하게 합니다. 휠체어나 유모차 등을 고려해서 만든 저상버스인 관계로 일반인까지 무척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통로가 비좁아서 혼잡할 경우 정말 혼이 다 빠질 정도입니다. 유럽의 경우처럼 3-Door 형태로 만들기를 제안합니다. 전문, 중문, 후문으로 만든다면 일반인은 물론 교통약자들의 움직임이 훨씬 더 자유로울 것입니다. 아, 맞다. 3-Door를 도입하려고 했는데 포기했던 이유가 바로 요금 승차문제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옛날과는 달리 시민의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 또한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저상버스의 좌석이 너무 딱딱하더군요. 10분만 앉아서 가면 엉덩이가 얼얼할 정도입니다. 좌석을 좀 더 푹신한 것으로 교체해 주시면 어떨까요? 타기에는 편안하지만 앉아서 가기에는 불편하다면?
마지막으로 저상버스가 안전한 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CNG 버스가 폭발하고 타이어가 터져 상해를 입는 사건이 생겨 시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저상버스는 일반버스와는 달리 측면이 상당히 오픈 돼 있고 넓어진 공간으로 인해 기존 버스와는 많은 탑승객들이 탈 수 있기 때문에 충돌 시 안전성 테스트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해 주길 바랍니다.

2004년부터 정부와 지자체에서 저상버스의 도입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6년이 지난 현재 저상버스 운행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12년까지, 정부에서는 2013년까지 전국적으로 전체 시내버스의 50%를 저상버스로 교체한다는 계획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세계 각국의 저상버스 운행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우리의 경우와 비교해 정말 타기도 쉽고 타서도 행복한 저상버스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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