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여건 좀 개선됐는데, 일몰제로 올해로 끝?
화물연대, 무기한 파업…안전운임 확대 요구
제도 도입 전 들쑥날쑥했던 운임, 도입 후 안정
제도 폐지되면 찻값, 기름값 어떻게 감당하나

화물연대가 올해 말 종료될 ‘안전운임제’의 계속 시행을 요구하면서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인 화물연대가 올해 말 종료될 ‘안전운임제’의 계속 시행을 요구하면서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최저임금제라고도 불리는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20년 첫 도입됐다. 이 제도는 3년간 일몰제 형식으로 시행한 뒤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현재 안전운임제 대상 차종은 특수자동차인 트랙터(견인용)로 이들 차종이 운송하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2개 품목만 해당되는데, 전체 영업용 화물차 45만 대 가운데 15% 정도가 해당된다.

화물연대는 최근의 경유가 폭등과 제반 차량 유지비 증가로 화물차주들이 심각한 생존권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화물차의 안전운행과 안전운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만 적용되는 안전운임제가 지속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3년 일몰제 폐지는 물론, 화물차의 전품목·전차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트랙터.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트랙터. 

한편, ㈜상용차정보는 지난 2020년 3월 화물차 운전자들 대상으로 안전운임제 확대 유무를 두고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338명의 운전자의 51%(173명)가 ‘적극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42%(142명)도 ‘찬성’한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 중 93%(315명)가 안전운임제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운임제에 대한 화물차주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3년 일몰제로 올해를 끝으로 폐지될 안전운임제. 일몰제는 한번 만들어진 법률이나 규제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폐단을 없애고자 도입한 제도로, 과연 이대로 안전운임제가 사라져야 할 제도인지 지난 2년간 안전운임제의 실제 성과를 분석해봤다.

㈜상용차정보는 지난 2020년 3월 화물차 운전자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안전운임제, 운임 증대 효과 있었다
안전운임제의 핵심은 단연 적정 수준의 ‘운임보장’이다. 교통안전연구원(물류브리프 자료)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컨테이너와 시멘트 모두 평균 운임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산→수도권 방향 20피트 컨테이너 평균 운임은 약 38만 4,575원으로 지난 2019년(32만 3,982원)과 2020년(35만 6,210원) 평균 운임을 비교해보면 각각 18.5%, 7.8% 올랐다.

20피트 컨테이너 운임의 증가세는 동일 기간 대형 카고 화물차 운임과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반면, 지난해 부산→수도권 방향 12톤 이상 대형 카고 화물차의 운임은 43만 4,524만 원으로, 컨테이너 평균 운임보다 높지만, 2019년(44만 4,324원)과 2020년(42만 4,222원)의 운임을 보면, 몇 년째 제 자리 걸음이다. 여기에 유류비, 유지보수비용 및 기타 부대비용 등을 생각하면 실제적으로 마이너스인 셈이다.

안전운임제 도입 후 순수입↑, 근로시간↓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화물차주들의 순수입도 꾸준히 증가세다. 하지만 안전운임제 이전인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을 놓고 볼 때,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을 수송하는 화물차주들의 순수입은 제반 차량 유지비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거의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로 화주 및 운송업체들이 운임을 결정해 나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간 컨테이너 및 시멘트를 운반하는 화물차주의 순수입을 조사한 결과,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에는 순수입이 들쑥날쑥한 경향을 보였으나, 안전운임이 적용된 2020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화물차주의 순수입은 359만 원으로, 전년(319만 원) 대비 12.5% 올랐다.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의 최고 순수입은 2016년 308만 원, 최저 순수입은 2012년 160만 원이었다.

시멘트를 운반하는 화물차주의 순수입은 425만 원으로, 전년(319만 원) 대비 33.2% 크게 오른 가운데,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 최고 순수입은 2013년 247만 원, 최저 순수입은 2014년 166만 원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안전운임제에 적용받는 화물차주들의 월 근로시간은 감소했다. 컨테이너 차주의 월 업무시간은 지난해 276.5시간으로 2019년(292.1시간)과 비교해 약 5.3% 줄었다. 같은 기간 시멘트 차주의 업무시간은 지난해 333.2시간으로 2019년(375.8시간) 대비 11.3%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코로나19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도 불구하고, 안전운임제가 화물차주들의 근로여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류비+찻값’ 상승분만큼 벌이 보존돼야
안전운임제와 결부돼 유류비 또한 이번 파업의 주된 요인 중 하나다. 경윳값 폭등으로 안전 운임제 없이는 생계유지가 곤란한 상황이라며 제도 확대를 요구해왔다.

최근 경유값이 ℓ당 2,000원을 돌파한 가운데 지난해보다 약 50% 이상 올랐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경유가 폭등에 따른 유류세 인하로, 유류세에 연동된 화물차 유가보조금은 기존 ℓ당 345.54원에서 186.91원으로 하락했으며, 월 50만 원 이상 유류비로 추가 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연말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야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화물차주들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송료가 연료비에 연동해 오르내리기 때문에 최근처럼 유가가 급등해도 유류비에 대한 부담이 덜 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한 화물차 찻값도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을 대두 시키고 있다.

2012년 당시 국산 트랙터(배기량 12~13ℓ급/기본트림)의 공식 판매가격은 1억 2,000~1억 3,000원 선이었으나, 배기가스 규제 및 부분변경 등을 이유로 매년 상승해 현재는 1억 6,000~1억 7,000만 원선에 포진돼 있다. 10년 새 차량 가격은 약 4,000만~5,000만 원가량 오른 셈. 이 기간 동안 화물차주들의 운임과 순수입은 큰 차이가 없었던 만큼, 찻값 상승은 화물차주들에게 큰 부담으로 전해졌다.

안전운임제가 올해 12월을 끝으로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에 소속되지 않은 화물차주들도 화물연대와 뜻을 동참하기 위해 운행을 멈추는 등 안전운임제의 전품목·전차종으로 확대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한편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물류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화물연대와 대화를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는 한편, 관계부처 합동으로 비상수송대책을 수립해 물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휴게소에 정차하는 BCT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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