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서 미리 체험한 볼보 대형 전기트럭
익숙한 외관, 경험 못한 시승에 감탄 자아내
490kW 대용량 모터 불구 소음·진동 못 느껴
회생제동·액티브그립컨트롤로 안정성도 확보

스웨덴 예테보리(Göteborg) 곳곳에는 볼보가 숨 쉬고 있었다. 볼보 엠블렘을 내건 코치를 타고, 도심 속 전기 볼보 굴절버스를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볼보트럭의 대형 전기트럭을 시승해볼 수 있는 볼보트럭 시승센터(VTEX, Volvo Trucks Experience Center)에 도착했다. 전기트럭 타기 딱 좋은 날이었다.

시승에 동원된 볼보 중대형 전기트럭 7대가 도열해있다.
시승에 동원된 볼보 중대형 전기트럭 7대가 도열해있다.

‘미래를 앞당긴 현재의 가장 가치 있는 트럭’

내년 국내 출시 예정인 볼보트럭의 대형 전기트럭을 국내 미디어 최초로 직접 시승해 본 기자의 소감이다.

내년 국내 출시될 예정인 '볼보 FH 일렉트릭'과 '볼보 FM 일렉트릭' 모습
내년 국내 출시될 예정인 '볼보 FH 일렉트릭'과 '볼보 FM 일렉트릭' 모습

전기트럭 시대, 전혀 새로운 트럭 시승하다
VTEX에 도착해 기본적인 코스 안내를 교육받고 광장으로 나가니 볼보트럭의 중대형 전기트럭 7대가 도열해 있었다. 이 중 내년 국내에 출시될 예정인 트럭은 대형급인 ‘FH 일렉트릭’과 ‘FM 일렉트릭’이다. 주행 편의를 위하여 모두 4×2 트랙터 모델로 준비됐다. 실제 주행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서 트랙터와 트레일러의 총중량은 44톤으로 동일했다.

 

먼저 기자는 FH 일렉트릭 글로브트로터 모델을 첫 시승트럭으로 선택했다. 외관만 놓고 보면 색상만 볼보 대형 전기트럭을 상징하는 진녹색이 눈에 띌 뿐, 매우 익숙했다. 시승을 위해 차량 문을 열었다. 육중한 문이 가볍게 열렸다. 문 안쪽 정면 시야엔 운전자 안전을 위한 후방 안내등이 자리했다. 꽤나 높이가 있는 3개의 발 받침대를 밟고 오르니 안락한 트럭 시트에 앉을 수 있었다. 속이 뻥 뚫리는 시야가 눈에 펼쳐졌다. 정말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시승을 도울 트레이너는 먼 곳을 바라보던 기자를 향해 음주측정기를 입 쪽으로 갖다 댔다. 측정기에 들숨을 가득 내뱉으니 ‘삐~’ 소리가 났고, 어느새 오른 손등에 ‘OK’ 도장이 찍혔다. 안전에 대한 볼보트럭의 의지를 확인하고 나니 습관처럼 볼보가 최초로 개발한 3점식 안전벨트에 손이 갔다.

전기트럭 전용 계기판 등 직관성 향상돼
뻥 뚫린 시야 아래를 내려다보니 시승의 편의를 위해 꼿꼿이 세워진 운전대가 계기판을 가리고 있었다.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운전대를 품에 맞게 조정하니 그제야 FH 일렉트릭의 커다란 전기트럭용 신규 계기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계기판은 명료하면서 직관적이었다. 퍼센트(%)로 표시된 현재 배터리 용량과 주행 가능거리가 기본적으로 표시돼 있었다. 트립컴퓨터 상 전비도 킬로와트시(kWh)로 바로 확인이 가능했다. 시승에 사용되는 트럭이라 전비를 고려하지 않고 주행되고 있어, 낮은 전비가 눈에 띈다.

계기판을 살펴 보다 그제야 출발 의지가 생겼는지 시동을 걸기 위해 자연스레 손을 자동차 키에 가져다 댔다. 트레이너는 이내 제지했고, 계기판을 가리켰다. 녹색의 트럭용 주행가능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진동과 소음이 없어 시동이 걸려 있는지 몰랐던 기자였다.

또 다시 트레이너가 바빠졌다. 기자가 오른팔 거치 부분에 있어야 할 변속기 레버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트레이너는 다시 손가락으로 대시보드에 위치해 있는 A 표시를 가리켰다. 변속기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부드러운 출발에 강력한 가속 발휘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해제한 뒤, 주행 가능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았다. 발끝에 전해지는 페달의 힘과 저속에서의 부드러운 주행감은 꽤나 어색했다. 소음과 진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수많은 트럭을 몰아봤지만, 지금 당장 운행이 가능한 트럭 중 이렇게 주행 스트레스가 없는 트럭이 또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는 끝내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트랙터 뒤에 매달린 트레일러를 고려해 넓게 반경을 잡아 코너를 돈 뒤 시승 코스에 진입하자마자 오르막길을 마주했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490kW의 모터 파워, 마력으로 환산하면 670마력의 모터는 총중량 44톤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전기차 특유의 순간적인 토크를 발휘했다.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이내 풀렸다.

회생제동 시스템의 엔진 브레이크 대체
오르막길을 오르기 위한 가속보다 중요한 것은 내리막길을 안전하게 내려가기 위한 브레이크다. 볼보트럭은 과거부터 자사 트럭 제품에 리타더 브레이크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레이크 시스템과 엔진 브레이크만으로 트럭의 제동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엔진이 빠진 전기트럭에서는 어떻게 충분한 제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해답은 전기트럭의 회생제동 시스템이었다.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가속 페달에서 서서히 발을 떼니,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웅~’ 하는 소리와 함께 제동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계기판 실시간 전비가 늘었다. 조금이나마 배터리가 충전되고 있다는 의미란다.

‘액티브 그립 컨트롤’로 안정성 끌어올려
평지에 다다랐다. 왕복으로 이루어진 직선 코스가 길게 뻗어 있었다. 44톤의 육중한 트럭이 넉넉함 힘을 받아 지면을 밟고 힘차게 나아갔다. 시승을 여러 회차 진행할수록 문득 대형 전기트럭의 제동 능력이 궁금해졌다.

시승 코스의 최대 제한속도인 50km/h에서 급제동을 시연하고 싶다고 트레이너에게 양해를 구했다. 한 차례 거절당한 후 조금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트레이너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안전벨트를 맨 트레이너와 함께 사이드미러를 체크해 뒤편에 차량이 없음을 확인한 뒤,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다. ‘삐빅’ 소리와 함께 트럭은 완전히 섰고, 트레이너는 단말마 비명을 냈다. “오케이~”

사실 볼보트럭이 개발한 눈길이나 빗길,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지거나 위급한 주행 환경에서 차체를 제어해주는 기능인 ‘액티브 그립 컨트롤(Active Grip Control)’을 시연해보고 싶었지만, 주행 환경이 너무 쾌적해 경험하지 못했다. 해당 기능은 기존 내연기관 트럭의 ‘차체자세제어장치(ESP, Electronic Stability Program)’을 대체해주는 기능이다.

‘안전’과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운 볼보트럭. 그리고 글로벌 상용차 업계 최초의 대형 전기트럭 시승.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내년 국내 출시가 미정인 중형 전기트럭 ‘FE 일렉트릭’과 ‘FL 일렉트릭’을 포함한 전기트럭 7대를 무한 반복해 운전하면서도 매번 감탄을 자아낸 황홀한 시승이었다.

디젤 종말론에 회의적인 기자였지만, 전기트럭을 타보니 이제는 ‘상용차의 미래는 전동화’라는 명제가 의심에서 확신으로 다가왔다. 볼보트럭코리아의 내년 전기트럭 출시 계획을 조금 더 응원할 수 있게 됐다.

시승 구간 모습
시승 구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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