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볼보트럭의 고향, 예테보리를 가다
1997년부터 이어져온 볼보의 미래 대체 연료 찾기 여정
전기 낙점…IAA 2022서 중대형 전기트럭 풀라인업 공개
본사 긴밀 협력에 폭 2.5m 대형 전기트럭 내년 국내 출시

예테보리(Göteborg). 스웨덴 서부에 위치한 항만 도시로 영어로는 고텐버그(Gothenburg)로도 불린다. 기자를 볼보트럭의 고향인 예테보리로 초청한 볼보트럭코리아는 항만 도시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이곳 입성 루트로 비행기가 아닌 여객선을 택했다. 도착하니 끝없이 하차하는 대형트럭과 푸른 하늘의 조합은 이질감까지 느껴졌다.

환경 선진국서 볼보트럭의 진수를 맛보다
예테보리는 광역권을 포함해 10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인구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동차, 정유 등 중화학공업이 들어선 스칸디나비아반도 최대의 산업도시다. 이에 따라 산업화의 고도 성장기였던 1960년대에 예테보리는 대기오염의 도시로 악명이 높았단다. 하지만 석유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에너지 정책과 볼보를 필두로 한 대체연료 차량의 개발로 현재는 환경 선진국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우리나라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수도권 진입금지와 같은 환경 정책이 예테보리선 애초에 1996년부터 시행됐을 정도다. 정책 시행 이후 12년 이상 된 트럭과 버스는 시내 중심부에 진입할 수 없었으며, 8년 이상 운행된 트럭에는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 정책까지 적용됐다.

이러한 정책의 배경에는 예테보리를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상용차가 운행되고 있는 도시’로 만든 볼보트럭이 있었다. 환경에 대한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볼보트럭은 탄소 저감을 위한 최적의 친환경 연료를 찾기 위하여 1997년부터 고민을 거듭했다.

전기트럭으로 이어지는 볼보트럭의 진화
디젤을 대체하기 위하여 볼보트럭은 2007년 바이오디젤과 전기, 수소 등 총 7가지 대체 연료 기반 파워트레인을 완성했다. 디젤을 대체할 미래 연료가 무엇이 될 지는 글로벌 상용차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이윽고 볼보트럭은 2016년부터 전기를 미래 상용차 연료로 낙점하고 방향성을 잡기에 이른다. 철두철미한 준비성 덕분일까. 배기가스 배출량이 승용차 대비 70배 이상에 육박하는 대형 상용차의 전동화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2016년 버스를 곧바로 공개했다. 이어 2019년에는 5톤급 중형 전기트럭을, 2021년에는 북미 전용 대형 전기트럭을 속속 내놓았다.

그리고 대망의 2022년 9월 20일. 볼보트럭은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IAA 2022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대형 전기트럭의 양산 체제를 발표했다. 바로 박강석 볼보트럭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국내 출시를 선언한 바로 그 트럭이다.

전기트럭 국내 출시 뒷사정? 5cm의 한계
환경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대형트럭의 전동화는 시대의 과제라고 강조하며 볼보 전기트럭의 국내 출시를 선언한 볼보트럭코리아는 내년께 대형 전기트럭 고객 인도를 목표로 스웨덴 볼보트럭 본사와 긴밀한 협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볼보트럭은 25톤급 대형 전기트럭 설계 초기서부터 한국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 위하여 폭이 2.5m인 트럭을 따로 만들기로 결정했었다는 후문이다. 상용차 폭 규제가 미국과 유럽 등은 2.55m로 여유가 있는데, 한국은 2.5m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규제는 유럽산 대부분의 전기버스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볼보트럭 2층 전기버스는 폭 2.5m를 맞추기 위해 볼보의 섀시와 엔진만 가지고 구조변경 되어 국내에 들어온다. 현대자동차 엑시언트도 수출용은 폭 2.55m, 국내용은 2.5m로 제작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볼보 중형 전기트럭도 마찬가지다. 이미 폭 2.55m 기준으로 개발이 완료돼 판매되고 있어 국내 출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추가 개발 시 자동차 설계 단계에서 상당한 개발 자금이 추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내년 대형 전기트럭만 출시되는 이유다.

이에 박강석 대표이사는 기자에게 “정부 부처와 긴밀한 논의를 수차례 진행해왔지만,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국내 상용차 업계를 발전시키고, 대기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 업계의 목소리를 한 데 모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 상용차 시장의 선봉에 선 볼보트럭. 험난한 개발 여정과 도입 배경을 들은 기자는 내년 국내에 출시되는 대형 전기트럭이 더욱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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