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상용차 브랜드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중대형 트럭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나. ▲ 수소전기트럭(이하 수소트럭)을 핵심 차종으로 국내 및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현대차의 초기 성적 ▲ ‘중대형 전기트럭’을 뺀 친환경 트럭의 미래전략.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로선 긍정적이지 못하다. 국내외 시장을 겨냥한 현대 수소트럭의 공급 부진 및 차질 그리고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들의 전기 및 수소트럭 동시 개발전략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수소트럭이 선박을 이용해 스위스에 수출되고 있다. 
현대 수소트럭이 선박을 이용해 스위스에 수출되고 있다. 

글로벌 상용차 업계 이목 집중시킨 ‘현대 수소트럭’ 
“2025년까지 스위스에 수소트럭 1,600대 수출” “세계 최초 수소트럭 양산화 성공” “수소트럭 유럽, 미국 등에 2030년까지 6만 4,000대 수출” “현대차, 글로벌 수소트럭 생태계 조성”. 여기에 정부까지 나서 “2030년까지  수소트럭 1만 대 국내 보급” “화물차 전용 수소충전소 매년 2곳씩 구축” “수소 연료보조금 제도 시행” 등을 약속했다. 

불과 2~3년 전, 현대 수소트럭은 글로벌 상용차 시장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발표를 통해 알려졌듯, 현대차는 유럽에 2025년까지 1,600대의 엑시언트 수소트럭을 출고하고 2030년까지 2만 5,000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년 내 수소트럭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 액슬(E-axle), 연료전지시스템 2개를 탑재한 풀 모델 체인지(FMC)를 목표로 했다. FMC 모델은 구동축 기준 4×2 및 6×2 카고트럭, 4×2 트랙터로 확장돼 유럽 주요 대형트럭 시장을 겨냥하고, 완충 시 최대 1,0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총중량 46톤 트랙터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같은 현대차의 수소트럭 유럽 진출 로드맵은, 지난 2018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국제상용차박람회(IAA 2018)’에서 스위스의 수소 솔루션 기업인 H2에너지와 대형트럭 ‘엑시언트’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장착한 트럭을 공급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보다 구체화됐다.

당시 현대차와 H2에너지는 수소트럭 스위스 현지 공급사로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설립하고,  2025년까지 수소트럭 1,600대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를 위해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는 21개의 에너지 기업과 연합해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를 설립하고, 스위스에 수소충전소를 2025년까지 80여 곳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현대 수소트럭 해외 전략은 스위스에 그치지 않았다. 현대차는 수소트럭 리딩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한층 더 확고히 한다는 구상으로 수소트럭 공급 지역을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면서 2030년까지 2만 5,000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북미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볼보트럭의 대형 전기트럭과 수소트럭.
볼보트럭의 대형 전기트럭과 수소트럭.

세계 최초 수소트럭 수출 그리고 부진과 차질
지난 2020년 7월 6일 전남 광양항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한 현대 ‘엑시언트 수소트럭’ 10대가 선적되고 스위스로 향했다. 스위스가 비록 유럽연합(EU) 국가는 아니지만, 현대차가 그토록 갈망하던 ‘대형트럭 유럽 진출의 꿈’을 스위스에서 이뤄낸 쾌거였다. 

그동안 현대차는 트럭에 있어 유럽 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우리나라 디젤트럭 배기가스 기준(유로X)이 유럽 기준이고, 디젤트럭을 유럽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배기가스 기준이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기준치를 충족해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새로운 배기가스 기준 도입 시점은 유럽 선시행 2~3년 후로 이루어졌고, 현대차는 이 시점에 맞춰 신규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디젤차량을 내놓기 바빴다. 유럽이 새로운 배기가스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쏟아붇는 천문학적인 엔진 개발비와 유럽의 디젤트럭 안전기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유럽 기준에 맞춘 현대차의 배기기스 엔진개발 수준은 항상 뒤쳐져 온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스위스 수출 이전까지 유럽에 단 1대의 트럭도 내보내지 못한 ‘수출 제로’ 시대였다. 

아무튼 현대차가 2025년까지 스위스에 수출하기로 한 계획에 따라, 수출 첫해인 2020년부터 금년 6월까지 2년여 동안 현대 수소트럭은 47대 나갔다. 이는 계획된 물량의 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향후 3년 반 동안 97%(1,553대)를 채워야 한다. 매년 500대가량 내보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수량은 미미하지만 수출지역 다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뉴질랜드 5대 수출, 독일에 27대 공급 계약, 2023년 2분기부터 미국에 총 30대 수출 확정 등이다. 이들 국가 외에도 수출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볼보 수소트럭에 수소를 충전하는 모습.
볼보 수소트럭에 수소를 충전하는 모습.

글로벌 업체들 ‘수소’ 맞대응으로 현대차 ‘옥죄’ 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의 수소트럭 양산화와 첫 수출 그리고 수출다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단기적으로 글로벌 상용차 시장에서 수소트럭 생태계를 조성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전망이 많다. 수출 부진과 차질이 너무 일찍 나타난 데다 ▲합작 및 협력을 통한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들의 수소트럭 개발 ▲국내 내수시장에서의 수소트럭 여건 미형성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유럽, 중국,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들의 수소트럭 개발 경쟁은 선두 주자 현대차를 옥죌 만큼 매우 치열하다. 

세계의 상용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유럽의 다임러트럭과 볼보트럭은 2020년대 하반기(2025~2029년) 수소트럭 출시를 목표로 수소연료전지 합작법인을 세웠으며, 만트럭과 스카니아 모기업인 트라톤그룹과도 함께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한 상태다.

특히 볼보트럭은 1회 충전으로 최대 1,0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수소트럭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대형트럭 자회사 홍얀(Hongyan)은 연산 3,000대 규모의 수소트럭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일본을 대표하는 상용차 브랜드 이스즈, 토요타, 히노 3사는 2023년부터 도쿄와 후쿠시마 유통·물류 현장용으로 준중형급(2~3톤급) 수소트럭을 기반으로 한 냉장·냉동탑차를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다임러트럭 북미사업부의 자회사 프레이트라이너는 파워트레인 제조업체 커민스와 손을 잡고 2024년 첫 수소트럭을 공개할 계획이다. 영국의 전기트럭 제조사 테바(Tevva), 미국의 니콜라도 수소트럭을 금명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니아와 커민스가 합작 개발한 스카니아 수소트럭.
스카니아와 커민스가 합작 개발한 스카니아 수소트럭.

전기트럭 부재 속, 수소트럭 실패 시 그 결과는 ‘수입 독무대’?
이들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들이 개발 중인 수소트럭은 공통적으로 자국내 공급을 우선으로 하면서, 해외 진출을 꾀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다시 말해 제품개발과 충전 인프라 구축에 우선 역점을 두면서, 해외 시장은 후순위로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현대 수소트럭은 선수출, 후내수 형태다. 실제로 2020년부터 지금까지 현대 수소트럭은 수출실적은 잡혔어도 내수 실적은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에 걸쳐 트럭 전용 수소 충전소가 단 한 곳도 없는 현실이 잘 말해준다. 내수기반의 취약성을 안고 수출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현대는 수소트럭을 쿠팡, CJ대한통운 등 대형 물류기업에 투입해 테스트하고 있다. 

하지만 테스트 이후 이들 물류기업이 수소트럭을 바로 구매할지는 미지수다. 물류차량 성격상 최적의 충전 인프라 조건은 현재의 경유 주유 조건처럼 충전소가 충분한 상태에서 주행도로에 인접해 있거나 접근하기 쉬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대로 매년 2곳씩만 충전소를 구축한다고 할 경우, 국내에서의 수소트럭 활성화는 요원해 보인다.   

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친환경 트럭 시장의 수입산 잠식이다. 현재까지 수소트럭 외에 중대형 전기트럭에 대해서는 개발 언급이 전혀 없는 현대차에 대해, 업계는 소형트럭 외의 중대형 전기트럭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현대 수소트럭의 글로벌 전략이 만에 하나 실패할 경우, 전기와 수소 투트랙의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들에게 국내 친환경 중대형 트럭 시장을 내줄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볼보트럭코리아는 스웨덴에서  양산에 들어간 볼보 전기트럭을 들여와, 국내 인증 절차를 마무리하는대로 내년께 공식 출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국의 중대형 전기트럭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다임러트럭코리아도  벤츠 중대형 전기트럭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국내 친환경 중대형 트럭 시장은 초기부터 국산 브랜드보다 수입 브랜드가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는 모양새다.    

현대 수소트럭은?   대형트럭 엑시언트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현재 수출되는 사양은 차량총중량(연결차 중량 포함)이 34톤급과 42톤급 형 카고트럭이다. 이 트럭은 2개의 수소연료전지로 구성한 190kW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과 최고출력 350kW(476ps/228kgf·m)급 구동모터가 탑재됐다. 수요처의 요구 사항에 맞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약 400km, 수소 충전 시간은 약 8~20분(수소탱크 외기 온도에 따라 소요시간 상이)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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