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Ⅲ 단종 후 미니밴-SUV시장 급상승
브릴리앙스오토, 9월 진베이 승합차 런칭

▲ 80년 대 국내 자동차업계에 신화를 만들어냈던 봉고트럭과 승합차

2005년 5월 30일.
국내 승합차 시장에서 기아차의 신화적인 존재였던 봉고승합차가 단종된 날이다. 무려 24년 동안 양산하면서 기아차의 효자 노릇은 물론 국내 승합차의 대명사로 영화를 누렸던 봉고Ⅲ의 단종으로 15인 승합차 시장은 국내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 그리고 현대차의 스타렉스만이 12인 승합차 시장을 지키게 됐다. 그러나 경제불황으로 인해 자영업 및 개인사업, 학원의 증가로 인한 승합차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15인승 승합차에 대한 수요는 늘어만 가고 있는데…그래서인지 오는 9월말 중국산 15인승 승합차를 국내에 출시하기로 한 브릴리앙스오토의 승합차에 쏠린 소비자들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봉고, 왜 단종됐을까?

▲ 현재 우리나라에 두 2대 밖에 없는 봉고9 모습

기아차는 지난 1970년대 타이탄 및 복사에 이어 승용차 브리사를 개발함으로써 경쟁사에 앞서 종합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였으나, 1980년대 초기까지도 생산기술에 비해 제품 설계기술은 아직 낙후된 실정이었다. 1톤 급 차종을 보유하지 못한 당시의 기아로서는 1톤 급 개발이 필수 과제였다. 그래서 마쓰다(당시는 동양공업)와의 기술 제휴로 1톤 봉고 트럭을 1980년에 개발하였고 이듬해 1981년 8월 봉고 신화의 주역인 봉고코치(Bongo Coach) 12인승을 개발, 대성공을 거둠으로써 재도약의 발판을 구축하였다.

1979년 말 기아차는 제 2차 오일쇼크로 빚어진 세계적인 불황과 10·26 사태가 몰고 온 국내 경제의 침체, 게다가 정부의 자동차공업 합리화 조치(2·28 조치)로 인하여 침몰 직전의 위기를 맞고 있었지만 시장에 출하된 봉고 만큼은 소비자들로부터 크게 인기를 끌었다. 1980년 9월에 양산을 시작한 이 차종은 다음 해인 1981년에는 무려 1만 3,054대의 판매 실적을 올려 상용차 시장을 단숨에 석권하였다. 당시 1톤 급 상용차 시장은 현대차 포터가 석권하고 있었는데 1981년도에는 기아차의 봉고가 이를 3배나 앞지르게 되었다.

▲ 1981년도 봉고 코치 모습

이에 당시 엔지니어 출신인 김선홍 사장을 비롯한 기아의 기술진은 봉고 트럭의 다목적 코치화를 서두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봉고 트럭의 Cabin을 연장, 용도에 따라 승객과 화물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는 미니버스, 즉 다목적 승합차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 봉고 코치는 개발 첫해인 1981년 (8월부터 양산)에는 판매실적이 1천 여대에 불과하였으나, 다음 해인 1982년에는 전사적인 봉고 확판 운동이 전개되면서 판매량이 1만 3천 여대를 돌파, 10배 이상의 신장률을 보여 주었다.

▲ 1981년도 봉고코치 생산라인

그 후 봉고 코치는 계속 놀라운 판매실적을 기록, 500억 원의 누적적자를 2년 만에 흑자로 역전시킨 봉고신화를 창출하였다. 또한 봉고 코치의 개발을 계기로 기아는 제품 설계기술이 급신장하여 상용차의 첫 고유 모델은 세레스(Ceres)를 자체 개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낳게 하였다.
1980년대 초기만 해도 승용차는 인원 수송만을 담당하며 화물차는 화물 수송만을 담당한다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10명 안팎의 소수 인원을 수송하려면 적당한 차종이 없어, 승용차 2, 3대를 동시에 사용하던가, 화물차의 적재함을 이용하는 도리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전자는 너무 비경제적이고, 후자는 너무 위험스러운 일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기된 것이 소형 승합차의 개발이었다.

현대차가 먼저 소형승합차인 포터를 개발하였으나 성능 및 품질 수준이 낮아 소비자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반응 또한 미비한 실정이었다.
경제발전으로 인하여 소비자의 소득 수준이 점차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요구 수준도 고급화, 다양화 되어 갔던 것이다.

미니 밴, SUV 유행, 자연스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지난 1981년 8월 기아차 소하리 공장에서 첫 선을 보였던 봉고승합차는 1986년 베스타, 95년 프레지오, 봉고Ⅲ로 이어지면서 약 210만대를 생산해‘봉고 신화’를 만들어냈다. 출시 당시 승합차 하면 ‘봉고’를 떠올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카로 부상했다.
봉고는 1981년 생산한 첫 해 1,077대가 판매됐고, 이듬해 82년에는 13,091대로 폭발적인 수요증가를 보이며 1987년까지 내수기준 총 86,585대가 판매되었다.

봉고의 뒤를 이은 베스타는 1986년 17,771대 판매를 시작으로 1996년까지 총 392,354대가 판매되었고, 프레지오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39,962대가 판매되었다. 또한 봉고Ⅲ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총 17,984대가 판매되었다. 이후 스포츠유틸리티(SUV)와 미니 밴 등의 인기로 승합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카니발 후속 차량(프로젝트 명 VQ)의 11인승 모델과 시장이 겹친다고 판단, 2005년 6월 24년 간의 영화를 뒤로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여기에 2003년 쌍용차의 이스타나와 현대차의 그레이스 마저 단종되면서 원박스 미니버스 개념의 승합차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자영업 및 학원 대폭 증가 따른 15인승 이상 원박스카 수요 절실
이처럼 박스형 미니버스가 사라지게 된 것은 11인승 이상 미니 밴의 경우 승용차에 비해 자동차세가 저렴한 데다 출퇴근과 나들이용으로 활용도도 높아 미니버스 수요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니버스 승합차의 단종 이후 5년이 지난 후 시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예전처럼 가족 나들이용, 출퇴근용의 활용도는 그대로지만 여기에 경제 불황으로 인해 대거 늘어난 자영업자들과 사교육의 열풍으로 인한 학원의 증가로 인한 차량의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수요는 많지만 스타렉스 하나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소비자들의 아쉬움과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중고차 시장을 중심으로 승합차가 거래되고 가격 또한 적지 않은 수준에 거래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래저래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형태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공급은 한정돼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오는 9월 런칭을 앞두고 있는 진베이 승합차를 수입하는 브릴리앙스오토의 15인 승합차에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 신록을 주행하고 있는 봉고 모습

“지금 타고 다니는 봉고도 폐차가 다돼서  승합차를 알아보고 있는데 중고차밖에 없고 스타렉스는 가격이 비싸니 저희같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정말 힘이 쫙 빠질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솔직히 중국차가 위험하다느니 뭐니 해도 중국에서 15인승 승합차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한다면 꼭 구매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소비자의 트렌드가 바뀌어서 봉고를 단종했으면 반대로 이제 소비자가 원하면 다시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산에서 출장 인테리어업을 하는 양병수사장은 중국산 승합차가 하루 빨리 들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인 가격이라면 분명히 중국산 승합차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일본에서는 지금도 원박스카를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왜 단종시킨 후 밴 차량만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싣고 다니는 짐이 많아서 다목적으로 활용하기에는 봉고가 그만이었거든요. 다양한 스타일의 원박스카를 다시 부활해서 생산해줬으면 합니다.”
서울 아현동에서 우레탄시공을 하기 때문에 각종 장비며 페인트를 싣고 다니는 박현우사장은 레저활동을 위한 다목적 밴에만 치중하지 말고 생산적인 활동에 뛰어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실용적인 원박스카를 다시 생산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브릴리앙스오토, 9월말 런칭 이후 승합차 본격 출시

▲ 중국 진베이의 승합차인 하이스 5세대 모델 사진

지난 4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국내 시장에 맞는 서비스와 품질을 위해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브릴리앙스오토가 오는 9월말 국내 시장에 승합차를 판매하는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국내에서는 이미 신차는 단종된 상황에서 기존 승합차들이 점점 노후화 되어 폐차직전까지 도달해 있는 상황을 예측하고 중국에서는 대명사로 불리는 진베이 승합차를 수입하기로 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2011년초부터 15인승 이상 중형급 승합차 본격 출시 예정, H2L의 전면 모습

브릴리앙스오토 김형수사장은“단순히 진베이의 승합차를 가져다 판매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차량을 만들어 런칭 하는 것과 다름없는 AS망과 제품의 품질까지 확실하게 책임을 지겠습니다. 국내에서 15인승 승합차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3,000만원 가까이 들겠지만 우리는 2,00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공급 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중국 본사에서 손쉽게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에서 나아가 국내 1~3급 정비소라면 어디서든 쉽게 고칠 수 있고 AS 또한 쉽게 맡길 수 있도록 서비스망을 전국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입니다.”

▲ 2011년초부터 15인승 이상 중형급 승합차 본격 출시 예정, H2L의 후면 모습

브릴리앙스오토는 국내 승합차시장의 틈새를 정확히 간파하고 현대/기아차의 독점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도전을 위해서는 경쟁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스타렉스 하나만 생산하고 있고 다목적 밴 차량의 개발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국내 현대/기아차에 나름대로의 볼멘 목소리를 갖고 있는 상황. 브릴리앙스오토의 말대로 가격은 물론 품질 면에서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다면 국내 승합차시장의 판도는 예상과 달리 빠르게 변할 지도 모르겠다.

▲ 브릴리앙스가 내년 초에 공개할 예정인 H2L 전면 모습

시대의 흐름과 유행이 꼭 소비자의 마인드와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 경기불황으로 인해 먹고 살기 힘들어 하는 자영업자는 늘어나고 퇴직하는 직장인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도 레저 및 여행은 꾸준히 늘어가는 현상이 이를 말해준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만 안주하지 말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간파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기아차에 베이스모델을 제공했던 일본의 마쓰다는 지금도 원박스카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재/여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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